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의 이사회 개편, 경영권 방어·효율화 '두 마리 토끼' 노린다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6.03.09 15:00  수정 2026.03.10 16:27

사내이사 8→5명으로 축소, 과반 이상 요건 충족

집중투표제 도입 앞두고 대주주 주도권 유지 나서

창업 멤버 일신상 이유로 퇴임, 새 사내이사에 신민철

셀트리온 본사 ⓒ셀트리온

셀트리온의 이사회 규모가 축소되고 신민철 관리부문장 사장이 사내이사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등 대대적인 구조 개편에 나섰다. 이는 오는 9월 집중투표제를 앞두고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력을 높이는 한편, 재무 전문가를 전면에 배치해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사회 정원 축소…집중투표제 겨냥한 ‘방어벽’

9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오는 2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정원을 ‘15인 이내’에서 ‘9인 이내’로 줄이는 정관 변경안을 상정했다.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승인될 경우 셀트리온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사외이사 8명 등 총 12명에서 사내이사 4명·사외이사 5명 등 총 9명으로 개편된다. 전체적인 이사회의 몸집이 가벼워지는 것이다.


이번 정관 변경을 통해 기존 사외이사는 ‘독립이사’로 명칭이 변경된다. 현재 개정 상법은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규모 상장사가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도록 ‘과반수 사외이사 유지’를 명문화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셀트리온은 오히려 사외이사 수를 8명에서 5명으로 줄이면서, 최소한의 요건만 충족한 것이다.


이러한 이사회 축소는 올해 9월부터 의무화되는 ‘집중투표제’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집중투표제란 이사 복수 선임 시 기존 1주당 1표가 아닌, 선임 예정인 이사 수 만큼의 의결권을 부여해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게 한 제도다.


소액주주나 기관투자자들이 주주제안권을 통해 후보를 세우고 표를 몰아준다면, 대주주가 반대하더라도 비우호적인 인사가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사회 전체 정원이 줄어들면 한 번의 주총에서 선임하는 이사 수도 함께 줄어들게 돼 소액주주가 이사 1명을 당선시키기 위해 확보해야 하는 최소 지분율, 즉 당선 문턱도 높아진다.


셀트리온이 이사회 정원을 15명에서 9명으로 축소한 것은, 이사 수를 줄여 소액주주나 행동주의 펀드가 넘어야 할 ‘지분율 커트라인’을 높인 셈이다. 과반 기준은 맞춰 법의 요건은 수용하되 이사회의 크기 자체를 줄여 경영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으로 인원이 증가했다가 일부 사외이사 임기 만료로 기존 규모로 돌아간 것”이라며 “인원 감소 후에도 시총 상위 기업 평균을 상회하는 규모로,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형기 부회장 퇴임…IR 전문가 전면 배치
김형기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 ⓒ셀트리온

인적 쇄신을 통한 세대 교체도 이번 개편의 핵심 축이다. 서정진 회장과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행보를 함께해 온 창업 멤버 김형기 대표이사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김 부회장은 셀트리온 창업 초기부터 합류해 2023년 12월부터 기우성 부회장, 서진석 사장과 함께 각자 대표를 맡아왔다.


김 부회장이 물러난 빈자리는 1971년생인 신민철 관리부문장 사장이 채운다. 셀트리온은 이번 정기 주주총회 안건 변경을 통해 사내이사 후보를 기존 김 부회장에서 신민철 사장으로 교체한다고 밝혔다.


2002년 셀트리온에 입사한 신민철 사장은 2016년 재무관리본부장, 2019년 관리부문장에 선임됐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사내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재무 및 관리, IR 등을 총괄하고 있 신 사장의 이사회 재합류는 대규모 합병 이후 자본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고, 강화되는 주주들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김형기 부회장의 퇴임은 일신상의 이유”라며 “김형기 부회장 이후 새로운 대표 선임 여부는 추후 이사회 등을 통해 결정될 사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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