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료 허풍 정치인 뻥공약에 파국 초읽기

이의춘 편집국장 (jungleelee@naver.com)

입력 2012.06.26 09:08  수정

<칼럼>거시경제지표 자랑질 멈추고 민관경제위기극복 TF 즉각 가동하라

지난 4월 11일 스페인 국채금리 상승으로 유럽 재정위기가 재부각되는 가운데 서울시내 한 증권사 건물 로비 전광판엔 주가지수가 하락하고 있다.
세계 실물복합 불황 우려, 남유럽 국가부도 위기, 실물경제 덮친 유럽 쓰나미
한국덮친 퍼펙트 스톰...수출 생산 소비 동반추락
한국 저성장 시대 들어섰다
15년 불패 한국 제조업 흔들, 수출 기업및 재래시장 아우성
건설사 도산, 중개업소 폐업 도미노
백화점 연중 세일로 매출부진 타개 안간힘...


요즘 국내외 경제를 전하는 신문들의 헤드라인들이다. 기사 읽기가 겁날 정도로 부정적인 제목들로 온통 도배질돼 있다.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열등생들의 재정위기가 국가 부도위기로 치닫고 있다. 세계경제의 희망이었던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도 대유럽수출이 감소하면서 우리나라 수출도 덩달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는 수출은 지난 3개월째 내리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심상치 않다.

내수는 그야말로 난리다. 건설경기가 최악의 바닥을 헤매면서 웬만한 중소중견 건설업체들은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으로 쓰러졌거나 은행관리로 연명중이다. 부동산거래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집값이 고공행진할 때 빚내서 구입한 월급쟁이들은 그야말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매달 원리금만 수백만원을 내는 상황에서 집값은 오히려 20~40% 떨어져 집있는 게 '웬수'인 ‘하우스푸어’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는 1000조원을 육박하면서 우리경제 최대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민들의 삶은 어느 때보다 고단해지고 있다. 모 신문은 어느 생계형 자영업자의 절규를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이 개미사장은 “하루 12시간 일해도 수입은 고작 월 100만원에 불과하다”며 쉬지않고 일해도 희망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국내외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전망치를 당초 4%대에서 3%언더로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다. 당초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상저하고(上低下高)를 점쳤던 경제연구소들은 이젠 연저(年低)로 수정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일년내내 썰렁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수출과 내수가 쪼그라들면서 소비도 얼어붙고 있다. 기업들은 비상경영으로 전환해서 투자를 중단하고, 채용규모도 줄이거나 포기하고 있다. 하반기 일자리는 감소할 수밖에 없게 됐다.

빨간불이 켜진 우리 경제를 지금처럼 방치하면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10년, 20년의 끔찍한 복합불황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위험천만한 비상상황이 된 것이다.

위기의 진원지인 유럽경제와 중국 등 신흥국가 경제가 극적으로 반전되지 않는 한 앞으로 2~3년간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못지 않은 금융및 실물경제 침체가 불가피해졌다. 모든 경제주체가 허리띠를 단단히 동여매야 하는 비상상황을 맞고 있는 셈이다.

경제에 울리는 경고음이 이처럼 심각해지면 정부와 정치권은 비상한 각오로 위기 탈출에 협조해야 한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은 12월 대선승리에만 매몰돼 복지포퓰리즘 경쟁에 여념이 없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들의 투자가 가장 긴급한 현안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경제민주화란 미명하에 대기업 규제, 재벌때리기에 시간낭비를 하고 있다. 세계적인 불황 쓰나미가 한국경제를 덮쳐오고 있는데도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은 어떻게든 우리경제가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 투자와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기업들의 규제완화부터 해줘서 투자를 독려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기업의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가득 채우는 일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겠다는 달콤한 공약이 대표적이다. 불황기에 기업들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정치권은 기업들의 위기경영에는 나몰라라 하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밀어붙일 태세를 보이고 있다. 폭스바겐 벤츠 등 독일 자동차 업계나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업계는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판매부진을 타개하기위해 노사합의에 의해 비정규직 해고와 근로시간 뱅킹제, 잡세어링 등 다양한 노동시장 유연정책을 실시했다. 경영위기를 극복한 독일과 일본자동차메이커들은 해고했던 근로자들를 다시 고용했다.

요즘 정부 경제팀을 보면 관전자(觀戰者)같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우리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충격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거시경제 지표가 상대적으로 괜찮다며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작 위기의 뇌관인 가계부채 문제나 부동산 동면 상태를 풀 규제완화 작업에는 생색내기, 면피용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권도엽 장관도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2년간 유예 등을 내놓았다. 이들 조치가 실효를 얻기위해선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여야가 대선을 앞두고 이들 대책에 대해 반대 내지 미지근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게 문제다. 경제팀은 하릴 없이 수수방관하고 있다. 우리는 할 일을 했다는 식이다. 주무장관이라면 여야를 찾아가 법개정의 필요성을 끈질지게 설득하는 프로정신과 책임감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비상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어영부영하면 나라경제가 결단난다. 집값 추락을 방치하면 서민경제가 무너지고, 중산층이 붕괴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스페인 위기도 부동산 버블을 제대로 관리못해서 사단이 났다.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 금융회사의 부실채무가 급증해진다. 이는 소비위축과 성장률 하락, 실물경제 위축 등 실물과 금융이 동시에 쪼그라드는 복합불황을 가져온다. 금융부실이 누적되면 재정위기도 초래하게 된다. 경제팀이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일본과 스페인위기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을 보살펴야 한다. 서민경제가 피폐해지지 않도록 서민경제 활성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가계부채가 우리경제를 파괴하는 뇌관이 되지 않도록 뇌관 해체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문제는 기업이다. 성장과 일자리, 투자를 주도하는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과감한 규제완화와 투자인센티브 강화 등을 제시해야 한다. 바닥경제를 옥죄고 있는 부동산거래도 재개될 수 있도록 이미 발표한 부동산 대책의 입법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 때 내놓은 DTI 규제 완화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거래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 등록세 감면대책도 과감하게 내놓아야 한다.

경제팀은 관전자가 아니다. 골을 넣어야 하는 주전선수들이다. 손에 피를 묻혀가면서 우리경제의 환부를 도려내고, 성장활력 회복을 위해 과감한 규제완화, 취득세및 등록세 감면 등 세제유인책을 실행해야 한다. 경기가 더 이상 얼어붙지 않도록 적극적인 재정 통화정책을 검토해야 한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한국정부는 내수진작을 위해 재정확대, 금리인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출이 악화되면 내수의 불씨라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가 다 죽고난 후 대책을 내놓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대책발표를 미루면 환자는 이미 죽어있을 것이다. 박재완 장관, 김석동 위원장, 권도엽 장관 등 경제팀은 한가하게 면피성 대책으로 일관할 생각은 접어야 한다. 한은 김중수 총재도 케인즈포퓰리즘 등 어려운 용어로 두루뭉술 넘어가선 안된다.

청와대는 지금 관료들의 포로가 돼 있음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가계부채 문제만 해도 그렇다. 지금처럼 DTI규제 등으로 꽉 묶어놓고 있으면 거래가 더욱 안되고, 매달 수백만원씩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하우스 푸어들의 고통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세제 감면과 대출규제 완화로 거래를 풀어줘야 한다. 하우스푸어들이 집팔아 채무를 일부 상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가계부채를 구조조정할 수 있다.

관료들은 가계부채 증가시 감사원 정책감사와 국회 국정조사 등을 받을 것을 우려해 대출규제 완화에 결사 반대중이다.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했다가 구속됐던 ‘변양호 신드롬’이 만연돼 있다. 손에 피묻혔다가 괜히 나중에 코피 터진다는 관료들의 복지부동이 문제다. 지금처럼 대출규제를 묶어놓으면 하우스푸어들과 다중채무자들은 은행문턱을 넘지 못하고, 고리대의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는 악성 가계부채를 더욱 키울 뿐이다.

이 문제는 경제관료들의 면피용 대책에 맡겨선 안된다. 정권의 안위차원을 넘어 나라경제가 결딴나는 것을 막기위한 차원에서 봐야 한다. 청와대가 관료들의 면피용 대책에 주저해선 안된다. 가계부채 문제와 집값 추락을 방치하면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은 가속화할 것이다. 이는 보수정권의 정권재창출에도 커다란 악재다.

이명박 대통령의 마지막 경제팀은 이런 점에서 참으로 미덥지 못하다. 추락중인 경제를 붙들겠다는 결연한 의지나 수습책이 제대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과감한 재정과 금융정책, 통화정책을 구사하고, 규제완화 드라이브를 걸어야 활로가 있는데도 미적미적대고 있다. 국민들은 경제를 잘아는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뽑아줬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경제실적은 초라하다. 경제성장률은 역대정권 가운데서 가장 낮다. 주가는 대통령 취임 초에 비해서 한참 떨어졌다. 부동산가격도 김포 파주 등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최대 40%가량 추락했다.
대통령이 아무리 글로벌 금융위기를 잘 수습했다고 자랑해도 서민경제, 바닥경제가 죽쑤는 민심은 돌아서게 돼 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다.

거시경제지표가 괜찮다고 자랑할게 아니다. 청와대는 한미FTA와 G20 서울개최 등으로 국격을 높였다고 으쓱해대지만 서민들은 “그게 어째서” 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현 경제위기를 방치하면 연말 대선에서 승리한 주자는 청와대에 입주하자마자 처참하게 망가진 경제를 복원시키고 정비하느라 날을 새야 할 판이다.

청와대는 경제계와 함께 민관 합동 경제위기극복위원회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서둘러 발족해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은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건의서 한 장 내놓는 것으로 할 일 다했다고 치부해서 안된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등 재계회장단이 경제살리기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전국의 중소기업을 순회하며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대-중기상생과 협력증진 방안을 제고해야 한다. 투자와 고용유지및 채용확대 방안 등에 대해 재계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정부와 여야가 머리를 맞대는 여야정 경제협의체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모든 경제주체가 위기극복에 동참할 수 있도록 컨틴전시 플랜을 즉시 가동해야 한다. 정부가 탁상공론으로만 플랜A, B등을 갖고 있다고 허풍떨어선 안된다.

청와대와 경제팀, 여야는 당리당략을 떠나 추락하는 경제를 살릴 과감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같은 비상시국에서 대기업과 재벌에 재갈을 물리는 경제민주화 등을 논의하는 것은 한가한 소리다. 이는 경제를 더욱 나락으로 밀어넣은 짓이다. 비상등이 켜진 경제부터 살린 후에 대기업 개혁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

강성노조도 경제위기시에는 머리띠를 푸르고, 위기극복에 동참해야 한다.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위기가 극복될 때까지 한시적인 파업중단과 노사화합, 산업평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게 하루하루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이요, 민생대책이다. 무거운 빚더미와 연체, 실업, 매출 부진으로 허덕이는 서민과 중산층, 기업들의 눈물을 닦아줄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시간은 우리편이 아니다.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 지금 당장 팔을 걷어붙이고 위기극복에 나서는 믿음직한 관료와 정치인을 보고 싶다. [데일리안 =이의춘 편집국장 junglee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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