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호르무즈 해협 ‘톨게이트 통행료’ 30억 현실화”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6.03.30 08:32  수정 2026.03.30 08:33

美·이스라엘-이란 종전 조건과 정면 충돌

‘무해통항권’ 거스르는 국제법 위반 소지


지난 7일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 무스카트에 유조선들이 정박해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이란이 이곳을 통과하는 선박에 200만 달러(약 30억원)의 ‘통행료’를 물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물밑 협상에서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행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에 대해 일종의 ‘톨게이트’를 꾸려 돈을 받고 있다. 최소 2척의 선박이 중국 위안화로 통행료를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수 글로벌 선사는 지난 13일 이후 이란 혁명수비대에 화물과 선주, 목적지, 승무원 명단 등을 기록한 상세 서류를 제출하고 해협 통과 승인을 받았다고 해운 전문 데이터업체 로이드리스트인텔리전스는 전했다.


승인받은 선박엔 고유 코드가 부여되며, 혁명수비대 호위 하에 해협 중앙의 통상 항로가 아닌 라락섬과 케슘섬 사이를 지나는 북쪽 항로로 지나고 있다. 이 경로가 이란 해안선에 더 가깝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의 ‘승인 항로’로 보이며 이란 당국은 이곳 통제권을 강화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이란 정부로부터 선박 항행 허가를 받았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나라는 파키스탄과 태국, 말레이시아 등이 있다.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28일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란 정부가 파키스탄 국적 선박 20척의 호르무즈해협 통항을 추가로 허가했다”면서 “매일 두 척의 선박이 해협을 통과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전쟁 전까지 호르무즈 해협으로 전 세계 원유 및 가스 운송량의 5분의 1이 통과했다. 하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면서 선박 통행량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전에는 하루 평균 120척의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지만, 현재는 3000여척의 선박이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고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통행료’ 체계를 제도화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현재 이란 의회에서 해당 법안을 만들고 있는데, 선박마다 약 200만 달러 선의 통행료를 받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27일 선박 통행료로 연간 1000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이란의 이 같은 조치는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해양법협약은 공해와 맞닿은 영해의 경우 공공질서를 해치지 않는 한 자유로운 통항을 위한 ‘무해통항권’을 보장한다.


살바토레 메르콜리아노 미국 캠벨대 해양역사학과 교수는 “국제법 어디에도 통행료 징수소를 설치해 선박을 갈취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며 “이란은 자신이 가진 유일한 카드인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셈 모하메드 알부다이위 걸프협력회의(GCC) 사무총장도 이란의 통행료 징수는 “유엔해양법협약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다만 이란은 이 협약에 서명만 하고, 비준은 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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