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중소기업 숨 가쁘다"…은행권, 건전성 관리 비상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3.13 07:04  수정 2026.03.13 07:04

배럴당 100달러 상회에 불안 ↑

5대 은행 기업대출은 850조 돌파

리스크 위해 평가 시스템 개편 나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자 국내 은행권의 기업대출 건전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연합뉴스

중동 사태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자 국내 은행권의 기업대출 건전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 선을 오르내리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저하된 중소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제 유가의 벤치마크인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한국 시간 기준 전날 오전 다시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섰다.


앞서 전략비축유 방출 결정과 전쟁 조기 종식 낙관론에 힘입어 배럴당 87.8달러까지 급락하기도 했지만, 공급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사흘 만에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 가격의 가파른 등락은 국내 기업들의 경영 환경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특히 제조 및 물류 비용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들은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에 즉각 반영하기 어려워 현금 흐름에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이같은 흐름은 국내 은행권의 기업대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854조328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사이 약 7조원 가까이 불어난 규모다.


기업들이 경영 유지를 위한 운전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 문을 두드린 결과로 풀이된다.


고유가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대출로 연명하는 기업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대출 규모가 커지는 만큼 부실 위험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기업대출 연체율은 0.59%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기업(0.12%)과 중견·중소기업(0.72%) 간의 격차가 뚜렷한 모습이다.


중소기업 연체율은 1년 전보다 0.14%포인트(p) 상승한 0.78%를 기록했고, 개인사업자 역시 0.63%까지 치솟았다.


고금리 환경에서 고유가라는 추가 악재까지 겹치면서, 한계 기업을 중심으로 상환 능력이 임계치에 도달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건전성 악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생산적 금융 압박은 이어지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은행연합회와 6대 은행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장기적이고 자발적인 생산적 금융 참여를 독려했다.


상반기 중 추가 간담회도 예정되어 있어 은행권의 심리적 부담은 더욱 커진 상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은행권은 기업 대출 포트폴리오를 재정립하고 은행별 대안 평가 시스템 구축 등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신한은행은 '기업 성장성 신용평가' 모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력은 있으나 당장 실적이 미비한 혁신 기업의 잠재력을 포착해 리스크를 분산하겠다는 취지다.


농협은행 역시 비재무적 요소를 정교하게 분석하는 '벤치마크 모형'을 전면 개선했다.


방대한 데이터 기반의 자동 산출 시스템을 통해 심사역의 주관적 판단을 보완하고, 객관적인 지표에 근거해 유망 기업에 자금을 적기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제유가 위기는 외부 변수에 의한 외생적 요인이 크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문턱은 낮추고, 은행의 자산 건전성은 선제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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