SNS 속 화려한 타인들 사이, 홀로 피자를 씹는 당신에게 건네는 무심한 위로
쇼츠, 릴스 등 짧은 길이의 영상물들만 소비되는 현재 가수가 곡 안에 담아낸 상징과 그들의 세계관, 서사를 곱씹어 볼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아티스트가 담아낸 '작은 영화'인 뮤직비디오를 충분히 음미해보려 합니다. 뮤직비디오 속 이야기의 연출, 상징과 메시지를 논하는 이 코너를 통해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하고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재미를 알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싱어송라이터 우효는 2017년 3월 15일 세 번째 싱글 '피자'(PIZZA)를 발매하고 동명의 타이틀곡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뮤직비디오 속 주인공은 언뜻 보면 떠나간 전 연인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피자를 먹는 것처럼 사소한 일에도 함께 하면 즐겁고 편안했던 모든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효 '피자' 뮤직비디오
줄거리
어두컴컴한 방 안, TV에서 흘러나오는 빛만이 여주인공의 무표정한 얼굴을 비춘다. 소파에 멍하니 앉아 콘솔 게임을 즐기던 그녀는 이내 캐릭터의 죽음과 함께 게임을 중단하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냉장고를 연다. 그녀가 꺼내 든 것은 차갑게 식은 피자 한 조각이다.
피자를 씹으며 그녀는 행복했던 과거를 회상한다. 놀이공원의 활기찬 공기, 함께 피자를 나눠 먹으며 터뜨렸던 웃음,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던 해방감까지.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TV 속 삐에로만 웃고 있고, SNS 속 타인들은 눈부시게 행복해 보일 뿐이다. 질투와 허무함에 휴대폰을 던져버린 그녀는 화장을 하며 기분 전환을 시도하지만 이내 무기력하게 지워버리고 소파에 눕는다.
다시금 과거의 질주를 꿈꾸던 그녀는 이번엔 피자 조각을 우물거리다 밖으로 나선다.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밤거리를 달리는 그녀의 몸은 어느덧 중력을 거슬러 우주 너머까지 날아오른다. 손을 뻗어 별을 잡으려던 찰나, 카메라는 방 안에서 미러볼을 틀어놓고 잠든 그녀를 비춘다. 비록 꿈이었지만, 잠에서 깨어난 그녀의 얼굴엔 이전의 무감함 대신 미묘하게 밝아진 빛이 감돈다.
해석
우효는 이 곡을 통해 먹어도 배고프고 만나도 외로운 시간을 노래한다. 뮤직비디오 속 피자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누군가와 소소한 행복을 공유했던 '관계의 매개체'다.
좁고 폐쇄적인 방 현재의 모습과 넓은 놀이공원 및 도로(과거, 꿈)의 대비는 대도시 안에서 느끼는 고립감을 극대화한다. SNS 속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소외되었다고 느끼는 현대인의 역설을 보여준다. 그러나 마지막에 꿈속에서 우주로 날아가는 연출은 타인에게 의존하던 관계의 결핍에서 벗어나, 스스로 빛나는 존재가 돼 독립적인 자유를 찾으려는 내면의 의지를 상징한다. 별을 잡으려던 손길은 결국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손길이 된다.
'피자'는 결핍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치유가 시작됨을 말한다. 피자 한 조각을 맛있게 먹는 것조차 어려운 우울감 속에서도, 주인공은 꿈을 통해 스스로를 환기하며 다시금 살아갈 동력을 얻는다.
ⓒ우효 '피자' 뮤직비디오
총평
우효의 '피자'는 팝아트적인 색감과 빈티지한 영상미를 통해 우울감을 결코 무겁지 않게 그려냈다. 2017년의 감성이지만, SNS의 피로도와 개인화된 삶이 가속화된 2026년 현재의 리스너들에게도 이 곡이 주는 울림은 여전히 유효하다.
특정한 연인을 그리워하는 통속적인 이별 노래가 아니기에 이 곡은 더 특별하다. 피자를 나눠 먹던 그 온도와 분위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담하게 읊조리는 우효의 보컬은 청자들에게 '너만 외로운 게 아니야'라고 넌지시 건네는 위로와 같다. 세련된 비트 위에 얹어진 쓸쓸한 가사는 혼자만의 시간을 견뎌내고 있는 모든 이들의 사운드트랙이 되기에 충분하다.
한줄평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가장 따뜻한 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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