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100억 달성한 광주 동구의 비결… “돈 모으기보다 ‘관계 인구’ 구조 설계”
고향사랑기부제, 단순 상품 대신 ‘체험과 서비스’ 팔아야 성공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3년을 맞아 광주 동구 등 현장의 성공 사례가 속속 확인되고 있지만, 제도적 한계로 인한 지역 간 격차와 낮은 기부 유인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됐다.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는 '균형발전 수단으로써 고향사랑기부제 평가와 발전 방안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이날 김희선 광주광역시 동구청 기획예산실 팀장이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3년, 현장의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유보람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고향사랑기부제연구단 단장이 '고향사랑기부제 운영 성과와 발전 방향'을 주제로 각각 발제에 나섰다. 이어 이찬우 일본경제연구센터 특임연구원이 '일본 고향납세 활성화 분석과 제언'을, 문진수 사회적금융연구원 원장이 '균형발전을 위한 수단, 고향사랑기부제'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돈이 아니라 구조”…고향사랑기부제의 재정·관계 인구 기능 재정의
김희선 팀장은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방재정 확보 수단이자 지역경제 활성화의 도구, 관계 인구 정책이라고 바라봤다. 이에 지자체가 스스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조다. 그는 인구 감소와 취약한 재정 기반이라는 지방의 냉혹한 현실 속에서 기초 지자체가 자체 재원을 확충할 수 있는 수단은 매우 제한적이지만,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 경제를 살리는 실질적인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광주 동구는 2025년 12월 말 기준 누적 모금액 97억 원을 기록했으며, 현재는 100억 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재정자립도가 13.9%에 불과하고 주민 수가 10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주민 1인당 대비 약 10만 원을 모금한 셈이다. 김 팀장은 "모금액의 30%를 답례품으로 돌려주다 보니 소상공인들에게 직접적으로 약 30억 원의 매출 증대 효과가 있었다"라며 "경기가 안 좋아 하소연하시던 업체분들도 꾸준한 판매 덕에 다행이라는 말씀을 하신다"라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특히 김 팀장은 광주 동구와 연고가 없는 서울·경기 지역 기부자가 6만 3000 명에 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현재는 일회성 기부자이지만 이들을 관계 인구로 맺어가는 정책을 이어가려 한다"라며 "목표는 관계 인구 10만 명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국적으로는 243개 지자체 중 119곳이 3억 원 미만의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는 한계를 지적하며 "제도는 존재하지만 작동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광주 동구가 이러한 격차를 뚫고 전국 기초 지자체 중 모금액 2위를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로는 '행정과 마케팅의 결합'을 꼽았다. 김 팀장은 "재정이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라며 "기존 행정 방식이 아닌 기업가적 마인드로 민간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스토리 중심의 지정 기부 설계를 한 전략적 선택이 주효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동구는 1년 차 5억 원에서 시작해 3년 차 64억 원으로 3년간 약 7배 성장하는 저력을 보였다.
기부금의 사용처에 대해서도 상세히 공유했다. 1935년 개관한 광주극장의 노후 시설을 교체해 관람객을 두 배 이상 늘린 사례를 언급하며 "단순한 시설 보존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와 시민들의 기억을 지킨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한 해체 위기의 발달장애인 '이티 야구단' 지원을 통해 아이들의 자립을 돕고 있으며, 도심 속 유기견 입양 센터인 '피스 멍멍'을 통해 37마리의 유기견에게 새 가족을 찾아주기도 했다. 이 외에도 노후 주택 집수리, 초등학생 통기타 교육, 기후 위기 취약계층 에어컨 지원 등 주민의 삶에 직결된 사업에 기부금을 투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 팀장은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정책 개선안을 제안했다. 현재 기부자의 95%가 10만 원 이하 기부자에 쏠려 있는 점을 지적하며 "세액공제 100% 한도를 20만 원까지 확대해야 기부 유인이 실질적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모금액이 많아질수록 운영 경비 비율이 줄어드는 현행 시행령에 대해 "더 성장할 수 있는 운영 능력을 제약하는 구조"라며 경비 비율의 동일 적용을 건의했다. 그는 "연말정산 직장인이라면 알기만 하면 다 하는 제도인데 아직 모르는 분들이 많다"라며 중앙부처와 대기업 등이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법인 기부·주민 참여·데이터 개방…고향사랑기부제 진화 방향 제시
유보람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고향사랑기부제연구단 단장은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4년 차를 맞아 전국적인 제도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유 단장은 "모금 건수와 금액이 초기에 비해 100% 이상 상회하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특히 비수도권과 인구 감소 지역에 모금이 집중되는 현상을 볼 때, 이 제도가 지역 균형 성장의 보완적 수단으로서 성공적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 단장은 지난 운영 과정에서의 핵심 성과로 '사회적 연대'를 꼽았다. 그는 "2025년 상반기 모금액의 44.6%가 8곳의 특별재난지역에 집중된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며 "지역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재난 상황에서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공공 기부 플랫폼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매우 중요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또한, 2024년 하반기 도입된 지정기부 제도를 통해 기금 사업의 투명성이 확보되면서, 운영 방식이 단순 모금 확대에서 사업 중심으로 전환되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제도의 보완점과 관련해서는 사업의 편중성을 지적했다. 현재 기금 사업이 주로 취약계층 지원에 쏠려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유 단장은 "복지 사업은 이미 중앙과 지방 정부에서 많이 수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문화, 예술, 보건, 공동체 활성화 등 주민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으로 기금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역 간 모금 격차 문제도 수치로 제시했다. 2024년 기준 82개 군 지역 중 전국 평균 모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 65.9%에 달한다는 점을 들며, "인구 감소 지역에 대한 특별한 제도적 지원 설계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힘을 실었다. 또한 일반 기부 사업의 비중이 훨씬 높음에도 불구하고 활용 내역이 가시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보 공개 체계의 투명성 강화를 주문했다.
첫째, 지역 간 모금 격차 완화를 위한 맞춤형 지원이다. 모금이 저조한 인구 감소 지역을 대상으로 중앙정부 차원의 컨설팅을 실시하고, 부작용 우려를 고려해 인구 감소 지역에 한정하여 '법인 기부 제도'를 시범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둘째, 주민 참여형 기금 사업 모델로의 전환이다. 행정 주도의 발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민참여예산제나 주민자치회와 연계하여 주민들이 직접 필요한 사업을 제안하고 결정하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셋째, 제도 개선을 위한 데이터 개방성 확대다. 현재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관련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연구자들이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넷째, 특정 이슈에 맞춘 탄력적인 세액공제 설계다. 재난 발생 등 긴급한 공공 현안이 있을 경우, 해당 지역이나 지정 기부 사업에 한해 한시적으로 세액공제 혜택을 상향하여 기부 참여를 극대화하는 유연한 운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 단장은 "특정 공공 이슈나 재난 발생 시, 해당 지역이나 지정기부 사업에 대해 한시적으로 세액공제율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며 "전면적인 공제율 상향이 국가 재정에 부담된다면, 이러한 유연한 설계를 통해 기부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발표를 마쳤다.
"고향납세, 기부를 넘어 지역 재생의 동력으로"
이찬우 일본경제연구센터 특임연구원은 일본의 고향납세(후루사토 납세) 제도가 2008년 도입 이후 어떻게 지역 경제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는지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일본은 2000년대 초반 세제 개혁을 통해 지방세 비중이 국세보다 높아지는 변화를 겪었다"며 "대도시로 집중된 지방세를 지역으로 재이전하기 위해 설계된 일본의 제도는 국세 중심인 한국과는 출발점부터 다르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의 폭발적인 성장 배경으로 '세액공제 한도 확대'와 '민간 플랫폼 개방'을 꼽았다. 이 연구원은 "2015년 전액 공제 한도를 주민세의 10%에서 20%로 상향하자 기부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며 "현재 일본 납세자 6명 중 1명이 참여해 연간 약 12조 원(1조 2700억 엔)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었고, 향후 30조 원 규모까지 성장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제도의 강점으로 지자체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일본은 기부금을 일반 회계로 처리해 공무원 보수나 산업 진흥 등 폭넓은 분야에 사용할 수 있으며, 민간 포털이 자율적으로 답례품을 개발하고 홍보하는 '민간 주도형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상사'와 같은 중간 법인이 관민 협의체를 구성해 특산품과 관광 상품을 직접 개발하는 자생적 생태계가 구축되었다는 점을 핵심 성과로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찬우 특임연구원은 일본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 실정에 맞는 구체적인 발전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그는 세액공제 한도의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10만 원인 전액 공제 한도를 20~30만 원 선까지 확대해 기부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 소득 4000만 원 수준의 일본 직장인이 약 40만 원까지 전액 공제를 받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 역시 공제 범위를 넓혀 실질적인 기부 총액 증대를 도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세제 혜택 강화는 자연스럽게 답례품의 상품성 강화와 특산품 생태계 조성으로 이어진다. 전액 공제 한도가 상향되면 답례품 가액 역시 현재 3만 원 수준에서 최대 9만 원까지 격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기성품 위주의 구성에서 벗어나 지역만의 경쟁력 있는 고부가가치 특산품 개발을 가능하게 하며, 특정 품목 쏠림 현상을 해소하고 다양한 지역 자원을 상품화하는 선순환을 만든다.
또한 지자체와 민간이 협력하는 지역경제 거버넌스 구축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지역 은행이나 상공회의소가 참여하는 지역 상사와 같은 중간 법인을 활성화해 전문적인 마케팅을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기부금 집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기부자가 자신의 기부가 지역에 기여하고 있다는 효능감을 느끼게 하고, 지역에 대한 로열티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지역 방문자 증대와 기부제를 전략적으로 연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단순한 물품 전달을 넘어 지역 숙박권, 관광 패스, 체험 프로그램 등 '체험형 답례품'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지역 축제나 주요 관광지에서 즉석 기부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기부자가 지역을 직접 방문하는 '생활인구'로 전환되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 지역 내 2차 소비를 창출하는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 연구원은 "세제 혜택 강화가 답례품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지역 방문과 소비 유도로 연결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고향사랑기부제가 단순 기부를 넘어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지역 재생의 동력이 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장 자체가 작다”…일본 대비 부족한 규모와 지자체 소극성
문진수 사회적금융연구원 원장은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재정 자립을 돕는 유용한 수단임은 분명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기존의 재정 이전 방식이 중앙에서 지방으로 일방적으로 나눠주는 형태였다면, 고향사랑기부제는 주민의 선택을 통해 재원을 이동시키는 새로운 채널을 구축한 것이라고 바라봤다. 본질적으로는 재정 정책보다 주민이 직접 기부처를 결정하는 세금 정책에 가깝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문 원장은 지난 3년간의 성과를 분석하며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그리고 재정자립도가 낮은 인구 감소 지역으로의 재정 이전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본과 비교했을 때 현재 한국의 모금 규모는 지자체가 의미 있는 사업을 추진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짚었다. 시장 규모가 작다 보니 일부 지자체는 인력 투입조차 주저하는 실정이라며, 초기 정책의 초점을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데 맞춰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한국 기부 시장의 특성상 적십자 후원금이나 기업의 사회공헌기금 등 기존 기부 채널과의 충돌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 기반의 크라우드 펀딩 방식과 금융적 접근의 결합을 제안했다. 단순히 지방이 힘드니 도와달라는 식의 선의에만 기대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일본처럼 확실한 보상과 환경 조성을 통해 기부 유인을 만드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제도의 실질적인 도약을 위한 구체적인 과제들도 제시됐다. 우선 일본과 달리 거주지 기부가 제한되고 기부 상한선이 존재하는 등 한국 특유의 규제 구조를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역 균형발전이 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마지막 탈출구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의 재원 흐름을 막는 제도적 장애물을 제거하는 정책적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기부금을 모으는 것만큼이나 제대로 활용하는 역량을 축적하는 일도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지자체들은 기부금을 받아 직접 사업을 운영해 본 경험이 부족한 만큼, 단순히 자금을 적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사업 모델을 개발·운영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답례품의 영역을 단순한 상품을 넘어 창의적인 서비스로 확장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직장인들이 지역에 내려와 쉬어갈 수 있는 관광 패키지 등 관계 인구를 확보할 수 있는 아이템을 발굴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결국 일회성 기부를 넘어 교류 인구와 정주 인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관계 관리의 틀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제언하며 발언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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