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되면 휴식을 주고 싶다. 하지만, 이청용은 팀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 중 하나다.“
볼턴 원더러스 오언 코일 감독이 지난 2월 7일 풀럼과의 ´2009-1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경기 직후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이청용 휴식 필요성과 관련한 멘트다.
그러나 이청용은 지난 시즌 종반 강등권에 몰린 팀의 어려운 상황 탓에 쉼 없이 강행군을 펼쳐야 했고, 곧바로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까지 소화했다.
코일 감독은 올 시즌에도 "이청용은 정말 지쳤다"면서 "그에게 숨 돌릴 시간을 줘야 한다“며 다시 한 번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청용은 여전히 쉬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다음시즌 유로파리그 출전권까지 내심 노려볼 수 있는 볼턴의 상승세를 주도, ´월차(?)’도 낼 수 없는 묘한 분위기 속에 있다.
문제는 ´혹사의 연속´인 이청용이 다음달 죽음의 ‘박싱데이’ 기간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박싱데이(12월26일)는 영연방 휴일이지만, EPL 소속 축구선수들은 고된 노동을 해야 한다. 박싱데이 전후 2~3일 간격으로 치르는 살인적인 리그 일정을 소화하는 것. 이청용에게는 박싱데이 기간이 끝나면 내년 1월 ‘2011 아시안컵’까지 기다리고 있다.
이전의 일정을 떠올리면 더 끔찍하다.
이청용은 2009년 7월까지 K리그 전반기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전 경기를 소화하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다. EPL에서 측면 공격수를 책임지고 있지만, 수비에도 적극 가담해야 하는 리그 특성상, 이청용은 공수를 오가며 체력이 고갈될 정도로 뛰고 또 뛰었다. 인간이 견뎌내기엔 이전의 일정과 향후 일정이 잔인할 정도다.
기계가 아닌 인간 이청용의 피로누적에 따른 여파는 경기 중 노출되고 있다. 지난 11일 에버턴과의 리그 12라운드에서 종료 직전 동점골의 빌미를 제공한 것도 궤를 같이 한다.
이청용은 조금이라도 쉬어야 한다. 혹사는 부상을 부르기 때문이다. 코일 감독은 당장 이청용에게 휴식을 주고 싶지만, 팀 사정을 핑계로 매주 주저없이 선발로 기용한다. 이청용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까지는 선수층이 얇았고 강등권에 몰린 상황이라 ‘불가피한 혹사’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팀 출신의 신성 호드리고 모레노(19브라질)가 볼턴에 왔다. 임대신분인 모레노는 지난 경기에서 몇 차례 이청용과 교체 투입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모레노가 이청용의 휴식 재충전 기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선수들은 대체적으로 자기주장이 약하고 지나치게 성실해 팀에 끌려 다니는 형편이다.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코치에게 즉각 말하고 휴식을 취하는 유럽선수들과 전혀 다른 ‘수동적 자세’를 취해 아쉬움을 남긴다.
난잡한 사생활로 슬럼프에 빠진 웨인 루니는 소속팀 맨유가 공격수 부재로 위기에 처했음에도 부상을 핑계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휴가까지 떠났다. 그렇다고 이청용이 루니를 닮아야 한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유럽도 정도를 벗어난, 지나치게 개인주의 성향을 지닌 선수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팀 조직력을 깨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융통성을 가진 선수라면 팀 분위기를 깨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실리’도 취할 수 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쳐 있다면 휴식이 절실하다. 에버튼전에서의 이청용은 전혀 이청용답지 않았다. 혹사의 연속으로 체력 저하가 두드러져 발놀림이 현격히 무뎠다. 특징인 날렵한 풋워크와 같은 경쾌한 발놀림을 찾아볼 수 없었다.
소속팀을 위해 쉼 없이 달려 온 지난 1년, 볼턴을 위해 잔류를 결정한 충성도 높은 이청용이다. 그만큼 코일 감독에게 휴식을 요구할 자격은 충분하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