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S26, 삼성의 '자존심' 그 이상의 무게 [기자수첩-ICT]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6.03.03 08:19  수정 2026.03.03 08:30

‘대행’ 뗀 노태문의 첫 언팩… 가전·TV 부진 속 ‘MX 수익성’ 사수 사명감

가전·TV 적자 속 ‘실질적 가장’ 갤럭시 S26 흥행은 곧 DX 생존의 문제

2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에서 개최된 '갤럭시 언팩 2026(Galaxy Unpacked 2026)' 행사에서 삼성전자 대표이사 노태문 DX부문 사장이 3세대 AI폰 '갤럭시 S26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삼성전자

'갤럭시 언팩 2026' 기간 내내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노 사장에게 있어 이번 언팩은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직무대행을 떼고 세트 전반을 총괄하는 정식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장으로서 치른 첫 언팩이었으니. 그의 스피치는 이전 보다 자연스러웠고 전달력도 높아졌다. 스피치 뿐 아니라 행사 전반도 더욱 꼼꼼히 살폈다고 한다.


세트 부문을 총괄하는 그가 이토록 살뜰히 이번 언팩을 챙긴 이유는 분명하다. S26 시리즈 성패가 단순히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사업부의 성적표를 넘어 DX 부문 전체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이정표이기 때문이다. 신규 디바이스 흥행이 세트 사업 기초 체력을 증명할 분수령이 된다는 점에서 그의 어깨는 그 어느 때 보다 무거울 수밖에 없다.


AI 반도체를 필두로 고공행진 중인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과 달리 DX 부문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 매출 334조원 중 절반 이상(56%)이 DX 부문에서 나왔지만, 실질적인 돈벌이를 뜻하는 영업이익 기여도는 30%를 넘지 못했다. 매출은 DX가 냈으나 실속은 DS가 두둑이 챙긴 셈이다.


DX 부문 면면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심각하다. 일단 VD(TV)·생활가전 성적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글로벌 수요 위축에 TCL, 하이센스 등 중화권 브랜드의 공세로 작년 연간 2000억원 적자를 냈다. '20년 연속 1위' 역사를 자랑하는 TV의 경우 올해 선두 유지가 불투명하다. 단순 이슈라기보다는 장기적 리스크로 갈 공산이 크다.


다른 사업부들의 사정도 여의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통신 기지국 및 장비 제조를 맡는 네트워크사업부, 의료장비 등을 담당하는 의료기기사업부, 미래로봇추진단 등이 존재하지만 DX 전체 실적을 견인하기에는 체급이 작다. 오히려 당분간은 돈 들어갈 곳이 많아 전사 차원의 지원과 투자를 기대해야 하는 실정이다.


결국 DX 부문의 실적을 견인할 수 있는 '캐시카우'는 사실상 MX사업부 뿐이다. 그러나 모바일 시장의 기류는 삼성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애플의 수성은 여전히 굳건하고, 중화권 브랜드의 공세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물론, 중·저가형에도 AI폰이 침투하며 삼성의 입지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가전과 TV가 휘청이는 사이, 모바일 사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해 DX 부문 전체의 실적 저하를 방어해야 하는 과제가 노 사장에게 놓여 있다.


그가 오랜 기간 MX사업부장을 역임했기에 가장 잘할 것이라는 기대는 틀림없지만, 까다로워지는 시장의 눈높이를 매해 충족하는 것은 버거운 일이다. 올해 승부수인 'S26 시리즈'가 이 기대치를 통과하지 못하면 삼성 모바일도 휘청일 수밖에 없다. 이는 DX 부문의 위기와도 직결된다. 노 사장이 이번 언팩 완성도에 그토록 공을 들일 수 밖에 없던 이유가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삼성전자는 이번 언팩을 통해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구글과 협업한 'AI OS' 기반의 '에이전틱 AI폰'을, 하드웨어에서는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로 기술 경쟁을 예고했다. S24가 첫 AI폰의 상징성을, S25가 AI 플랫폼 가능성을 제시했다면 이번에는 사용자가 AI폰을 실제 비서처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체감형 AI' 완성을 지향했다.


사용자의 경험과 AI 기술간 간극을 줄여 부모님 세대도 편하고 자유롭게 쓰는 AI폰 대중화를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옆 사람이 보이지 않도록 시야각을 차단하는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는 5년 연구·개발의 결정판으로 경쟁사들이 쉽게 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경쟁사들이 단기간 따라잡기 힘든 하드웨어 진입장벽이 삼성 기술의 '초격차'를 지속하게 할 것이라는 기대다.


일단 현지 반응은 뜨거웠다. 외신도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진정한 승부는 이후부터다. S26 실물을 받아든 고객들이 삼성의 바람대로 '에이전틱 AI폰' 필요성에 얼마나 공감하느냐에 따라 AI폰은 물론, 차세대 디바이스 등 갤럭시 에코시스템 전반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번 S26은 삼성의 자존심이자 DX 부문의 생존 여부를 짊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무게가 남다르다. DX부문을 실질적으로 이끌기에 '맏아들' '가장'과도 같은 상징성을 지닌다. 노태문 사장이 이끄는 DX 부문이 S26이라는 승부수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다시 한번 '기술 삼성'의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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