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 지표 훈풍에도 현장은 '비명'…지방은행 부실채권 떠안나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3.26 07:14  수정 2026.03.26 07:14

시중은행과 커지는 건전성 격차

중동 전쟁에 성장률 0%대 우려도

리스크 커지면서 지역 소멸 가속화

지방은행의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은행의 건전성이 7년 새 최고 수준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과 대기업 위주의 'K자형 성장'이 고착화되면서 지역 중소기업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린 결과다.


여기에 중동발 전쟁으로 대외 변수까지 겹치면서 지역 금융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광주·제주·전북·경남은행 등 5개 지방은행의 평균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2%로 집계됐다.


지난 2024년 말 0.71%에서 불과 1년 만에 0.31%포인트(p) 급등한 수치다.


지방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1%를 넘어선 것은 2018년 말 1.03%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고정이하여신이란 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이 연체돼 사실상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은행별로는 살펴보면 제주은행이 1.57%로 가장 높았고, 부산은행(1.17%)과 전북은행(1.12%)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0.30%에서 0.34%로 0.04%p 상승하는 데 그치면서, 지방은행의 상승폭이 시중은행보다 7배 이상 가팔랐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2.0% 수준으로 전망했지만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 등 일부 수출 산업만 독주하고 내수와 지역 기반의 제조·건설업은 침체되는 K자형 성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강조해온 생산적 금융 확대 정책이 오히려 지방은행에는 독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중은행들이 정책 기조에 맞춰 지방의 우량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대출을 늘리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지역 기업들만 지방은행에 남게 된 것이다.


지방은행이 지역 밀착형 금융을 수행할수록 부실 위험이 큰 기업을 떠안게 되는 역설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향후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지역 기업들의 상환 능력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NH금융연구소의 '이란 전쟁 전개 시나리오별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이 3개월 이어지면 국내 성장률은 0.3%p 하락하고, 1년간 지속될 경우 올해 연간 성장률은 0%대까지 추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전쟁 장기화 시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크며, 이로 인해 고금리 시대가 고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유가 상승으로 인해서 에너지 비용과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자금 동원력이 약한 지역 중소기업 입장에선 악영향을 피하기 힘들다.


이는 곧 지방은행의 추가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지방은행의 건전성 관리를 위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단순히 개별 금융기관의 위기로 보면 안된다"며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지역 기업들은 자금난에 빠지고, 결국 지역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저금리로 지역의 우량 차주들을 채가면 지방은행은 리스크가 오히려 커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현장'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