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리스크 속 드러난 정유사 조달 전략…중동 의존도 기업별 격차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03.04 15:26  수정 2026.03.04 15:26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한국 원유 수입 70% 중동 의존 구조 재조명

정유사별 중동 의존도 격차…미주 등 원유 도입선 다변화 전략 효과 주목

사우디 장기계약 에쓰오일 변수…봉쇄 현실화 시 조달 대응력 차이 전망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고 있는 유조선.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꾸준히 추진해온 원유 도입선 다변화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각화해온 조달 구조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는 실질적인 대응책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회사별로 차이를 보인다. GS칼텍스는 중동산 원유 비중이 약 60% 수준이며 SK에너지는 미주 지역 원유 도입을 확대하면서 중동 비중을 50% 이하까지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HD현대오일뱅크는 미주 지역 원유 수입 비중이 높아 중동 의존도가 40%대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구조다.


이번 중동 정세 불안이 주목받는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에너지 수송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기준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서 들여왔으며 이 가운데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중동 지역 긴장이 장기화할 경우 원유 수송 차질과 운송비 상승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에너지 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재의 비축유 물량 등을 고려할 때 단기적인 리스크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현재 원유와 석유제품 약 208일분을 비축하고 있어 장기화 상황에도 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대응력은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수십 년간 정유사들이 미주, 아프리카, 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원유를 확보하며 조달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의 원유 수출 금지 조치가 해제된 이후 미주 지역 원유가 새로운 공급처로 부상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수입선도 한층 다양해졌다.


2016년 GS칼텍스가 국내 정유사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산 원유를 도입한 이후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 등도 북미 원유 수입을 확대하며 원유 조달 구조를 분산해 왔다.


SK에너지는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다양한 지역에서 원유를 들여오며 수입선을 넓혀왔고 GS칼텍스는 전 세계 30여개 국가에서 80여종의 원유를 수입하며 조달 경로를 다변화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높은 수준의 고도화 설비를 기반으로 북미와 남미 등 다양한 지역에서 원유를 도입하며 중동 중심의 조달 구조를 분산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도 원유 수입선 다변화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4년 중동 의존도가 높은 국내 원유 수입 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원유 도입선 다변화 지원제도'를 2027년 12월까지 3년 연장했다. 이 제도는 미주와 유럽 등 비중동 지역에서 원유를 수입할 경우 석유수입부과금 범위 내에서 중동 대비 추가 운송비 일부를 환급해주는 방식이다.


반면 최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와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있는 에쓰오일은 상황이 다르다. 원유 대부분을 사우디에서 들여오고 있어 중동 의존도가 90%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향후 중동 정세 변화와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 봉쇄 여부에 따라 타 정유사와는 다른 공급 대응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과거에 겪어보지 못한 이례적인 상황이며, 중동발 원유 도입이 실질적으로 차단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원유 수급이 막히는 상황이 오면 비축유 방출에 앞서 미국이나 중남미 등 다른 지역에서 대체 유종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문제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대체 도입선을 찾게 되면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중동산 원유가 정상적으로 들어올 수 있느냐"며 "상황이 장기화하면 원유 도입 비용 상승 등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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