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상법 개정에 학계·전문가들 우려…"기업 경영 안정성 훼손 우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6.03.05 11:47  수정 2026.03.05 11:47

최준선 "1~3차 상법 개정으로 경영권 안정화 수단 등 상실"

"특정 목적 따른 자사주 취득 소각 의무 면제 등 보완해야"

권재열 "기업, 능동적인 지배구조 개선·변화 수용해야"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과 자유경제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주행동주의 시대, 기업을 흔드는 상법 개정 대응 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고수정 기자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소액주주 권한 강화와 지배구조 개편을 포함한 일련의 '코스피 부양 입법'이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학계 전문가들은 기업의 경영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며 제도 보완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과 자유경제원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주행동주의 시대, 기업을 흔드는 상법 개정 대응 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 전략, 자본 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향후 제도 보완 방향을 모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5일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한 날로부터 1년 이내 이를 소각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다만 임직원 보상이나 우리사주 제도 시행 등 일정한 사유가 인정될 경우 예외를 둘 수 있다. 이 경우 이사 전원이 서명·날인한 보유·처분 계획을 수립하고, 해당 계획을 매년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아야 한다.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장기간 보유해 온 기존 관행에 제동을 거는 조치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통해 자본의 비효율적 운용을 개선하고, 자사주가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되는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 총수를 줄여 주당 가치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주가치 제고 정책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민주당은 1·2차 상법 개정안도 잇달아 처리했다. 1차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해 이사회가 특정 주주나 지배주주의 이익이 아닌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2차 개정안에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대주주 의결권 제한 강화 등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는 내용이 담겼다. 경영진 책임을 강화하고 소수주주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의 입법이 연속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5일 서울 여의도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주주행동주의 시대, 기업을 흔드는 상법 개정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고수정 기자

좌장을 맡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 기업에게는 자기주식 의무소각 법률이 2025년 1차, 2차 상법개정에 이은 또 하나의 참사였다"며 "제1차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상법 이론 체계를 파괴했으며, 제2차 집중투표제도는 국제적 추세에 반하는 입법이었고, 제3차 자기주식 의무소각은 기업 경영에 유용하였던 제도를 폐지하는 입법이었다고 정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준선 교수는 "가장 큰 논란은 기업의 재산권 침해와 경영권 안정화 수단의 상실"이라며 "기업의 경영 안정은 기업의 가장 기본적 토대인데 이를 뒤흔들 수 있도록 유도하는 법률이 되고 말았다. 반면에 포이즌 필이나 차등의결권 같은 경영권 안정화 장치는 전혀 마련하지 않고 있고 논의조차 지지부진한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대해 "자기주식제도라는 멀쩡한 시스템을 일거에 파괴하는 자해적이고 퇴행적 조치였다"면서 "자기주식 소각은 1회성 효과만 존재하므로 주가 부양효과는 1회뿐이고, 기업은 매년 배당압박으로 설비투자 여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며, 투자 재원은 부족하거나 없어서 기업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처 기업 성장의 정체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며, 자기주식을 활용하여 M&A를 원활하게 할 수 있었는데, 그런 수단이 사라져 M&A시장 위축 역시 불가피하다"고 비판했다.


최준선 교수는 "최근의 일련의 상법 개정에 따른 과도한 규제는 자본시장 전체의 활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어 기업들의 시장 역선택과 상장 기피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며 제도 보완 방안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특정 목적에 따른 자기주식 취득은 소각 의무 면제 ▲발행주식 총수의 일정 범위 내에서 자기주식 보유 허용 ▲자기주식 보유 시 매년 주주총회 결의를 요구하는 대신 일정 기간 단위 승인 방식 도입 등을 제안했다.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5일 서울 여의도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주주행동주의 시대, 기업을 흔드는 상법 개정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고수정 기자

발제를 맡은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3차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기업의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이사의 주주를 위한 충실 의무'와 관련해 기업이 ▲능동적인 지배구조 개선 노력 ▲주주와의 소통 및 관계 강화 ▲경영 환경 변화 적극 수용 등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립이사의 선임 및 비중 확대'와 관련해서는 ▲이사회의 전문성 확보 ▲독립적 의사결정 환경 조성 등을 기업의 대응 방안으로 제시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대한 기업의 대응 방안으로는 ▲시차임기제 도입 ▲기업의 자산총액을 줄여 2조원 미만으로 하거나 상장폐지하는 방안을 제인했다.


권재열 교수는 '감사위원 선임시 합산 3%룰 적용 확대'에 대해서도 "기업이 지배구조 및 이사회 구성을 재검토하고 주주와의 소통 강화 및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하며, 경영권 방어 전략의 재검토 및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관련해 "자기주식을 취득하지 않으면 보유, 처분 및 소각을 할 일이 없어지므로 번거로운 주주총회 승인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며 "비자발적으로 취득한 자기주식을 소각하으로써 초래되는 자본금의 감소를 피하기 위해서는 합병 등과 같은 조직 재편 작업마저 회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주식을 취득하더라도 그 보유 및 처분계획서를 주주총회에서 쉽게 승인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이 있다"며 "자기주식을 취득하여 보유를 계속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주주총회에서 쉽게 승인을 받기 위한 노력으로서 주주와의 소통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영기 한국ESG연구소 전문위원도 3차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기업들은 자사주 보유 현황을 재점검하고 소각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며 "예외 조항 활용을 위한 정관 변경과 주주총회 대응 전략을 준비하고 경영권 방어 체계 전반을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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