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농구 핸드볼 등 여타 스포츠는 공격과 수비가 불규칙적으로 교차하지만, 야구만큼은 공격의 기회가 3번 확정된 후 상대팀에게 3번의 공격 기회를 주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야구에서 공격과 수비 전술은 여느 구기 종목에 비해 명확하게 구분된다.
감독도 마찬가지다. 공격을 중시하는 감독과 수비를 중시하는 감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강타자 출신 감독들은 화끈한 공격야구를 선호하는 편이고 투수 출신 감독들은 수비 중심의 안정적인 야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타자 출신 '헐크' SK 이만수 감독이 전자의 경우고, '지키는 야구'라는 신조어를 만든 KIA 선동열 감독이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다. 선동열 감독의 경우, KIA로 사령탑을 옮긴 후 야구관이 미묘하게 바뀌고 있어 눈길을 끈다. 과거 삼성 시절에는 타격보다는 수비에 방점을 찍고 '지키는 야구'로 삼성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았던 그다. 하지만 올 시즌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타격도 공격적이고 수비마저도 선제공격을 요구한다. 사실 투수의 투구는 수비의 시작인 동시에 상대 타자에 대한 공격 행위다. 수비를 가장 적극적으로 하기 위한 첫 단초가 바로 공격적인 피칭이다.
그럼 왜 KIA에서는 공격적인 피칭을 강조하게 된 것일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팀컬러 차이다. KIA는 팀컬러가 과거 삼성과는 다르다. 삼성 시절에는 소위 '삼점 라이온즈'라는 닉네임이 붙을 정도로 타선의 응집력과 장타력이 떨어졌다. 이승엽 일본 진출과 심정수 은퇴, 그리고 마해영 FA 이적 등으로 인해 양준혁을 제외하곤 중심타선이 사실상 와해됐기 때문.
최형우-채태인-박석민을 앞세운 클린업이 정착되기까지 시행착오의 기간이 길었다. 그 동안 팀 타선의 구심점은 취약했다. 선동열 감독 재임 시절 삼성 타격이 부진했던 이유다.
KIA는 다르다. 리그 최고의 리드오프진 이용규와 김선빈이 있고 이범호-최희섭-김상현-나지완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의 중량감은 올 시즌 8개 구단 중 최상위급에 속한다. 최소 득점을 지켜 승리로 귀결시키는 과거 '지키는 야구'는 KIA에선 효율성이 높지 않을 수 있다. 선취점을 주더라도 중반 이후 타력으로 뒤집을 잠재력이 KIA 타선엔 내재한다.
[KIA-롯데]수비를 가장 적극적으로 하기 위한 첫 단초가 바로 공격적인 피칭이다.
마운드도 마찬가지. 폭발적인 타선이 있기 때문에 도망가는 피칭을 할 필요가 없다. 초구부터 과감하게 승부하는 투구, 즉 공격적인 투구를 KIA 투수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KIA에선 '공격이 최선의 수비다'라는 격언이 잘 어울린다. 지난 20일 목동구장서 열린 넥센전에서 피하지 않고 초구부터 정면승부를 펼친 한승혁과 앤서니 르루의 공격적인 피칭을 칭찬한 바 있다.
불펜 중심의 야구에서 선발로 무게중심이 살짝 이동하는 변화가 감지된다. '에이스' 윤석민을 마무리로 돌리지 않고 선발진에 둔 상태에서 마무리를 발굴, 조련해 나갈 태세다. 김진우와 한기주, 유동훈, 그리고 고졸 유망주 한승혁까지. KIA 마무리 후보는 선동열 감독의 최종 간택을 기다리고 있다.
더욱이 선동열 감독은 팀 내 선수들에게 '선의의 공격‘을 시도하는 심리전법을 쓰고 있다. 말하자면 심리적인 자극이다. 특히, 팀의 에이스급 선수들이 나태하지 않도록 경쟁을 부추기는 편이다. 삼성 시절에는 오승환의 승부근성을 자극하기 위해 현역시절 자신보다 구위가 떨어진다는 식으로 오승환의 분발을 자극한 바 있다.
KIA에서는 윤석민이 그 대상이다. 최근 류현진과 윤석민을 비교하면서 "류현진이 좀 더 낫다"라고 하는 모습은 윤석민의 경쟁 심리를 자극, 보다 뛰어난 경기력을 마운드에서 보여주길 기대하는 방법이다. 타 팀 선수는 격려하고 소속 선수는 자극하는 게 선동열 감독 특유의 또 다른 공격전술이라고 볼 수 있다.
올 시즌 선동열 감독은 여느 시즌보다 다양한 형태의 '공격'을 요구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공격은 적극성이다. 적극적인 야구가 올 시즌 선동열 감독의 새로운 모토다. 소극적인 수비 위주의 지키는 야구에서 탈피, 한 단계 진화된 공격 야구로 중무장한 호랑이군단을 진두지휘하며 2012시즌을 노크하고 있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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