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깡통 대출' 4조원 눈 앞…환율 오락가락에 건전성 '비상'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3.31 07:12  수정 2026.03.31 07:14

무수익여신 3조8468억원

중소기업 한계 차주 급증 탓

전쟁에 고환율까지 '첩첩산중'

4대 은행의 '깡통 대출'이 4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국내 시중은행의 부실 채권 규모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자산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부진의 여파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면서, 이자조차 받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 대출'이 4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환율 변동성까지 확대되면서 은행권의 건전성 하방 압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무수익여신 잔액은 총 3조846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3조1787억원) 대비 21.0%나 급증한 수치다.


무수익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됐거나 법정관리·화의 절차에 들어가 이자 수입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대출로,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 중 하나다.


대출을 내주고도 이자조차 받지 못해 깡통대출이라 불린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의 부실 채권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하나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2024년 말 9909억원에서 지난해 말 1조904억원으로 늘어나며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1조원 선을 넘어섰다.


신한은행 역시 같은 기간 6401억원에서 9384억원으로 46.6% 급증했다.


우리은행은 8194억원으로 31.2% 증가했으며, 국민은행은 9986억원을 기록하면서 8.2% 늘었다.


더 큰 문제는 부실이 쌓이는 속도다. 전체 여신이 불어나는 속도보다 무수익여신이 증가하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실제로 이들 은행의 전체 대출 중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말 0.19%에서 2024년 말 0.20%, 지난해 말에는 0.25%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건전성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는 한계에 다다른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의 경영난이 꼽힌다.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차주들이 늘어났고, 내수 회복 지연으로 자영업 현장의 현금흐름이 악화된 영향이다.


대출을 내주고도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받지 못하는 부실 대출이 속출하고 있는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외부 환경도 비우호적이다.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점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5원 오른 1513.4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기업의 생산 비용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차주들의 상환 능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시중은행의 부실화가 제2금융권의 부실도 더 심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건전성 관리가 철저한 1금융권의 무수익여신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 하위 업권의 부실은 이미 임계치에 도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란 전쟁으로 고환율,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더 길어지고 있다"며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과 리스크 관리를 통해 건전성 방어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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