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준칙 도입 “더는 못 미룬다”…국가 재정의 골든타임 [지출의 역습③]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6.03.11 10:28  수정 2026.03.11 10:28

재경부·기획처 재편 이후 재정준칙 법제화 다시 부상

선진국 대부분 재정준칙 운영…한국만 제자리

IMF·OECD “고령화 지출 증가 대비한 대책 필요”

정부 재정 운용 기준을 제도화하는 ‘재정준칙’ 도입 논의가 다시 정책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챗지피티

대한민국 재정 운용을 둘러싼 정책 논쟁의 중심에 다시 ‘재정준칙’이 올라섰다. 경기 대응과 산업 투자 확대를 위해 확장 재정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증가하는 재정 지출을 관리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국내외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 투자 확대, 복지 지출 증가 등을 반영해 2026년 예산 총지출을 약 728조원 규모로 편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8.1% 증가한 수준이다.


재정 확대와 함께 재정 지표 변화도 예상된다. 정부 중기 재정 전망에 따르면 2026년 관리재정수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4.0% 수준의 적자가 예상된다. 국가채무 비율 역시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확장 재정이 경기 대응 수단으로 활용되는 상황에서 재정 운용의 기준을 제도적으로 명확히 하는 ‘재정준칙(fiscal rule)’ 도입 논의가 다시 정책 의제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고령화 속도 빠른 한국…국제기구 “재정 부담 증가 가능성”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경제 연례 협의에서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 증가 가능성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IMF는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는 현재까지는 재정 대응 여력이 충분하지만 고령화에 따른 연금과 의료, 장기요양 관련 지출이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재정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정 지출 관리와 함께 재정 운용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한국의 인구 구조 변화가 재정에 미칠 영향을 지적하고 있다. OECD는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향후 공공재정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금과 의료, 장기요양 등 고령화 관련 지출이 중장기적으로 재정 구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가채무 증가 역시 주요 관찰 지표로 꼽힌다. 정부 전망에 따르면 국가채무 비율은 2026년 약 51.6%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준칙은 국가채무와 재정적자 관리 기준을 제도적으로 설정하는 재정 운용 장치로 논의되고 있다. ⓒ제미나이
재경부·기획처 재편 이후 재정 운용 논의 확대


올해 1월 정부조직 개편으로 기획재정부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재편됐다. 재정경제부는 거시경제 정책과 세제, 국제금융 정책 등을 담당하고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과 재정 관리 기능을 맡는다.


조직 개편 이후 재정 정책 운용 방향을 둘러싼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재정준칙 법제화 논의 역시 이러한 정책 환경 속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재정준칙 관련 법안이 제출돼 논의가 진행 중이다. 재정준칙 논의는 국가채무와 재정적자 수준을 일정 기준 내에서 관리하는 재정 규율 체계를 법률로 명확히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정준칙 도입 논의는 국제적으로도 일반적인 정책 흐름으로 평가된다. OECD에 따르면 다수의 선진국은 법적 재정 규율 또는 재정준칙을 운영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연금·의료·장기요양 지출 증가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장기 재정 관리 체계 구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 운용 기준을 제도화하는 재정준칙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제미나이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재정 정책 연구에서 재정 운용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KDI는 “재정 정책 분석 자료에서 재정준칙이 정부 재정 운용의 예측 가능성과 정책 신뢰도를 높이는 제도적 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재정 정책은 경기 대응과 산업 투자 확대라는 정책 목표와 함께 재정 건전성 관리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특히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지출 증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장기 재정 관리 체계 구축 필요성도 정책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재정 전문가들은 재정 정책의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재정 관리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재정 정책이 경기 대응 기능과 함께 중장기 재정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됐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재정준칙은 재정 지출을 단순히 제한하는 제도라기보다 재정 운용의 기준을 제도화하는 장치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고령화로 재정 지출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정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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