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후반부에 보장 금액 몰아 받는 방식 활용
김광현은 정반대, 샐러리캡 피하기 위한 묘수
두산은 샐러리캡 초과 피하기 위해 양의지의 보장 금액 비중을 계약 후반부에 실었다. ⓒ 뉴시스
두산 베어스 안방마님 양의지(39)가 무려 42억원의 연봉을 받으며 2026시즌 KBO리그 ‘연봉 킹’ 자리를 꿰찼다. 이는 2022년 SSG 김광현이 기록한 81억원에 이은 역대 단일 시즌 연봉 2위에 해당하는 액수다.
양의지는 2023시즌을 앞두고 친정팀 두산과 4+2년 최대 152억원이라는 초대형 FA 계약을 맺었다. 양의지는 계약 첫 해 고작 3억원의 연봉만 받았고, 이듬해 5억원, 지난해에는 16억원을 받은 뒤 보장 계약이 끝나는 올해 42억원을 받는다. 양의지는 올 시즌 후 FA 재자격 행사가 가능한 옵트아웃을 행사할 수 있고, 계약을 유지할 경우 2년간 42억원(인센티브가 포함)의 계약이 다시 발동된다.
어째서 이와 같은 계약 형태가 만들어졌을까. 이는 샐러리캡을 맞추기 위한 두산 구단의 치밀한 ‘계약의 기술’ 전략이 숨어 있다.
계약 당시 두산은 이미 고액 연봉자와 FA 자원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샐러리캡 한도에 여유가 많지 않았다. 따라서 계약 초반 연봉을 극단적으로 낮춰 팀 전체 연봉 총액을 관리했던 것.
물론 양의지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양의지의 첫 해 연봉은 3억원이었으나 계약금 비중이 기형적으로 높은 KBO FA 계약 특성상 44억원의 계약금을 받아, 실제 수령액은 47억원이었다. 여기에 ‘역대 최고액’이라는 타이틀을 얻는 효과까지 발생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며 기존 고액 연봉자들의 계약이 만료되거나 팀을 떠나면서 두산의 샐러리캡에도 여유가 생겼다. 두산은 바로 이 빈 공간이 생기는 시점에 맞춰 양의지의 연봉 비중을 키우는 설계를 택했다. 팀 전체의 지출 균형을 맞추면서도 선수에게 약속한 총액을 보전해 주는 방식이었던 것. 즉, 양의지의 계약은 단순히 많이 주는 것을 넘어, ‘언제 주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김광현은 계약 첫 해 보장액의 62%를 몰아 받았다. 양의지와 정반대 사례다. ⓒ 뉴시스
샐러리캡 제도 도입은 모든 구단들의 숫자 계산을 골치 아프게 하는 부분이다. 양의지와 정반대인 경우도 있다.
SSG 랜더스는 2022년 미국서 복귀한 김광현에게 4년 총액 151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안겼다. 이 또한 계약 형태가 독특하다.
김광현은 FA 신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계약금이 발생하지 않았고 구단은 계약 첫 해에만 보장액의 62%에 달하는 81억원을 몰아 지급했다. 이는 지금도 깨지지 않은 단일 시즌 연봉 역대 최고액이다.
SSG는 이듬해부터 시행될 샐러리캡 규제를 앞두고, 규정 적용 이전 해에 최대한 많은 금액을 부여함으로써 향후 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하려 했다. 형태는 다르지만 양의지와 김광현의 사례 모두 샐러리캡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었던 셈이다.
오타니 쇼헤이는 아예 계약 종료 후 잔금을 받는 극단적 형태의 '지불 유예' 계약을 체결했다. ⓒ AP=뉴시스
양의지와 같은 ‘계약의 기술’은 메이저리그(MLB)에서 더욱 흔하게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안카를로 스탠튼이다. 2015년 마이애미 말린스와 13년 3억 25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맺은 그의 초반 연봉은 650만 달러에서 1450만 달러 등으로 낮게 책정됐다.
연봉이 2500만 달러로 치솟기 시작한 2018년, 마이애미는 기다렸다는 듯 그를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하며 부담을 덜어냈다. 계속해서 연봉이 증가하던 스탠튼은 지난해 3200만 달러를 받았고, 올 시즌 2900만 달러로 소폭 하락했다. 마이애미 구단은 20대 중반의 스탠튼을 4년 더 붙잡아둔 뒤 뉴욕 양키스에 연봉 폭탄을 안긴 셈이 됐다.
더 극단적인 사례도 있다. 2024년 LA 다저스로 이적하며 10년간 7억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한 오타니 쇼헤이다. 연평균 7000만 달러의 계약이었음에도 오타니는 매년 200만 달러만 받고, 계약 종료 후 나머지 6억 8000만 달러를 10년간 나누어 받는 ‘디퍼(지불 유예)’ 계약을 체결했다.
덕분에 다저스는 사치세 부담을 덜고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 스타급 선수들을 싹쓸이했다. 양의지가 계약 초반 낮은 연봉으로 두산의 숨통을 틔워준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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