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렘피카' 초연...6월 21일까지 코엑스아티움
화가 생애·작품 재구성한 뮤지컬 활발히 제작
지난 21일 뮤지컬 ‘렘피카’가 한국 초연의 막을 올렸다. 작품은 20세기 초 아르데코 미술을 이끈 화가 타마라 드 렘피카의 생애를 다룬다. 눈여겨볼 점은 렘피카의 회화가 무대 위에서 시각적으로 번역되는 방식이다.
아르데코 양식 특유의 기하학적 형태와 비대칭 구도는 무대 세트의 골조로 그대로 차용됐다. 렘피카의 대표작들은 단순한 배경이나 소품에 머물지 않는다. 그림 속 피사체들이 지닌 역동적인 포즈와 매끄러운 질감은 배우들의 신체 움직임과 안무를 통해 입체적으로 구현된다. 관객은 갤러리의 평면 그림을 보는 대신, 화가의 예술 세계 한가운데 놓이는 3차원적 경험을 하게 된다.
'렘피카' 김선영, 김우형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렘피카 제작사 측은 “‘렘피카’의 무대는 작품의 정체성을 완성하는 핵심 요소”라며 “렘피카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녹색 부가티를 탄 자화상’ ‘아름다운 라파엘라’ 등을 무대 위에서 새롭게 재현하며 마치 타마라의 캔버스가 무대로 되살아난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고 전했다.
또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을 연상시키는 거대 철제 구조물을 비롯한 모던하고 심플한 무대는 렘피카 작품 특유의 강렬한 색채와 무대 위 배우들의 화려한 원색 의상 등가 대비돼 시각적인 몰입도를 극대화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화가의 생애와 작품을 시청각적으로 재구성한 뮤지컬은 최근 공연계의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인물의 일대기를 순차적으로 나열하는 과거의 방식을 넘어, 캔버스의 시각적 요소를 조명, 영상, 무대 세트, 음악으로 치환하는 작업이 활발하다.
현재 전국 투어 중인 대학로 인기 레퍼토리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영상 기술을 극대화하여 이러한 융합을 보여준다. 무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하얀 캔버스가 되고, 3D 프로젝션 맵핑 기술이 고흐의 명작들을 공간에 투사한다. 평면의 그림 속 인물과 풍경에 애니메이션 효과를 더해 생명력을 불어넣고, 무대 위 침대와 의자 등 실제 소품에도 영상을 입히는 오브젝트 맵핑을 적용한다. 이를 통해 고흐 특유의 거친 붓터치와 강렬한 색채가 무대 위에서 물리적으로 일렁이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화가 시리즈 연작인 뮤지컬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는 화가의 내밀한 작업실을 무대 위로 가져와 심리적 명암을 조명한다. 수많은 캔버스가 겹겹이 쌓인 무대 디자인은 창작의 고뇌를 상징한다. ‘모딜리아니’는 인물의 눈동자를 그리지 않는 화가의 화풍에 착안하여, 조명과 영상을 통해 인물의 내면적 비애를 시각화한다. 반면 ‘에곤 실레’는 도발적이고 왜곡된 선을 특징으로 하는 그의 그림을 거친 질감의 영상과 강한 빛의 대비로 무대에 투영한다. 캔버스의 틀을 벗어나 화가의 심리적 굴곡 자체를 무대의 명암과 공간감으로 치환한 것이다.
육체적 고통을 예술로 승화한 프리다 칼로의 삶을 다룬 뮤지컬 ‘프리다’는 쇼 뮤지컬 형식을 빌려 초현실주의 화풍을 입체화한다. 정적인 벽면 대신 붉은 심장, 금이 간 거울, 움직이는 자화상 등 프리다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상징물들이 주요 무대 장치로 쓰인다. 그림 속 피사체들이 지닌 기괴하면서도 강렬한 생명력은 라틴 리듬을 기반으로 한 음악과 배우들의 열정적인 안무로 변환된다. 자화상 속 프리다가 관객을 정면으로 응시할 때 느껴지는 단단함은 무대 위 배우가 뿜어내는 에너지로 치환되어 객석에 전달된다.
이 같은 무대적 시도들은 공연 예술의 시각적 한계를 넓히고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평면의 회화는 무대 미술과 기술을 만나 공간성을 얻는다. 붓터치는 화려한 조명으로, 색채는 웅장한 음악으로, 또 피사체는 살아 움직이는 안무로 표현된다”며 “단순히 화가의 삶을 엿보는 것을 넘어, 관객에게 공감각적 체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 미술과 공연 예술의 융합이 주는 긍정적 역할”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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