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 잃은´ 박주영…감독 탓에 고립 또 고립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입력 2010.12.07 05:05  수정

계속된 부진으로 리그 17위 추락 ‘강등 위기’

궁합보다 피지컬-특정선수 맹신 ‘위기 자초’

AS 모나코가 강등 위기에 놓인 가운데, 부진의 원인이 라콤브 감독의 박주영 활용법 때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강등권에 몰린 AS 모나코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무엇보다 박주영(25)의 골이 절실하다.

모나코 현지 서포터들이 박주영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이 때문. 그러나 현재 5골을 기록 중인 박주영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출전 여파로 골 감각이 다소 떨어져 있다.

모나코는 5일(한국시간) ‘2010-11 프랑스리그’ 스타드 렌과의 16라운드에서도 0-1 완패했다. 이날 패배로 20개 팀 중 17위로 처진 모나코는 이제 강등권 탈출을 신경 써야 하는 처지다. 프랑스 리그는 하위 3개팀이 시즌 종료 후 2부 리그로 강등된다.

박주영은 스타드 렌전에서도 고군분투했지만, 전방에서 철저히 고립되며 결과물을 얻지 못했다. 원인은 기 라콤브 감독의 무기력한 전술에 있다는 게 축구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라콤브가 지휘하는 모나코는 ‘뻥축구’로 일관, 이로 인해 축구팬들 사이에서 박주영은 ‘헤딩기계’로 진화(?)했다는 웃지 못 할 농담까지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라콤브 감독이 박주영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주영은 ´팀플레이´에 최적화된 선수다. 브라질의 호나우두같이 압도적인 개인전술을 바탕으로 한 돌파형 선수가 아닌, 동료와 2대1 패스로 밀집수비를 깨는 스타일이다. 따라서 민첩하고 영리한 선수들이 박주영을 잘 받쳐줘야 한다.

모나코에도 그런 선수가 있었다. 아르헨티나 출신 알레한드로 알론소와 브라질 출신 안데르손 네네가 박주영과 호흡이 잘 맞는 단짝이었다.

그러나 네네는 올 시즌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했고, 알론소는 라콤브 감독의 시야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게다가 알론소는 올 겨울 이적 시장에서 팀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라콤브 감독도 최근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알론소가 곧 팀을 떠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중원의 지휘자 알론소는 박주영과 유난히 죽이 잘 맞았기에 아쉬움이 크다. 모나코 입단 첫해부터 알론소는 박주영의 재능을 믿고 패스를 몰아줬고, 박주영은 알론소의 도움을 바탕으로 연신 골을 터뜨렸다.

박주영에 대한 알론소의 애정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묻어났다. 지난 7월 모나코 방한 당시 “박주영이 프랑스리그에 빨리 적응해 놀랐다”며 “모나코 간판선수인 박주영과 내년 시즌에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알론소는 박주영의 돋보이는 재능도 재능이지만, 겸손하고 모범적인 생활태도에 큰 감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영과 포지션은 다르지만 비슷한 유형의 선수다.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공간을 창출하고, 동료 움직임을 파악해 한 수 앞을 보는 발군의 스루패스가 장기다.

그러나 라콤브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 맹활약한 알론소를 좀처럼 기용하지 않고 있다. 라콤브 감독이 지나치게 피지컬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실제 라콤브 감독은 신장 170cm대 단신 알론소 대신 압도적인 피지컬을 자랑하는 듀메르시 음보카니(콩고)와 다니엘 니쿨라에(루나미아) 등을 박주영의 동반자로 활용하고 있다. 모두 신장이 190cm대에 육박하는 힘 좋은 공격수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느리고 둔한 반응 속도 때문에 모나코 공격진 연쇄부진의 원흉이 되고 있다. 특히, 박주영과의 호흡이 매끄럽지 못하다. 한 술 더 떠 라콤브 감독은 음보카니에 대한 맹신으로 한때 박주영을 측면 미드필더로 보직을 변경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박주영 대신 전방에 선 음보카니는 이번 시즌 단 1골도 넣지 못한 채 깊은 침체에 빠졌다.

라콤브 감독의 오판은 곧바로 성적으로 이어졌다. 당장 2부 리그 추락을 걱정할 초라한 처지가 됐고, 라콤브 또한 경질설에 휩싸인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이제 라콤브 감독은 선택해야 한다. 고집을 버리고 박주영의 단짝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무엇보다 토라진 알론소의 마음을 다시 돌려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여의치 않다면 겨울이적시장에서 제2, 제3 공격옵션을 준비해야 한다.

2010 K리그 우승팀 FC서울 공격의 핵은 데얀 다미아노비치다. 서울 팬들이 데얀을 ‘데얀민국’이라고 부를 만큼 팀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모나코에선 박주영이 데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다. 그러나 박주영은 서울의 데얀만큼 전폭적인 공격지원을 받지 못했다. 빙가다 감독이 데얀을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유형의 공격 옵션들을 풀가동한 반면, 라콤브 감독은 편견에 갇혀 이렇다 할 해법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빙가다 감독은 데얀을 붙박이 선발로 고정한 상태에서 정조국을 비롯해 이승렬, 제파로프, 하대성, 최태욱, 김태환 등 다양한 카드를 실험했다. 덕분에 데얀은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옷을 찾을 수 있었고, 이는 곧 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로 이어졌다.

모나코의 라콤브 감독 역시 박주영을 측면 미드필더로 내리는 일시적인 타개책이 아닌, 근본적인 문제를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 현재 모나코에 가장 필요한 것은 라콤브 감독의 변화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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