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통제 vs 과제] 보험업계 생산적금융 40조 확대…자율성 논란에 자본부담 가중

김민환 기자 (kol1282@dailian.co.kr)

입력 2026.03.25 07:32  수정 2026.03.25 07:32

킥스·기본자본 규제 부담 속 자본 효율성 우려 확대

“투자처보다 제도 정비 먼저”…실행력은 규제 보완이 관건

보험업권이 생산적 금융 지원 규모를 40조원으로 확대하며 새 정부의 성장금융 기조에 보조를 맞췄지만, 자율성보다 정책 동참이 앞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클립아트코리아

보험업권이 생산적 금융 지원 규모를 40조원으로 확대하며 새 정부의 성장금융 기조에 보조를 맞췄지만, 자율성보다 정책 동참이 앞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급여력(K-ICS·킥스)비율 관리, 배당 확대 요구 등으로 자본 운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추가 정책성 자금 집행까지 겹치면서, 자산 배분 우선순위와 자본 효율성에 대한 부담도 한층 커졌다는 평가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최근 ‘보험업권 국민성장 지원 5대 과제’를 통해 향후 5년간 생산적 금융 40조원과 포용금융 2조원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생산적 금융 지원 규모는 앞서 제2차 금융업권 생산적 금융협의체에서 발표한 수치보다 3조2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이 가운데 8조원은 국민성장펀드에 투자할 계획이다.


보험업계는 장기 보험부채를 기반으로 장기 자금을 운용하는 구조인 만큼, 데이터센터·신재생에너지 등 인프라 자산과 첨단기술산업에 대한 간접투자에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장기적 현금흐름이 예상되는 자산은 보험사의 자산운용 특성과 일정 부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업계에서는 발표된 규모와 방향성에 비해 실제 실행 구조는 여전히 초기 단계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보험사별 자산 구성과 자본여력, 위험자산 한도가 제각각인 만큼 업권 전반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투자 모델을 설계하기 쉽지 않아서다.


특히 생산적 금융은 과거 사회공헌처럼 단순 비용 집행으로 끝나는 성격이 아니라, 실제 투자처를 발굴해 자금을 집행하고 일정 수준의 회수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부담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은 사회공헌처럼 돈을 쓰고 끝나는 게 아니라 결국 투자처를 발굴해 일정 부분 회수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자금”이라며 “정책 방향에 맞으면서도 보험사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운용 가능한 유망 프로젝트를 찾는 것 자체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가 더 민감하게 보는 지점은 자본 규제다.


보험사들은 정부의 손실분담 구조가 반영되는 정책성 자금의 특성을 고려해 위험계수를 하향 조정하는 등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관련 건전성 규제 개선 필요성을 금융당국에 건의한 상태다.


다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완화 방안이 공식화된 것은 아니다.


현행 킥스 체계에서는 정책펀드나 인프라, 벤처투자 등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자산에 자금이 들어갈수록 킥스 비율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 향후 도입될 기본자본 킥스 비율 관리까지 더해지면서 업계의 부담은 한층 커졌다는 반응이다.


보험사들은 기본자본 킥스 비율 50% 이상을 맞춰야 하는 상황인데, 생산적 금융 자산이 기본자본에 영향을 줄 경우 자본 여력 관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새 회계제도와 건전성 규제 체계가 아직 완전히 안착하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킥스가 도입된 이후 보험사들은 아직 수익성과 자본지표를 안정적으로 측정·관리하는 체계를 정교화하는 과정에 있다.


여기에 기본자본 규제까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자산운용과 주주환원, 건전성 관리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 한층 복잡해졌다는 평가다.


실제 업계에서는 정부가 밸류업 기조에 맞춰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상황에서도 해약환급준비금 적립 부담 등으로 배당 여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제도 개선 필요성이 거론돼 왔지만 뚜렷한 해법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적 금융까지 추가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기존 과제 해결보다 정책성 자금 집행이 우선순위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사는 은행처럼 예금을 받아 운용하는 구조는 아니지만, 장기보장과 위험 인수라는 공적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업종인 만큼 건전성과 자본 적정성에 대한 규제 강도가 높은 편이다.


업계 안팎에서 생산적 금융 확대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민간 보험사의 자산 배분 우선순위까지 사실상 정책 목적에 맞춰 조정되는 흐름에 부담을 느끼는 배경이다.


이에 김진홍 금융산업국장은 최근 열린 생산적 금융 간담회에서 정책펀드·인프라·벤처투자·주택담보대출 등과 관련한 자본규제 정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위험계수 조정 방식이나 적용 시점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손영채 국민성장펀드 추진단장은 보험업권의 자산운용 특성을 고려할 때 첨단산업 분야에 장기자본을 공급하는 것이 적합하다며, 유망 프로젝트를 직접 발굴해 제안하는 방식도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프로젝트 발굴보다 제도 정비가 먼저라는 반응이 더 짙다.


투자처를 찾는 문제와 킥스 부담이 동시에 걸려 있어, 실제 집행은 제도 윤곽이 드러난 이후에야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결국 보험업권의 생산적 금융 확대는 단순한 정책 동참을 넘어, 민간 금융사의 자율성과 자본 효율성을 어느 수준에서 조화시킬 수 있느냐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발표된 40조원이라는 숫자보다, 보험업계가 요구한 규제 정비와 제도 보완이 어느 수준까지 현실화되느냐가 생산적 금융의 실질적 집행력과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1~2%포인트(p) 올리는 것도 쉽지 않은데, 기준을 맞춰놓고도 정책성 자산 편입으로 다시 자본이 깎이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위험계수 완화 필요성은 이미 건의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내용이 없어 현장에서는 불확실성이 큰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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