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 제균하면 안심?"…흡연·음주 시 위암 위험↑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3.26 11:06  수정 2026.03.26 11:06

연구팀, 건보공단 128만명 데이터 분석

고등도 흡연 시 상대위험 34% 증가…음주·복부비만도 위암 발병 영향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신철민 교수, 숭실대학교 한경도 교수,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임주현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제균하더라도 이후 흡연·음주·비만 등 생활습관 관리가 뒤따르지 않으면 위암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신철민 소화기내과 교수와 한경도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연구팀(제1저자 임주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교수)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국가건강검진 수검자 중 헬리코박터 제균치료 이력이 있는 128만여 명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팀은 흡연 여부, 복부비만, 음주량 등 생활습관 지표와 위암 발생 간의 연관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위암의 주요 발병 요인으로 꼽힌다. 1980년대에는 국내 감염률이 약 70%에 달해 한국인의 높은 위암 발생률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후 감염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현재는 약 40%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위암이 과거 국내 암 발생 1위에서 최근 5위로 내려온 데에는 국가암검진 확대와 함께 제균치료 보급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위암 발생 자체가 크게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연간 신규 환자 수는 여전히 2만9000여 명(국가암등록통계, 2023년 기준)에 이르는 등 부담이 적지 않다. 특히 제균치료 이후 위암이 발생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제균 이후 위험 요인에 대한 관리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연구 결과, 제균치료를 받은 환자 가운데 중등도 흡연자(10~20갑/년)는 비흡연자보다 위암 발생 위험이 약 12% 높았으며(aHR 1.12), 고등도 흡연자(20갑/년 이상)는 약 3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의 경우 하루 30g 이하의 경도 음주에서는 위험 증가가 뚜렷하지 않았지만, 30g 이상을 섭취하는 고위험군에서는 위암 발생 위험이 약 23% 증가했다. 복부비만 역시 위암 위험을 약 11% 높이는 요인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흡연·음주·비만은 서로 영향을 미치며, 동시에 가질 확률이 높아 실제 위험은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균치료를 55세 이후 비교적 늦은 나이에 받은 경우, 이후 생활습관에 따른 위암 발생 증가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제균치료의 예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조기에 치료를 시행하고, 이후에도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철민 교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치료는 위암 위험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키지만, 이를 위암으로부터 안전해지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며 “제균 이후에도 생활습관 관리에 소홀하지 말고 항상 금주·금연·체중조절에 힘써야 하며, 특히 제균치료를 늦은 나이에 받은 경우 위내시경 검진도 주기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대한암학회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암 연구와 치료(Cancer Research and Treatment)’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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