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안정성 검토 부실…시공사는 자재 부적정 사용
준공 후 12년간 안전점검 실시 안 해…사실상 방치
보강토옹벽 건설기준 개선 등 재발방지 대책 마련
오산시 가장동 가장교차로 옹벽 붕괴 현장.ⓒ경기도소방본부 제공
지난해 7월 16일 옹벽이 무너져 사망자 1명이 발생한 경기 오산시 가장동 보강토옹벽 붕괴사고 관련 설계와 시공, 유지관리 등 모든 분야에서 관리 부실이 확인됐다. 설계 과정 위험도 분석이 부실했고 10년 넘게 법적 의무 안전점검도 진행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25일 이 같은 결과를 담은 중앙시설물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사고조사 결과와 유사사고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사조위는 보강토옹벽으로 유입된 다량의 빗물이 제대로 배수되지 못해 보강토옹벽에 작용하는 압력(수압)이 가중돼 붕괴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보강토옹벽 상부에 있는 배수로와 포장면 균열로 보강토옹벽으로 빗물이 지속적으로 유입돼 보강토옹벽 상단에 설치된 L형 옹벽이 침하되면서 포장면 땅꺼짐과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봤다.
설계사는 보강토옹벽 상단에 L형 옹벽이 설치되는 복합구조에 대해 위험도 분석을 부실하게 수행했다. 또 배수 설계가 미흡했고 뒤채움재(보강토옹벽의 뒤쪽 공간을 채우는 흙)의 품질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등 시공이 불량했다.
시공사는 배수가 잘되지 않는 세립분이 많이 포함된 흙을 뒤채움재로 부적정하게 사용했다. 자재(보강토 블록) 변경 승인 여부와 품질시험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고 설계변경 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최초 설계 도면을 그대로 준공 도면으로 제출하는 등 시공 품질 문제가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감리·감독자는 시공사의 업무처리를 확인하지 못했다.
준공 후에도 문제가 확인됐다. 2011년 준공 후 2017년이 돼서야 관리주체로 인계됐고 2023년 개통 전까지 시설물통합정보관리시스템(FMS)에 등록되지 않아 안전점검 등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제대로 조치하지 못한 점도 지적사항으로 나왔다. 이번 사고 구간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보강토옹벽 붕괴사고가 과거 두 차례 있었지만 재발방지 대책이 미흡했다.
지난 2023년에 시행한 정밀안전점검에서도 배수불량, 배부름 등의 문제가 지적됐으나 조치가 부실했다. 사고 발생 20여일 전부터는 사고 구간의 포장면 땅꺼짐, 붕괴 우려 등 민원이 제기됐지만 관리주체는 적극적으로 조치하지 않았다.
경기 오산시 가장동 보강토옹벽 붕괴 과정. ⓒ국토교통부
이날 사조위는 ▲건설기준 개선 ▲유지관리체계 강화 ▲보강토옹벽 특별점검 등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보강토옹벽 위에 L형 옹벽이 설치되는 복합구조에 대해 하중 적용과 시공 방법 등 설계·시공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보강토옹벽의 배수로·유공관 등 배수시설 설계기준도 대폭 강화한다.
동시에 FMS 등록과 설계도서 제출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해 미등록 시설이 적발되면 이행 명령으로 등록하도록 한다.
FMS 미등록과 설계도서 미제출 시 제재 강화를 위해 시설물안전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강토옹벽에 배부름 현상이 발생하거나 균열 등을 통한 빗물 다량 유입 우려가 있는 경우 시설물안전법령상 중대 결함으로 지정해 제때 보수·보강이 될 수 있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전국의 복합구조 보강토옹벽과 배수 설계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조사 결과 미흡 시설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실시해 필요시 안전성 검토와 보수·보강 조치를 시행한다. 오는 3월부터 5월까지 관리주체별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6~9월 관계기관 합동 특별점검을 실시한다. 이후 관리주체가 시설을 보수·보강할 예정이다.
권오균 사조위 위원장은 “이번 사고는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 건설 프로세스 전반에서 발생한 총체적 부실의 결과”라며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계기관의 철저한 대책 이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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