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원유 의존도 높은 韓
3월 증시 수익률 G20 국가 중 최하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31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전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21.1원까지 치솟았다.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의 최고치다. 미국이 이란 지상전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과 예멘 친이란 무장 정파 후티의 참전 소식이 겹치며 상승 압력이 가중됐다.
중동 의존도 70%·성장률 0.4%p↓
이번 위기는 단기 대응만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원유 순수입액 비율은 4.6%로, 인도(3.6%), 일본(1.8%), 중국(1.7%) 등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원유 수입액 중 중동 국가 비중은 68.8%였으며, 올해 1월 기준으로는 70.7%까지 올라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6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0.4%포인트 낮췄다. 하향 폭은 G20 국가 중 영국(-0.5%p)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OECD는 “한국 등 중동 에너지 수입 비중이 큰 아시아 국가는 전쟁이 장기화하면 에너지 수급 불안이 생산활동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달 1일부터 26일까지 코스피 수익률은 -12.55%로 G20 국가 중 꼴찌를 기록했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내수를 압박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돌파하며 원자재·에너지 수입 비용이 이중으로 가중되는 구조다.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발표한 ‘2026년 3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7.0으로 전월보다 5.1p 하락했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최대 낙폭이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현재 2.50% 수준에서 적어도 8월까지 동결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리를 올리면 내수와 부동산 시장에 충격을 주고, 동결하면 환율과 물가 불안이 심화되는 딜레마다. 정부로서도 추경을 통한 재정 투입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숙제 여전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는 이번에도 숙제로 남아 있다.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은 2016년 0.3%에서 현재 17.1%로 늘었지만 중동 의존도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한국 정유사들이 중동산 중질유 정제에 맞게 설계된 고도화 설비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탓에 도입선 전환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다.
정부는 공급망안정화위원회 중심으로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고 공급망안정화 기금을 운용한다는 방침이지만, 에너지 분야 구조 전환에는 중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 27일 시행한 2차 석유 최고가격제 이후에도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오히려 오르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단기 가격 통제의 한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반세기 가까이 되풀이돼 온 에너지 다변화 과제를 이번 전쟁이 또다시 수면 위로 올려놓은 셈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관계자는 “전쟁 향방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경제적 피해 대응과 함께 향후 이란 시장 개방 가능성에 대한 전략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에너지 수급 차질에 대비한 대체 수급처를 적극적으로 물색하고, 수출 위축에 따른 피해 기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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