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소원 전담 사전심사부 별도 운영하기로 결정
국회 몫 재판관 '인준 요건 강화', 이번 논의서 제외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청사. ⓒ데일리안DB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이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재판소원제(헌법재판소법 개정안)가 이르면 이번 주 시행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위상도 지금보다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헌법재판소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는 마땅히 없어 이에 대한 대응책이 요구된다는 법조계의 지적이 나온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재판소원제를 골자로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지난 5일 임시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이르면 이번 주 관보에 게재되면서 공포된다. 법안은 공포 절차와 함께 시행에 들어간다.
개정안은 헌법소원 청구 사유를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이에 따라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한 것이 특징이다.
헌법재판소는 재판소원제 도입에 따른 후속 절차 논의에 착수한 상황이다. 이미 헌법재판소는 임시국무회의에서 법안이 의결되기 전인 지난 3일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주재로 재판관회의를 열고 재판소원 전담 사전심사부를 별도 운영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소원 전담 사전심사부는 15년차 정도의 중견급 헌법연구관 8명 규모로 구성해 별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7명으로 운영되는 기존 사전심사부와 비슷한 규모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은 지난 6일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재판소원 제도 도입에 담긴 국민의 뜻과 기대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의 지혜와 역량을 모두 모아서 충실히 준비해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재판소원제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높아지는 헌법재판소의 위상에 비해 새로 만들어지는 견제 장치는 상대적으로 미비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관 9명 중 국회가 추천 권한을 가지고 있는 3명에 대한 인준 요건 강화가 이번 논의에서 빠진 점이 아쉽다는 법조계 의견이 나온다.
9명의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지명하는 구조로 돼 있다.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은 청문 절차를 거친 후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하지만 대통령이 이미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지명 권한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이 국회 내 과반 의석(151석)을 차지할 경우 대통령 및 여당이 사실상 헌법소원 인용 정족수인 6명까지 지명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 의결 정족수를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헌법연구관 출신 황도수 변호사는 "(의결 정족수 변경은) 편파적으로 재판할 사람은 걸러낼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여당이 야당과 협상 안 하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의미도 담을 수 있다"고도 밝혔다.
헌법재판소의 업무 과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예산 및 인력 증원 문제가 재판소원제 논의 과정과 함께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은 지난 6일 출근길에서 인력 및 예산 부족 문제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잘 준비하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판소원 도입 시 2026년부터 5년간 최대 187억7400만원의 재정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추계됐다. 연평균으로 계산할 경우 최대 38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헌법재판소는 접수된 재판소원 청구에 대한 사전심사 결과 일정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에는 심판청구를 각하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법원은 재판소원 도입 시 연간 1만5000건에 달하는 사건이 추가 접수될 것으로 보여 인력 및 예산 확충 논의가 재판소원제 도입 논의와 병행됐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연합뉴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