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기대 커질수록 환경 걱정
선박 사고 시 해양 오염 치명적
IMO 등 국제기구 환경 기준 강화
앞으로 북극 운항엔 ‘친환경’ 필수
고래 이미지. ⓒ크립아트코리아
북극항로가 물류 혁명의 열쇠로 기대를 모으는 만큼 북극 생태계를 파괴하는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후 위기로 북극해 얼음이 녹으면서 항로 개척에는 속도가 붙었으나, 선박 운항에 따른 소음과 오염 물질이 북극고래를 비롯한 해양 포유류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북극해를 오가는 선박 엔진 소음과 쇄빙선 얼음 깨는 소리는 해양 포유류에게 극심한 생태적 혼란을 일으킨다. 시각보다 청각에 의존해 의사소통하고 먹이를 찾는 고래들에게 수중 소음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선박 소음은 일각고래와 보우헤드고래(북극고래)의 의사소통 범위를 대폭 축소시킨다. 소음 노출이 잦아질수록 고래들은 방향 감각을 잃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된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KMI는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 과학자 그룹이 수행한 연구 결과 선박이 수중 청음기에서 10㎞ 이내에 통과할 때마다 특정 고래에 대해 최대 87.4%까지 의사소통 범위를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오클랜드 대학 연구팀에서는 선박이 해양생물 바로 위를 지나갈 때 대부분의 해양동물 의사소통을 99% 이상 완전히 줄인다고 했다.
한국해양환경에너지학회가 2023년 발간한 보고서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 생물들은 특정 주파수 대역의 음향신호를 활용해 상호 의사소통, 위치 파악, 정보수집 등을 한다. 만약 생물학적으로 소리 신호가 더 큰 소음 혹은 유사한 주파수 대역의 소음으로 가려지면 해양 생물들에게 ‘마스킹 효과(masking effect)’가 발생한다.
마스킹 효과는 짝짓기, 먹이 활동, 포식자 회피 등 기능이 떨어지게 한다. 유영 속도 증감이나 무리 행동 감소 등의 행동 반응과 호흡 증감, 효소 발성, 호르몬 변화 등 생리 반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북극 해빙 모습. ⓒ클립아트코리아
블랙 카본과 기름 유출, 멈추지 않는 오염의 공포
선박이 연료를 태울 때 배출하는 ‘블랙 카본(그을음)’도 문제다. 블랙 카본이 얼음 위에 내려앉으면 태양광 흡수율을 높여 빙하가 녹는 속도를 키운다. 이는 고래들의 서식지 파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김엄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극지전략연구실장은 “북극에서 선박 활동이 증가하면서 블랙 카본도 덩달아 배출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에 북극 해역에서의 중유 사용이나 탑재가 2024년 7월 1일부터 시행됐고,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선박 사고 등에 따른 기름 유출 가능성이다. 북극해는 유입된 기름을 자연적으로 분해할 미생물이 적다. 저온 환경 탓에 기름 점도가 높아져 방제 작업도 어렵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11월 내놓은 ‘주요국의 북극항로 개발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북극항로 물동량이 최근 10년간 7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2035년까지 현재 대비 6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주요 기관별 북극항로 물동량 전망치는 최소 1억5000만t에서 2억3000만t으로 2025년 대비 3.9배에서 6배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북극항로에 관한 기대 뒤에 생태계 파괴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사회 또한 규제 속도를 키우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17년 폴라 코드(Polar Code, 극지운항선박기준)을 발효해 북극 해역을 운항하는 선박은 선박 설계, 건조, 설비, 운항, 훈련, 환경보호 등에서 이 코드를 준수하도록 했다.
폴라 코드 기본 내용은 ▲기름 및 유해액체물질 배출금지 ▲하수 및 폐기물 처리 강화 ▲선박 설계 및 장비 요건 구비 등이다.
2024년 7월부터는 선박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며 북극해에서 중유(TFO) 사용과 운반 자체를 금지하기도 했다.
이밖에 생태계 교란을 방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를 선박에 설치하도록 하는 ‘선박평형수 관리협약’ 등 북극항로 운항 선박은 많은 환경규제를 극복해야 한다.
김엄지 실장은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제2회 친환경 북극항로 포럼’에서 “북극항로 선박 활동이 증가하면서 그을음 등 블랙 카본 배출이 늘었다. 빙하 융해를 가속하는 주된 요인”이라며 “친환경으로 선박을 만드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연료 또한 친환경으로 바꿔야 한다. 친환경 연료 도입 관련 국제사회의 빠른 대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미·중·러…‘무주공산’ 북극해, 앞다퉈 뛰어드는 선진국 [줌인 북극항로⑥]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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