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 모양부터 걸음걸이까지…‘언더커버 미쓰홍’ 하윤경이 완성한 고복희 [D:인터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3.15 08:24  수정 2026.03.15 08:24

고통스럽게 캐릭터 고민하던 이전과 달라… ‘언더커버 미쓰홍’ 촬영하며 재밌게 연구하는 방법 터득해

배우 하윤경이 ‘언더커버 미쓰홍’ 속 고복희를 통해 차갑고 영악해 보이지만 속은 누구보다 여리고, 가볍게 웃다가도 깊은 상처를 드러내는 인물을 맡아 극의 결을 바꿨다.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 하윤경은 복희가 단순히 기능적인 인물이 아니라, 배우로서 세세하게 만져볼 수 있는 캐릭터라는 점을 직감했다고 했다. 술술 읽히는 대본,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역할, 그리고 박신혜(홍금보 역)와의 호흡까지. 그에게는 다 마음에 드는 조건이었다.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처음에 그냥 대본이 술술 읽혔어요. 그래서 재밌다 싶었죠. 그다음에 보게 되는 건 결국 제 캐릭터잖아요. 복희가 굉장히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인물이라 걱정도 되면서 한편으로는 이걸 재미있게 만들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게다가 박신혜 선배님이 제 파트너처럼 붙는 역할이라고 하셔서요. 원래도 꼭 한 번 작업해보고 싶었던 선배님이었거든요. 너무 다 마음에 드는 조건이니 그럼 해야겠다 싶었죠”


대본 속 복희는 이미 입체적인 인물로 설계돼 있었지만 하윤경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글로 설명된 성격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고, 시청자가 자꾸 눈길을 주게 되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위트와 애절함, 새침함과 사랑스러움, 미움과 연민이 동시에 존재하는 쪽으로 인물을 그려갔다고 한다.


“저는 이 친구를 좀 더 보고 싶게끔 만드려고 했어요. 위트 있고 재미있는 캐릭터인데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면서도, 동시에 굉장히 마음을 가게 하는 애절한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무엇보다 이 친구가 미움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밉지 않고, 미운데 밉지 않은 그런 면을 많이 살리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복희를 만드는 데 특별한 레퍼런스를 정해두지는 않았다. 대신 주변에서 힌트를 얻었다. 겉으로는 세고 화려해 보이지만 속은 누구보다 여린 사람들, 말은 거칠지만 정은 깊은 사람들. 하윤경은 그런 ‘언니들’을 떠올리며 고복희의 표정과 결을 쌓아갔다.


“저는 주변에서 많이 힌트를 얻는 편이거든요. 그런 언니들이 있어요. 되게 까칠하고 말 막 하는데 정이 엄청 많은 언니들. 겉으로는 화려하고 세 보여도 제일 여리고 남자한테 다 퍼주고, 속은 진짜 약한 언니들 있잖아요. 그런 언니들을 상상하면서 만들어 간 것 같아요”


그렇다고 고복희가 완전히 타인의 관찰로만 빚어진 인물은 아니다. 하윤경은 자신 안의 방어적인 결도 끌어왔다. 어릴 적 조금은 염세적이고 방어적이었던 시절의 정서까지 끌어와 복희의 벽을 세웠다. 그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고 봤다.


“저는 사람을 되게 좁고 깊게 사귀는 면이 있어요. 처음에는 벽이 있는 거죠. 그런데 그 벽이 허물어지면 다 주는 스타일이에요. 어릴 때는 조금 까칠한 성격도 있었던 것 같아요. 남한테 막 까칠하게 행동한다기보다는 조금 염세적이고 마음의 문을 많이 닫고 살던 때가 있었죠. 복희를 만들면서 그런 옛날의 정서, 방어적인 면들을 좀 끌고 왔던 것 같아요. 내가 안 그랬을 때와 지금의 나,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에서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많이 곱씹어봤어요. 복희의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게 디테일하게 표현되면 많이 공감을 받지 않을까 싶었죠”


싱크로율을 묻자 그는 60%라고 답했다. 복희처럼 가면을 재빠르게 갈아끼우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의리를 중요하게 여기고 빚지고 못 사는 성격은 닮았다고 했다. 받은 만큼 꼭 돌려줘야 한다는 부모의 가르침이 몸에 밴 덕에, 밥 한 번 얻어먹으면 반드시 다시 사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라는 고백도 덧붙였다.


“복희는 가면을 진짜 잘 쓰잖아요. 탁탁 바꿔서. 저는 그런 건 잘 못해요. 오히려 사회생활을 해야 되면 진심처럼 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야 티도 안 나고, 제 시간과 노력도 안 아깝고요. 그런데 비슷한 건 있어요. 누군가를 사귈 때 조금 벽이 있다가 딱 허물어지는 순간 다 내주는 거요. 그리고 의리를 되게 중요하게 생각해요. 사람은 그런 걸로 서로 믿고 버틴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저는 빚지고 못 사는 스타일이에요. 밥 한 번 얻어먹으면 무조건 사야 돼요. 부모님이 어릴 때부터 받은 만큼 꼭 돌려줘야 한다고 가르치셔서, 그건 약간 강박처럼 있는 것 같아요”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하윤경은 인물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공감’을 꼽았다. 아무리 극적인 인물이라도 시청자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인물이 주어졌을 때 그 틈을 메우는 것이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 사람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왜 이런 표정과 말투를 쓰는지를 설득하는 작업이 연기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저는 일단 공감이 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귀신이나 사이코패스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지금 영화와 드라마는 결국 우리 일상을 보여주는 거잖아요. 인물이 이질적이거나 납득이 안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납득하기 어려운 인물들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걸 최대한 메꾸고 채우고 만드는 게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 인물이 이 말을 하는 게 납득이 가게 하려면 나는 어떤 표정과 어떤 말투와 어떤 정서를 가지고 해야 될까, 그 부분인 것 같아요”


그 철학은 고복희를 구축하는 디테일 작업으로 이어졌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걸음걸이도 그중 하나다. 하윤경은 복희라는 인물의 체면과 사회생활의 흔적, 자신감과 경계심이 동시에 보이는 걸음걸이를 직접 만들어냈고, 감독은 그 선택을 알아보고 풀샷으로 강조했다. 배우가 만든 디테일을 연출이 받아주는 순간이 얼마나 짜릿한지도 함께 전했다.


“걸음걸이도 다 준비를 했어요. 처음에 그걸 했을 때 감독님이 갑자기 저를 따로 부르시는 거예요. ‘그 걸음걸이, 원래 네 걸음걸이야? 네가 만든 거야?’ 이러시는데 제가 순간 괜히 했나 보다, 너무 과했나 보다 싶어서 ‘하지 말까요? 원래는 이렇게 안 걷긴 하는데…’ 했죠. 그랬더니 너무 좋아서 그런다면서 디테일을 살려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풀샷으로 시작하지 않아도 되는 신도 제 걸음걸이를 보여주려고 풀샷을 잡아주시고, 편집도 그렇게 해주시고. 배우가 만들어 가는 걸 감독님이 픽해주시는 게 너무 감사했죠”


말투에도 공을 들였다. 그동안 맡아온 전문직 캐릭터들과는 분명히 다른 결을 내고 싶었다고 한다. 복희는 오랜 사회생활 속에서 여러 겹의 가면을 익힌 인물이라고 봤고, 그래서 웃는 얼굴로도 상대를 흔들 수 있는 자신만의 필살기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사투리를 넣지 않기로 한 판단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199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하지만,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이야기처럼 다가와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말투도 최대한 그동안 했던 전문직들과는 다른 말투를 쓰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서울 사투리를 구현하는 건 안 하기로 한 게 있었고, 저도 하고 싶지 않았고요. 지금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것처럼, 시대는 다르지만 우리 주변에 있었던 이야기처럼 가져가고 싶었어요. 대신 복희만의 말투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죠. 평생 사회생활하면서 가면을 여러 겹 쓰며 완전 다른 사람처럼 할 줄 아는 이 아이만의 필살기처럼, 생글생글 웃으면서 자기가 할 말 다 하는 말씨요. 그래서 어미를 올려서 말하는 말투를 만들었어요. 손짓도 새침한 손짓을 많이 하려고 했고요”


그가 말한 그 시대의 느낌은 말투와 딕션, 그리고 외형으로도 이어졌다. 다른 인물들이나 공간은 90년대 후반의 분위기를 강하게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복희에게서 시대감이 느껴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딕션을 일부러 더 세웠고, 어려운 경제 용어가 많은 드라마의 특성상 귀에 잘 꽂히는 전달력도 함께 챙겼다. 메이크업과 의상 역시 직접 많이 찾아봤다고 한다.


“복희한테서 시대적인 느낌이 좀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90년대 후반은 지금과 엄청 다르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말투도 그렇고, 딕션을 일부러 더 많이 살렸어요. 뭔가 복고적인 느낌이 명확한 딕션에서 나올 수도 있겠다 싶었고, 주식이나 경제 용어가 많이 나오니까 귀에 팍팍 잘 꽂히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메이크업이나 의상도 엄청 찾아봤어요. 생각보다 그때 스타일이 안 촌스럽고 되게 세련됐더라고요. 그대로 가면 오히려 시대감이 안 날 수 있으니까, 스카프를 하거나 롱스커트로 왕언니 느낌을 주고, 거의 9대1에 가까운 머리, 갈매기 눈썹, 웜톤 메이크업 같은 포인트를 줬죠”


특히 갈매기 눈썹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처음엔 어울리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막상 해보니 의외로 잘 어울렸고 지금도 일자 눈썹을 하면 어색할 정도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저는 솔직히 ‘현타’ 올 줄 알고 밀었는데 잘 어울리는 거예요(웃음). 그래서 진지하게 하고 다닐까 생각도 했어요. 지금은 일자 눈썹 하면 너무 어색해요. 그래서 살짝 앞으로 바꿨어요. 갈매기와 일자의 절충 같은 느낌으로요”


현장에서 나온 애드리브는 복희의 생동감을 더했다. 돈다발이 방 안에 가득 쌓인 장면을 찍을 때, 하윤경은 “복희라면 하나쯤은 꿈칠 것 같다”고 직감했다. 그래서 돈다발 하나를 몰래 숨기는 애드리브를 했고, 이를 박신혜가 노룩으로 다시 뺏는 애드리브로 받아치면서 장면이 완성됐다. 두 사람 다 즉흥이었지만, 감독은 그 장면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돈이 방 안 가득 쌓여 있는 걸 보니까 진짜 기분이 좋더라고요(웃음).이런 걸 처음 본다는 재미도 있었고, 이만큼의 돈이 있으면 무슨 일을 할까 상상하는 재미도 있었죠. 그러다가 ‘복희라면 이걸 그대로 두고 나갈까? 하나 정도는 티도 안 나게 빼먹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하나 숨기는 애드리브를 했는데 감독님이 너무 좋아해주셨고, 신혜 언니가 또 애드리브로 노룩으로 그걸 다시 빼서 놓는 연기를 해준 거예요. 둘 다 애드리브였는데 그 장면이 담겨서 너무 재밌게 나왔고, 팬분들도 되게 좋아해주셨어요”


감정신은 생각보다 쉽게 흘러나왔다는 설명이다. “감정 연기는 언제나 부담이 있죠.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어렵지가 않았어요. 미숙(강채영 분)의 유서를 읽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엄청 감정신이잖아요. 그런데 유서를 딱 펼치자마자 눈물이 바로 나더라고요. 신혜 언니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끝까지 울려고 했던 건 아닌데 감정이 너무 올라왔어요. 오히려 시청자 감정보다 앞서가면 어떡하지, 과해 보이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그게 또 우리의 진심이었고 복희와 금보가 실제로 느꼈을 감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박신혜와의 호흡은 그 감정선을 더욱 든든하게 받쳐줬다. 두 사람은 대사가 틀리지 않는 이상 거의 한 테이크 만에 오케이를 받았고, 리허설도 길게 필요 없을 정도로 합이 좋았다고 한다. “신혜 언니랑은 너무 잘 맞아서 대사만 틀리지 않으면 그냥 한 테이크에 다 오케이였어요. 리허설도 따로 많이 할 필요 없이 그냥 찍어도 바로 좋은 장면이 나오고요. 항상 언니랑 신이 붙는 날은 마음이 편한 날이었어요. 기숙사 친구들도 정말 너무 착하고 성격이 좋아서 4명이 진짜 자매처럼 맨날 웃고 울고 하면서 찍었던 것 같아요. 감정신 있을 때 서로 울어주고 도와주고, 재미있는 신도 같이 아이디어 내면서 찍고. 이런 팀 만나는 것도 복이죠”


실제 여학생 기숙사 생활을 해본 적 없는 그에게 그 현장은 하나의 로망을 실현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공학 학교만 다녔고, 여자들끼리 으쌰으쌰하는 단체 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는데, 작품을 통해 잠깐이나마 그 기분을 맛봤다는 것. 어린 배우들의 해맑은 기운을 받으며 자신도 덩달아 여고생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저도 공학만 다녔고 그런 단체 생활 경험이 없어서, 여자들끼리 같이 무언가를 하는 데 대한 로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좋은 경험이었어요. 진짜 약간 여고생이 된 것 같은 느낌? 맨날 까르르까르 웃을 일이 많지 않잖아요. 그런데 노라(최지수 분)랑 미숙이를 연기한 친구들이 너무 해맑아서 같이 막 웃으면서 촬영하는 게 되게 좋았어요”


촬영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왕언니 노릇도 하게 됐다. 극 중 노라가 자신을 무서워하듯, 실제로도 후배 배우가 기가 죽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윤경은 그런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으려 했고, 복희 같은 바이브를 유지하면서도 현장에서는 기를 북돋아주는 쪽을 택했다.


“노라 같은 경우에는 실제로 저를 무서워했어요. 초반에 ‘언니, 저 기죽어서 연기를 못하겠어요’ 이러더라고요. 그런데 그만큼 이입을 많이 하는 친구인 거예요. 제가 화를 내면 진짜 눈이 흔들려요. 그런데 그게 또 역할에는 잘 맞는 거죠. 촬영 안 할 때는 최대한 기죽지 말라고, ‘야 막 해,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이렇게 얘기해줬어요. 신인에 가까운 친구들은 연기를 너무 잘해도 자신감이 없어서 못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하윤경은 여성 서사를 끌고 가는 작품들, 걸크러시적인 결이 있는 캐릭터들이 잘 어울린다는 걸 본인도 느낀다고 한다. 평소 성격도 시원시원한 편이고, 여자 팬이 훨씬 많다는 점도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이런 역할이 많이 오기도 하고, 제가 제 입으로 이유를 말하긴 어렵지만 잘 어울리나 봐요(웃음). 제 평소 성격도 시원시원한 편이고요. 감독님들이 그런 점들을 장점으로 봐주시는 것 같고, 저도 그런 역할을 할 때 편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여자 팬분들이 훨씬 많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 것도 비슷한 맥락 아닐까 싶어요”


시청자 반응은 생생하게 체감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작품 이후에는 또래보다 중장년층이 더 많이 알아봐준다는 변화가 반갑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거리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봄날의 햇살’이다. 그러나 그는 이 별명을 전혀 부담스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까지 기억해주는 것이 감사하다는 것이다.


“팬분들이 반응을 많이 얘기해 주세요. 버블(유료 소통 플랫폼)로 이런 기사 올라왔다, 이런 반응 있었다고 말해주니까 너무 감사하죠. 팬분들에 대한 감사함은 항상 가지려고 해요. 보여지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결국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 일을 할 수 있잖아요. 심지어 나를 픽해서 나한테 시간을 써주는 사람들이니까요. 그게 당연해지지 않으려고 해요. 저도 팬이 엄청 많고 이런 건 아니지만 그래서 더 소중한 걸 수도 있고, 항상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싶어요. 길에서 알아보시는 분들도 예전엔 또래나 어린 친구들이 많았는데, 이 작품 방영되고 나서는 어머니 아버님들이 엄청 많이 알아봐주시더라고요. 그런데 또 부르는 건 ‘봄날의 햇살’이에요. 저는 그 별명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해요. 너무 좋은 꼬리표고, 이미 3년이 넘었는데 지금까지 기억해주시는 게 참 신기하고 좋죠. 처음에 ‘봄날의 햇살’로 주목받았을 때는 부담이 있었어요. 내가 표정이 안 좋으면 사람들이 실망할 것 같고, 내가 안 웃으면 너무 싸늘해 보이는 게 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무도 그렇게까지 관심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전혀 신경 안 쓰고 더 편하게 다녀요. 어머님들이 사진 찍자고 하면 ‘쌩얼인데 안 돼요’ 하면서 장난도 치고요(웃음). 그리고 복희로 보여드렸을 때 ‘봄날의 햇살 생각 안 난다’, ‘못 알아봤다’ 이런 반응들이 너무 좋았어요. 그 꼬리표를 깨나가는 재미도 있는 것 같아요”


작품의 결말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복희는 캘리포니아로 가지 않아요. 그런데 그 이유가 저는 너무 좋았어요. 그곳이 복희에게는 도피처였는데, 이제는 도피처를 찾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된 거잖아요. 미국은 이제 여행지인 거예요. 그리고 자기가 잘못한 것에 대한 처벌도 받고, 족쇄도 없어졌고, 사랑하는 친구들도 생겼고요. 그래서 저는 되게 만족하는 엔딩이라고 생각해요”


첫 회보다 훨씬 큰 분량과 중심 서사를 맡게 된 이번 작품은 하윤경에게도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부담은 크지 않았어요. 이 역할을 만들어가는 게 너무 재미있었고, 내가 매력 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있었거든요. 다만 16부작이고 끝까지 중요한 서사에서 이 친구가 끌고 가야 한다는 건 있었어서 숲을 많이 보려고 했어요. 이 장면에서는 금보한테 몰아줘야 되고, 이 장면에서는 내가 보여야 되고, 이 장면에서는 노라가 보여야 되고. 그런 밸런스를 많이 생각하면서 연기했죠. 이전 작품들보다 훨씬 전체를 보게 된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그는 ‘언더커버 미쓰홍’을 재미있게 고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운 작품이라고 돌아봤다. 예전에는 역할을 붙들고 고통스럽게만 고민했다면, 이번에는 고민 자체를 조금 더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역할이 화사하고 생기 있었던 덕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방식을 조금은 바꿔놓은 경험이었다. “예전에는 항상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그런 식으로 고통스럽게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복희를 하면서 재미있게 고민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운 것 같아요. 역할에 상관없이 조금 즐기면서 역할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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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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