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로봇 산업 전면에 서나…오준호 단장 협회장 취임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2.25 15:32  수정 2026.02.25 15:32

25일 한국 AI 로봇산업협회 제12대 협회장 선임

오 단장 "AI가 로봇의 출발선 다시 만들었다"

회장사 된 삼성전자에 로봇 생태계 전환 기대

삼성 품은 협회…한국 로봇 산업 '실험실 시대' 끝낼까

25일 오준호 삼성전자 미래로봇추진단장이 한국 AI 로봇산업협회 신임 회장에 취임하며 취임사를 전하는 모습.ⓒ임채현 기자

오준호 삼성전자 미래로봇추진단장이 한국 AI 로봇산업협회 신임 회장에 취임하면서 국내 로봇 산업이 연구 중심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산업화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협회 리더십을 맡게 되면서 로봇 산업 생태계 전반에서 대기업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AI 로봇산업협회는 25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정기총회와 협회장 취임식을 열고 오 단장을 제12대 협회장으로 선임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2025년도 사업실적 및 결산안을 승인하고 2026년도 사업계획과 예산안을 확정했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회원사는 376개사로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번 인선은 단순한 협회장 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오 회장은 취임사에서 "삼성이 협회장을 맡은 것은 대기업으로서 책임을 갖고 한국 로봇 산업을 이끌어달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정부와의 정책적 소통을 강화하고 국내 로봇 산업이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도약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그는 협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오 회장은 "협회는 회원사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라며 "회원사 권익 증진과 실질적인 성장을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진흥기관·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정책, 표준, 산업 지원 체계를 통해 기업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날 발언의 핵심은 로봇 산업의 현재 위치에 대한 진단이었다. 오 회장은 "지금까지 로봇은 산업용 자동화 설비의 일부로 정형화된 공장 환경에 머물러 있었다. 로봇을 비정형 환경으로 확장하기 위해 많은 로봇공학자들이 오랫동안 노력해 왔지만 아직 상당 부분이 실험실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인공지능이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AI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미래 예측조차 어려운 상황이 됐다. 로봇과 AI가 결합되면 먼저 제조 현장에서, 이후 서비스 영역으로 확장되고 결국 인간과 결합하는 단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파급 효과는 지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주목받는 '피지컬 AI' 흐름에 대해서는 기대와 현실을 동시에 짚었다. 오 회장은 "중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도들이 빠르게 발표되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시장은 열리지 않았다"며 "지난 몇 년간 상용 로봇 판매량이 크게 변하지 않은 점을 보면 기술 기대감이 실제 시장으로 완전히 이어지지는 않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한국 로봇 산업의 구조적 한계도 언급했다. 오 단장은 "한국은 1980년대부터 로봇을 도입해 세계 4대 시장으로 성장했지만 핵심 기술 공급과 생산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기존 시장은 기술 선진국이 이미 선점해 진입 공간이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AI 기반 차세대 로봇 시대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인식은 삼성전자의 로봇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오 회장은 앞서 지난해 11월 국제로봇심포지엄에서 삼성을 로봇 기술 제공자이자 사용자라고 규정하며, 공장·가정·서비스 영역을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회장 취임을 삼성의 로봇 사업이 연구 단계에서 산업 생태계 주도 단계로 이동하는 신호로 해석한다. 그동안 국내 로봇 산업이 연구기관과 중소·중견기업 중심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대기업이 시장 창출과 생태계 조정 역할을 맡는 국면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오 회장은 국내 로봇 연구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힌다. KAIST 교수 시절 국내 최초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휴보(HUBO)' 개발을 이끌었고, DARPA 로보틱스 챌린지 우승을 통해 한국 로봇 기술의 경쟁력을 세계에 알렸다. 이후 레인보우로보틱스 창업에 참여하며 연구 성과의 산업화를 추진했으며 현재 삼성전자 미래로봇추진단을 맡아 로봇 사업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25일 한국AI 로봇산업협회가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정기총회와 협회장 취임식을 열었다. ⓒ임채현 기자

한편 협회는 2026년도 목표 및 주요 사업으로 ▲조사·통계 및 정책발굴 사업 ▲인력 양성 추진 ▲지능형 로봇 손해보장사업 ▲회원지원 사업 ▲산업 트렌드 대응 ▲표준화 활동 ▲국내외 판로개척 및 저변확대 등을 꼽았다. 아울러 이날 정기총회를 통해 SPG, 위츠, 엑스와이지(XYZ), 브릴스 등 4개사가 신규 임원사로 지정됐다. LG전자, KT, SK텔레콤, 로보티즈는 임원사에서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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