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무효화'에…하루 만에 5%포인트 인상 “즉시 효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기본 관세율을 10%에서 15%로 즉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미 연방대법원이 그의 핵심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건 지 하루 만에 세율을 오히려 더 끌어올리며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SNS)을 통해 “즉시 효력을 갖는 조치로서, 전 세계 관세 10%를 허용된 최대치이자 법적으로 검증된 15%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많은 국가가 수십 년 간 아무런 보복을 받지 않은 채 미국을 갈취해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터무니없고 형편 없이 작성됐으며 극도로 반미적인 어제 연방대법원의 관세 결정에 대해 철저하고 상세하며 완전한 검토에 근거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향후 몇 달 안에 트럼프 행정부는 새롭고 법적으로 허용되는 관세를 결정하고 발표할 것”이라며 “이는 우리의 놀라울 정도로 성공적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과정을 계속 이어가게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 대법원은 앞서 전날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9명의 대법관 중에서 6명이 위법 판결에 손을 들었고 3명은 합법이라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 세계에 ‘10%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0일 행정명령에 따른 10% 글로벌 관세는 24일 오전 0시1분(한국시간 이날 오후 2시)부터 발효될 예정이었다. 그가 글로벌 관세율을 15%로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추가 행정명령 등 후속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15%가 언제부터 적용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무역법 122조는 대통령이 무역적자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최장 150일간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한다. 150일 이후 이 조치를 계속하려면 의회가 연장을 승인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는 하루 만에 이를 15%로 상향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백악관이 ‘플랜B’를 가동하며 관세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세율 인상으로 수입 급증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이먼 에버넷 스위스 IMD 경영대학원 교수는 “IEEPA에 따라 20% 이상 고율 관세를 맞았던 국가들 입장에선 10%로 낮아질 경우 단기적으로 대미 수출을 급격히 늘릴 유인이 생길 수 있었다”며 “15%로 올린 것은 이런 수출 급증을 억제하려는 조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경우 10%로 관세가 내려가면서 반사이익을 받을 수 있었지만, 다시 원래대로 상호관세 15%로 마찬가지로 세율이 돌아갔다. 반면 이번 15% 인상의 ‘희생양’은 영국이 될 전망이다. 영국은 워싱턴과의 상호관세 합의에 따라 10%의 일괄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으나, 세율이 15%로 오를 경우 대부분의 대미 수출품에 5%포인트 추가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윌리엄 베인 영국상공회의소(BCC)인 무역정책 책임자는 “4만개에 달하는 영국 수출기업들이 이번 결정에 실망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밖에도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 등을 활용해 기존 상호관세 등을 대체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무역법 301조는 미국에 불공정하고 차별적 무역 관행을 취하는 무역 상대국에 일정 기간의 통지 및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대통령이 관세 등 보복 조처를 할 수 있게 한다.
지난 1월27일 경기도 평택항에 선적을 위해 대기하고 수출용 차량. ⓒ 연합뉴스
미 대법원 판결에 따른 상호관세와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합성마약 ‘펜타닐 관세’ 납부 분에 대한 환급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5년 동안 법정에서 다투겠다”며 미 정부가 스스로 돌려줄 생각은 없다는 뜻을 밝혔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상호관세 부과로 얻은 이익은 지난해 12월 중순 기준 1335억 달러(약 193조원)로 집계됐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은 즉각 301조에 따른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사 기간을 단축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국가별로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한 실태 조사를 거쳐서 개별적 관세 부과 상태를 이어가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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