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힙' 열풍이 낮춘 독서 진입장벽
전반적인 분위기 전환 위해선 제도적 노력 필요
‘텍스트힙’(독서는 힙하다) 열풍이 젊은층, 특히 20대 독자들의 독서 관심을 끌어낸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 외의 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책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을 더 ‘깊게’ 파고드는 노력은 이어지지만, 이제는 관심이 없던 ‘비독자’를 ‘독자’로 전환하는 노력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2025 서울국제도서전ⓒ데일리안 DB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국민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38.5%, 종합독서량은 2.4권으로 집계됐다. 성인의 종합독서율은 2013년 71%를 기록한 이후 쭉 하락세를 보이긴 했으나, 40%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25년이 처음이다. 매년 ‘최저’ 기록을 경신하며 ‘독서율 하락’ 분위기의 심각성을 실감하게 한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유의미한’ 성과를 보인 세대는 20대다. 20대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75.3%로, 2023년 74.5%보다 0.8%p 상승했다. 숫자로는 미미하지만, 독서율이 상승한 ‘유일한’ 세대로, ‘텍스트힙’ 열풍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이어진다.
지난해 15만명의 유료 관람객이 몰려 화제가 됐던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20대부터 30대 여성들의 참석이 두드러졌다”는 증언이 이어졌으며, 필사 또는 ‘병렬독서’ 등 독서 트렌드를 주도하며 출판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가 지난해 말 발간한 ‘독서 트렌드 리포트 2025’에서도 젊은층의 ‘관심’은 확인된다. 출판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0권을 가장 많이 읽는 독자층이 20대로 나타나, Z세대가 고전을 ‘트렌디한 텍스트’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 독파민(독서 도파민), 오독완(오늘의 독서 완료) 등 독서 관련 신조어가 확산되고, 마음에 남는 문장을 직접 옮겨 쓰는 ‘필사’ 책을 함께 읽고 감상을 나누는 ‘교환 독서’ 등이 1020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의견도 이어졌었다.
즉, ‘텍스트힙’ 열풍에 대해 ‘반짝 관심에 그칠 것이다’, ‘책보다 굿즈, 행사 등에 집중된 관심’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이어졌음에도 결국엔 20대 독자들의 관심만큼은 확실하게 유도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동시에 그 외 독자들의 호응을 끌어내는 것은 출판계의 명확한 과제가 됐다. 40대의 연간 독서율은 41.0%로 2023년보다 6.9%p, 50대는 26.9%로 10.%p 떨어져 40~50대 독자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해졌으며, 학생의 종합독서율은 94.6%로 여전히 높지만 ‘책 읽는 것이 재미있어서’(28.3%) 독서를 한다는 답변보다는 ‘학업’에 필요해서 책을 접하는 사례가 30%로 더 많았다.
출판사 겸 서점을 운영 중인 한 관계자는 “‘독서율’ 증가와 같은 큰 목표는 개별 출판사나 서점의 노력 만으로 힘들다”라고 말했다. 책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각종 이벤트를 여는 등 출판사와 서점의 노력이 이어지면,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어린이, 청소년 독자들을 위한 독서 교육 문제 등 '큰 그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물론, ‘비독자’를 독자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이뤄진다. 독서 문화의 진흥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규정, 국민의 균등한 독서 문화 활동 기회를 보장하며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독서문화진흥법은 기본, 최교진 교육부 장관,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유시춘 EBS 이사장, 시인 박준 등 각계 인사가 참여한 독서국가 추진위원회도 출범식을 가졌다.
영상 콘텐츠가 활발하게 제작되며 ‘텍스트’가 주는 재미는 희미해지고, AI(인공지능)이 ‘정보’까지 장악 중인 요즘, 개개인의 노력보다는 독서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것에 대해선 다수가 동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국회 교육위원장)은 출범식에서 유아기부터 고등학교까지 단계별 독서교육 체계를 담은 생애주기별 독서정책 로드맵을 발표하며 “AI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정답을 맞히는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니라, 책을 매개로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라며 “독서국가는 단순한 교육정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할 국가 아젠다”라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