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가 안정 최우선…업계에 가격 인하 압박
유가·환율 변수…상승 시 수익성 악화 불가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설탕이 진열돼 있다.ⓒ뉴시스
정부의 물가 안정 압박에 유통·식품기업들이 주요 생필품 가격을 인하한 가운데 중동 리스크 확대로 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환율 상승과 물류비, 해상 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가격 인하 기조를 유지할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가격 인하 압박을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밀가루와 설탕에 이어 전분당의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하자 제당·제분·전분당 업체들은 잇따라 가격을 인하했다.
가공식품의 주요 원재료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제빵업계 역시 선제적으로 가격 조정에 나섰다.
파리바게뜨는 오는 13일부터 빵과 케이크 등 제품 11종의 가격을 인하하고,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도 빵과 케이크 등 17종의 공급가를 평균 8.2% 내렸다.
또한 이 대통령이 올 초 “생리대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지적한 이후 유통·제조업계 전반에서 ‘초저가 생리대’ 출시 및 할인 경쟁이 잇따르고 있다.
쿠팡에 이어 홈플러스가 개당 99원 수준의 파격적인 가격으로 생리대를 선보였고 유한킴벌리, LG유니참, 깨끗한나라 등도 가격대를 낮춘 제품들을 출시했다.
아성다이소는 깨끗한 나라와 오는 5월 기존 판매가 대비 최대 60% 낮은 가격대의 생리대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이 일부 품목을 넘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밀가루와 전분당 가격이 인하되면서 이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라면과 제과업계가 다음 타깃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제는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 사태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고 원·달러 환율도 1500원선을 위협하며 요동치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은 해상·항공 운임, 운송비 등 물류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고,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제품으로 만드는 포장재 비용도 늘어난다.
환율 역시 수입 원재료 가격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상승할 경우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정부의 압박과 외부 변수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대외 변수로 원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이를 제때 반영하지 못하면 수익성 악화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익성 방어를 위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구조는 원재료 외에도 유가와 환율 등 외부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면서 “정부의 정책 기조에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기도, 그대로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외 환경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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