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 위기 대비 ‘경보체계’ 필요…수입 의존 구조 속 대응체계 한계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입력 2026.03.09 11:19  수정 2026.03.09 11:20

곡물 수입 의존도 높은 한국 식량안보 취약 구조 지적

가격 중심 대응 넘어 공급 차질 대비 체계 구축 필요

항구에서의 곡물 하역 작업 모습. ⓒ챗GPT

기후위기와 국제 분쟁 등으로 글로벌 식량 공급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식량안보 위기 상황에 대비한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기존 대응체계가 가격 위주에 치우쳐 실제 공급 차질과 물량 부족에 대응하기엔 미흡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식량안보 위기 시나리오와 대응 체계 구축(2차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식량 위기는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공급망 교란에 따른 물량 확보 실패 가능성까지 커지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보고서는 기상이변과 국제 분쟁 빈발로 세계 각국의 식량안보 강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고 수출 제한 조치를 중심으로 식량보호주의도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식량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이런 대내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위기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대응 시스템과 매뉴얼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봤다.


우리 식량안보 구조의 취약성도 짚었다. 2023 양곡연도 기준 곡물자급률은 22.2%이며 콩은 9.3%, 밀은 1.1%, 옥수수는 0.8%에 그쳤다. 2023년 밀·옥수수·콩 수입액은 8조8579억원으로 농업생산액의 14.9% 수준에 달했다.


주요 곡물 생산과 수출이 소수 국가에 집중된 국제 시장 구조까지 감안하면 해외 충격이 국내 식량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기존 대응체계가 가격 위기 대응에 치우쳐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국제 곡물 조기경보시스템과 위기 대응 매뉴얼을 운영하고 있지만 위기 진단 중심이어서 실제 물량 부족 사태에 대한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공공비축제도 역시 쌀·밀·콩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일부 품목은 수입 급감 시 국내산 비축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봤다. 실제로 2023년 기준 밀 식용 수요량은 111만3000t인 반면 비축물량은 1만9000t으로 수요 대비 1.7% 수준에 그쳤다.


해외농업개발사업도 한계로 지목됐다. 해외 생산량은 늘고 있지만 국내 반입 비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2024년 기준 해외 생산량은 260만t이었지만 국내 반입량은 37만7837t으로 생산 대비 반입 비율이 14.5%였다. 평시 생산물을 현지에서 처분하는 구조가 많아 위기 발생 시 안정적 반입 수단으로 작동하기엔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식량안보 위기 대응 시스템을 별도로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위기 단계는 평시인 0단계부터 3단계까지 총 4단계로 구분했다. 2단계 위기 상황은 특정 품목의 공급량이 평년 대비 20% 이상 감소한 경우로, 3단계는 1인당 하루 공급 열량이 1850kcal를 밑도는 경우로 설정했다.


1~2단계에서는 ‘식량 위기 대응위원회’를, 3단계에서는 ‘식량 위기 대응본부’를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위기 수준이 높아질수록 농식품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가 함께 대응하는 범정부 체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단계별 대응 방향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평시에는 국내 생산기반과 공급망 유지·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1~2단계에서는 출하·판매 조정과 수입 촉진, 국내 생산 확대를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장 심각한 3단계에서는 공급 열량 중심의 증산과 제한된 식량의 공정한 배분, 급등한 식량 가격 안정 대책이 우선 과제로 꼽았다.


위기 대응 모형도 제시했다. 이 모형은 밀·콩·옥수수 등 2개 이상 품목의 수입 부족이 최소 1년 이상 이어져 다음 해 국민 최소 열량 보장이 어려운 상황을 가정했다. 분석 결과 칼로리 자급률을 현재 기준인 29.4% 이상으로 유지하려면 조달비용과 재배면적이 늘어나며 보리와 콩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밀·콩·옥수수의 동시 수입 불가 시나리오에서 칼로리 보장 비율을 100% 유지할 경우 최대 86%까지 자급이 가능하다는 결과도 제시됐다.


반면 자급률 제약을 두지 않으면 기존 재배면적으로도 필요한 칼로리 공급이 가능하지만 실제 위기 상황에서는 대체 수입도 쉽지 않을 수 있어 현행 경지면적 유지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농경연 측은 보고서를 통해 “결국 제도 정비가 핵심”이라며 “식량안보 위기 대응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법적 근거가 필수적이며 국민의 식량 접근권과 국가의 책무를 반영한 별도 식량안보법 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비축시설과 비축량 확대, 민간 비축 역량 강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식량 위기 대응 기금 조성, 위기 대응 시뮬레이션 훈련 정례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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