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아 늘어도 시장 안 크는 이유…식품업계 “수요 기반 자체 축소”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6.03.30 07:37  수정 2026.03.30 07:37

3년 연속 증가에도 20만명대 고착화

우유·분유도 예외 없다…수입·프리미엄화에 시장 재편

내수 한계 뚜렷…식품업계, 해외 진출 속도

서울 소재 유통매장에서 각종 육아용품이 판매되고 있다.ⓒ뉴시스

출생아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인구 자연감소 폭이 4년 만에 가장 작은 수준으로 줄었지만, 식품업계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냉랭하기만 하다. 통계상 반등과 달리 실제 시장에서는 다양한 원인에 따라 수요 회복이 제한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 1월 출생아 수는 2만6916명으로, 1년 전보다 11.7% 늘었다. 1월 기준 2019년(3만271명) 이후 7년 만에 제일 많은 아기가 태어났다. 1월 출생아 수는 2016년부터 9년 연속 줄다가 지난해 반등해 2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1월 합계출산율은 전년 대비 0.10명 늘어난 0.99명으로 집계됐다. 1월 합계출산율은 월 단위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24년 0.79명에서 ▲지난해 0.89명 ▲올해 0.99명 등 3년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그 중에서도 코로나19 사태로 미뤘던 혼인이 증가했다. 혼인 건수는 2021년 19만2507건, 2022년 19만1690건까지 낮아졌지만,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된 뒤 2023년 19만3657건, 2024년 22만2412건, 지난해 24만370건까지 증가했다.


다만 이러한 반등이 곧바로 식품 시장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절대 규모 자체가 과거 대비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시장을 지탱할 소비 기반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실제로 연간 출생아 수는 여전히 20만명대로, 2015년 43만명 수준과 비교하면 시장 규모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상태다. 단순한 감소를 넘어 영유아 식품, 분유, 유아 간식 등 주요 카테고리의 수요 기반 자체가 축소됐음을 의미한다.


이는 소비 구조에 영향을 주고 있다. 아이 수가 늘더라도 지출을 결정하는 부모 세대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면서 식품 소비 전반이 위축되는 흐름이다. 고금리와 주거비 부담, 경기 둔화 등이 겹치며 육아 관련 필수 지출을 제외한 소비는 줄이는 ‘선택적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출생아 수가 늘었다고 해서 곧바로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는 아니다”며 “출산율 반등 자체는 긍정적인 신호지만, 시장이 다시 성장 국면으로 전환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로선 감소 속도가 둔화된 수준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마트에 분유가 진열돼있다.ⓒ뉴시스

출산 증가 효과가 실제 소비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차도 존재한다. 영유아기에는 소비 품목이 제한적이다. 외식과 간식 소비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시기는 학령기 이후다. 현재의 출생아 증가가 산업 전반의 수요 확대로 이어지기까지는 수년의 시차가 불가피하다.


시장 구조 자체가 변화한 점도 변수다. 1~2인 가구 증가로 가족 단위 소비가 줄어드는 가운데, 대량 구매보다는 소용량·프리미엄 중심으로 소비 패턴이 재편되고 있다. 물량 기반 성장에 의존해 온 식품업계로서는 출생아 반등 만으로 시장 축소 흐름을 되돌리기 어려운 환경이다.


여기에 원재료 가격, 포장재, 물류비 등 비용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 여력까지 제한되며 수익성 압박도 커지고 있다. 수요 회복보다 비용 상승이 더 크게 작용하면서 업계의 체감 경기는 오히려 악화됐다는 평가다.


일례로 우유 시장은 출생아 증가가 곧바로 수요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아이가 태어나면 분유와 우유 소비가 함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 시장 흐름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관세 인하 영향으로 수입 멸균우유와 가공유 제품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국내 원유 기반 시장이 오히려 잠식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수입 제품이 유통 채널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넓히면서 출생아 증가에 따른 수요가 국내 유업계로 온전히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분유 시장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출생아 수 증가가 곧바로 국내 분유 수요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다. 과거와 달리 자녀 수가 1명으로 줄어든 ‘집중 양육’ 환경이 일반화되면서, 소비 기준이 양보다 질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특히 ‘한 명만 낳아 잘 키우자’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수입 프리미엄 분유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해외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와 성분·원산지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가격 부담에도 불구하고 고가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이로 인해 출생아 증가로 발생한 추가 수요가 국내 분유업체로 온전히 유입되지 못하고, 수입 제품으로 분산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단순한 출산 반등 만으로는 국내 유업계의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출생아 수가 늘어도 과거처럼 분유 판매량이 비례해 증가하는 구조는 아니다”며 “한 아이에게 지출하는 비용은 늘었지만, 소비가 특정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되면서 시장 전반의 물량 확대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향후에도 출생 숫자의 변화와 산업 현장의 온도 차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출생아 수가 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당장 내수 시장이 살아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국내 수요 기반이 축소된 상황에서는 자연스럽게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글로벌 시장 역시 원가 부담과 경쟁 심화로 여건이 녹록지 않은 만큼, 단순 수출 확대 만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제품 경쟁력과 브랜드 차별화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기업 차원의 노력 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수출 물류 지원과 통관 절차 간소화, 현지 인증 대응 지원 등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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