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물 7.6만건…강남·한강벨트 물량 ‘집중’
현금 여력 없인 거래 난망, 외지인 투자수요 발길 뜸해져
“5월부터 매물 잠김 우려 본격화…세제 밸런스 맞춰야”
ⓒ뉴시스
서울 강남권 및 한강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급매가 늘고 고가 아파트도 가격이 조정되는 등 집값 상승세도 둔화하는 모습이지만 전반적으로 거래는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12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6638건으로 한 달 전 대비 22.9% 증가했다. 올 1월과 비교하면 5만6375건에서 35.9%나 늘어난 수준이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남3구와 한강벨트 등 서울 핵심지 중심 물건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강남구는 같은 기간 8584건에서 1만44건으로 한 달 새 17.0% 늘며 매물이 1만건 이상 쌓였다.
송파구는 한 달 전보다 28.1% 늘어난 5719건, 서초구는 같은 기준 24.0% 증가한 8935건으로 집계됐다. 강남3구 매물만 더해도 2만4698건에 이른다.
한 달 전 대비 매물 증가폭이 가장 두드러진 지역은 강동구(4291건·41.7%)로 성동구(2227건·41.5%), 성북구(2321건·37.4%), 동작구(2010건·37.0%), 마포구(2219건·29.2%)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서울 핵심지로 분류돼 정부 규제에도 신고가를 기록하던 이들 지역의 매물 적체가 가팔라지는 건 오는 5월 9일로 예정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조치가 영향을 미쳤다. 다음날인 10일부터 양도세가 중과되면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는 최대 82.5%의 중과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비거주 1주택에 대한 세제 강화를 언급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지인 투자수요의 발길도 뜸해지는 분위기다.
실제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외 지역 거주자의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 매수 건수는 3917건으로 조사됐다. 한 달 전 4613건 대비 약 15.1% 줄어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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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은 쌓이고 있지만 실제 거래는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이다. 매수 우위 시장으로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집값이 더 떨어질 거란 기대감이 남아있는 데다 대출규제가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다주택자 매물을 무주택자가 사들일 경우 한시적으로 ‘갭투자’(전세 낀 매매)를 허용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당장 실거주 목적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실수요자들은 세입자 때문에 입주가 불가하고 세입자 퇴거 시 보증금도 전액 반환해야 한다.
문제는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때 대출 한도가 원칙상 최대 1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금 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다주택자의 세 낀 매물을 매매하긴 쉽지 않다.
업계에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전까지 주택을 처분하려는 집주인들의 움직임이 반짝 분주할 것으로 내다본다. 양도세 중과 시행과 더불어 정부가 보유세 인상 카드까지 꺼내들 경우, 매물 잠김이 본격화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배워야겠다고 언급한 싱가포르의 경우 자국민 1주택을 제외하고 외국인이나 다주택자는 사기 어렵게, 그러면서도 팔거나 물려주는 건 쉽게 설계돼 있다”며 “중요한 건 세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인데 보유세를 올릴 거라면 적어도 양도세와 상속세, 증여세는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유세만 올려 취득세와 양도세까지 모두 중과하는 실험적인 세제 정책은 과거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며 “비거주 1주택에 대한 세제 강화를 추진하겠다면 비과세 공제금액 기준과 누진세율 구간도 물가 상승을 고려해 함께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5월 9일 직전까지는 매도 물량이 지속 증가하겠지만 그때까지 매도하지 못한 다주택자는 장기 보유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매물 잠김이 점차 가시화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하향 안정화를 보일 수 있으나 올해 입주물량 감소와 규제 불확실성 등이 맞물리면서 거래량 급감, 가격 보합 및 완만한 상승세가 공존하는 교착상태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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