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까지 코엑스아티움
“이 뮤지컬은 여자의 이야기고,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에서 개막한 뮤지컬 ‘렘피카’는 20세기 초 아르데코 양식을 대표하는 화가 타마라 드 렘피카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작품이다. 시대를 앞서간 여성 예술가의 욕망과 사랑, 예술적 투쟁을 무대 위에 그려낸다. 2024년 미국 토니상 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입증한 화제작이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칼슨 크라이저 극작가는 26일 오후 진행된 프레스콜에서 여러 해 동안 작품을 준비하며 화가의 시그니처와 같은 ‘색’에 대한 깊은 고민을 거쳤다고 밝혔다. 그는 “타마라 드 렘피카와 그의 모델이자 영감의 원천인 라파엘라는 모두 초록색을 사랑했다”며 “이를 무대 위에 시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음악적 구성 또한 기존의 고전적인 뮤지컬 문법에서 벗어난 시도가 돋보인다. 매트 굴드 작곡가는 “타마라가 살았던 시대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신선함을 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자 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특히 “재즈와의 융합을 기반으로 하되, 공업적이고 테크노적인 질감을 더해 ‘강철 같은 비트’를 음악에 포함시켰다”고 강조했다. 또 “이전에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음악이 탄생했다고 생각한다”며 음악적 자부심을 드러냈다.
또한 칼슨 크라이저와 매트 굴드는 한국 배우들과의 작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들은 “배우들의 재능과 훌륭함은 물론, 예상치 못한 용기와 의지에 매일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칼슨 크라이저는 런스루(연습실 전체 시연) 당시 감동하여 눈물을 흘렸던 일화를 언급하며, “언어의 장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들과 깊은 정서적 친밀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주인공 타마라 역을 맡은 김선영과 박혜나는 이 작품이 단순한 화가의 일대기를 넘어선 ‘인간의 이야기’라는 점에 주목했다. 김선영은 “시대를 살아보지 못한 입장에서 그림을 수단으로 삼아 삶을 개척한 여자 화가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계속해서 답을 찾아가야 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품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 때로는 혼란스러울 수 있으나, 결국 한 인간이 삶을 어떻게 헤쳐 나가고 투쟁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라며 낯설지만 새로운 에너지를 선사할 작품임을 강조했다.
박혜나는 연습 과정에서 느낀 치열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는 “방대한 내용을 관객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연출진에게 질문했을 때, ‘음악이 너를 도와줄 것’이라는 대답을 들었다”며 “실제 음악을 접해보니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붓으로 삶을 이겨낸 그녀의 모습이 우리의 치열한 삶과 닮아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타마라의 뮤즈인 라파엘라 역의 배우들은 캐릭터가 가진 내면의 방어기제와 갈망에 집중했다. 린아는 “라파엘라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는 노래를 하며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절제하는 인물”이라며 “타마라에게서 동질감과 호감을 느끼며 결국 누군가에게 정착하고 안정을 찾고자 하는 여성의 면모를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역의 손승연은 타마라와 라파엘라의 관계를 ‘통제와 자유의 상충’으로 정의했다. 그는 “모든 예술가가 꿈꾸는 자유를 타마라에게 선물하는 것이 두 사람 사이의 불꽃이 튀는 포인트”라며 “서로 다른 면에 끌리는 인간적인 감정에 집중하여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에는 실제 부부인 김선영과 김우형이 부부 역할로 출연하여 화제를 모았다. 타데우스 역의 김우형은 “작품 선택에 있어 고민이 많았으나, 연습 과정을 거치며 함께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작년 연말 부상을 당해 재활 중인 김선영을 언급하며 “배우이자 남편으로서 옆에서 지켜줄 수 있어 감사하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집 근처에 별도의 연습실을 잡아 런스루까지 돌 정도로 치열하게 준비했으며, 배우로서 김선영을 깊이 존중하며 연기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김선영은 눈시울을 붉히며 “우리는 부부이지만 무대 위에서는 개개인의 배우”라고 화답했다. 그는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얼마나 정교하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관객에게 전해지는 에너지가 달라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배우로서의 밀도 높은 연기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렘피카’는 오는 6월 21일까지 코엑스아티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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