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에 멈춰선 금리 시계
널뛰는 유가·환율에 한은 딜레마
19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국제유가가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경계하며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했다.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한국은행 역시 고환율과 고물가로 인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19일 미 연준에 따르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3.50~3.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문에는 "중동 전개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불확실하다"는 문구가 새롭게 삽입되며 전쟁 리스크를 공식화했다.
표결 결과는 11대 1로, 대다수 위원이 동결에 뜻을 모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단기적으로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겠지만, 그 충격의 범위와 지속 기간을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밝혔다.
특히 관세 충격에 이은 중동발 유가 상승이 경제 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 사항으로 꼽았다.
파월 의장은 "전쟁의 영향은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면서도 "최근 몇 주간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상승했는데, 이는 공급 차질에 따른 유가 급등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 폭은 더욱 좁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금리를 동결한 상황에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릴 경우, 현재 상단 기준으로 1.25%포인트인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져 자본 유출과 환율 상승 압박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외환시장은 이미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이날 이란의 에너지 시설이 공격받고 이란이 보복을 예고하면서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100달러 육박하며 마감했다.
이에 따른 위험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1.9원 오른 1505.0원에 개장했다.
이후 1500원을 등락하다 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17.9원 오른 1501.0원에 마감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 경제 특성상, 고유가는 무역수지 악화와 국내 물가 상승으로 직결된다.
NH금융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이란 전쟁이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환율이 1500원을 상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도 유가 방향에 따라 환율이 1550원선까지도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통상 중앙은행은 유가 상승과 같은 일시적 공급 충격에는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고물가 압력과 관세 이슈가 맞물린 현재 상황은 다르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은 입장에서는 환율 방어와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유지해야 하지만, 경기 침체 우려를 생각하면 고금리를 지속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이날 중동 상황과 연준 FOMC 회의 결과를 점검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연준 통화정책 경로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졌다"며 "중동지역 정세 불안 지속 등 대외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내 금융·외환시장에서도 높은 변동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각별한 경계감을 가질 것"이라며 "필요시 시장안정화 조치 등을 통해 적기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 연준이 점도표를 통해 연내 한 차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물가가 안정된다는 전제 조건이 붙은 것"이라며 "환율 변동성이 크다보니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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