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채안펀드 20조 증액 포함 시장안정프로그램 보강 검토
IBK운용 여전채 발행사 회의…자금시장 상황 점검 움직임
전문가 “시장 안정 효과 기대”…정책 개입 따른 가격 왜곡 우려도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시장 리스크 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금융당국이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증액을 포함한 시장 안정 대책 검토에 들어갔다.
다만 현재 채권시장은 아직 신용경색 국면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실제 가동 여부와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중동 지역 지정학 리스크 확산에 따른 자금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채안펀드 규모 확대를 포함한 시장안정프로그램 보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관계기관 회의를 통해 채안펀드 확대 가능성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3일 금융위원회는 금융정책국장 주재로 관계기관과 시장안정프로그램 확대회의를 열고 최근 자금시장 동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시장 상황이 악화할 경우 현재 최대 20조원 규모인 채안펀드 운용 한도를 추가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채안펀드는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회사들이 공동 출자해 회사채와 여전채 등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장치다.
채권시장 경색으로 기업 자금조달 여건이 급격히 악화할 경우 발행시장 유동성을 공급해 금리 급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채권시장에서는 시장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채안펀드 모펀드 운용기관인 IBK자산운용은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전채 발행사를 대상으로 회의를 열고 자금 조달 여건과 시장 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채안펀드 가동 시 필요한 자금 규모와 대상 등을 파악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현재 상황을 채안펀드가 즉각 가동될 정도의 위기 국면으로 보지는 않는 분위기다.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서도 회사채와 여전채 등 크레디트 채권의 신용 스프레드는 크게 확대되지 않는 등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채안펀드 확대가 채권시장 안정에는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채안펀드 규모가 확대되면 채권을 매입해 금리 상승을 완화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지는 만큼 채권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채권시장 금리 상승에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과 투자 심리 위축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채권연구센터장은 “최근 시장 금리 상승에는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과 함께 투자 심리 악화가 영향을 미친 측면도 있다”며 “채안펀드는 이런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고 투자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장치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 자금이 채권시장에 투입될 경우 시장 가격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정책기관이 회사채 시장에 직접 개입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시장 안정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용 스프레드가 인위적으로 축소되면서 시장의 위험가격 형성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구에서도 기업채 매입 프로그램이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하는 효과는 있지만 정책 개입이 반복될 경우 투자자들의 위험 인식이 왜곡되거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은 “채안펀드는 위기 상황에서 시장 불안을 완화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지만 실제 가동 여부는 채권시장 경색 정도와 금융시장 전반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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