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8시30분부터 오전 6시30분까지 10시간 배송 진행
성남 주택가 돌며 상차·배송 등 새벽 물류 전 과정 체험
개인정보 유출 이후 이어진 갈등 속 정치권과 현장 접점 마련
물가·농가 지원 등 정책 보조 맞추며 관계 변화 관측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와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배송체험에 앞서 택배물품 상차 등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쿠팡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가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새벽배송 체험에 나서면서 정부·정치권과의 관계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각종 현안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쿠팡이 최근 정책 기조에 보조를 맞추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20일 쿠팡에 따르면 로저스 대표는 지난 19일 오후 8시30분부터 이날 오전 6시30분까지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일대에서 염 의원과 함께 새벽배송 체험을 진행했다.
이번 새벽배송 체험은 염 의원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12월31일 염 의원은 쿠팡 연석 청문회에서 로저스 대표에게 "야간 근무가 주간 근무보다 얼마나 힘든지 몸으로 한 번 느껴보기를 바란다"며 "저와 함께 하루 12시간 심야 배송 업무를 해보실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에 로저스 대표는 "함께 배송하도록 하겠다. 의원도 같이 해주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날 로저스 대표는 경기 성남 야탑 쿠팡로지스틱스(CLS) 배송캠프에서 안전교육과 상차 작업을 마친 뒤 쿠팡 직고용 배송기사인 ‘쿠팡친구’와 함께 배송 차량에 탑승해 실제 배송 업무를 수행했다.
로저스 대표는 염 의원과 새벽배송 동행을 마친 직후 "앞으로도 안전하면서 선진적인 업무 여건을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염태영 의원은 체험 직후 "새벽배송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고, 야간에 장시간 노동을 이어가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절실하게 느꼈다"며 "소분과 상차, 배송이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노동 강도가 상당히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주 퀵플렉서와의 체험에서는 물량이 많아 쉴 틈 없이 뛰어야 했던 반면, 이번 체험에서는 고용관계에 따른 여유와 작업 물량 조정으로 인해 노동 강도에 차이가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며 "현장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차이가 과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체감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야간노동은 단순한 근무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생체리듬과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적 문제"라며 "연중 지속되는 야간노동이 노동자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우려도 느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그간 갈등을 빚어온 쿠팡과 당정의 관계가 화해 무드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쿠팡과 정부·여당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유출 규모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며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나 이번 새벽배송 체험은 상당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저스 대표와 염 의원은 별도의 택배 차량을 이용해 서로 다른 구역을 배송하다가도, 겹치는 이동 동선에서는 잠시 차를 세우고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배송을 마친 직후에는 함께 성남시의 한 콩나물국밥집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염 의원은 쿠팡 해롤드 로저스 대표와의 현장 동행과 관련해 "청문회 당시와 달리 현장에서는 보다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하는 모습이었다"며 "현장을 함께 경험하면서 일정 부분 인식의 변화도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이번 체험이 쿠팡과 정부·여당 간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노동 이슈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정치권과의 소통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최근 들어 쿠팡은 정책 기조에 맞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99원 PB 생리대’를 출시하며 물가 안정 정책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고, 농어촌 상생을 위해 지방 과일과 수산물 판매를 확대하는가 하면 전통시장 기획전 등도 진행하고 있다.
또 쿠팡은 지방 농가 지원 차원에서 오는 5월까지 딸기 약 3000톤을 매입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에서도 전통시장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정부 정책 방향과 보조를 맞추며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 관계 회복을 모색하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적반하장' '고자세' 이미지를 벗고, 쿠팡이 적극적으로 배송 현장부터 정부의 경제 안정화 대책에 부응하는 저자세 '현장경영' 행보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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