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철저하게 비밀주의를 고집하며 베일에 가려져 있던 영업사항을 하나 둘씩 공개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 시간) 애플이 삼성전자와의 특허소송 심리 과정에서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영업비밀을 공개해야 하는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이달 말까지 심리가 이어질 예정이어서 애플의 비밀스러운 정보가 더 드러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으며 이에 대해 애플이 내심 불편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특허 본안소송 심리를 진행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 북부지방법원의 루시 고 판사는 애플의 국가별 매출 현황을 배심원단에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애플은 다른 기업에서는 일반적으로 공개하는 이 같은 데이터를 그동안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꺼려했다. 이번 소송과정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는 기각됐다.
애플의 미국 내 아이폰 아이패드 광고비 총액도 3일(현지시간) 진행된 심리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애플은 2007∼2011년 미국 내에서 아이폰 광고비로 6억4700만 달러(약 7300억 원)를 집행했으며 아이패드 광고비로도 2010년 4억5700만 달러(약 5200억 원)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인으로 나선 모바일소프트웨어 담당 임원인 스콧 포스톨 부사장은 애플이 아이패드를 개발하면서 화면 크기를 놓고 벌어진 경영진 내부 논쟁을 처음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에디 큐 애플 수석부사장이 소비자의 의견을 취합해 지난해 초부터 여러 차례 삼성전자 갤럭시탭과 같은 크기의 7인치 아이패드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잡스에게 전달했지만 잡스는 “갤럭시탭은 나오자마자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며 현재 아이패드(9.7인치 화면) 크기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일화도 공개됐다.
애플의 엄격한 보안 체계도 알려졌다. 포스털 부회장은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로부터 사용자 환경(UI), 스크린에 뜨는 버튼과 이미지에 관한 작업을 하는 인력을 회사 밖에서 모집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회사 건물 1개 층에 보안 카메라를 설치하고 출입 카드를 사용하게 했다. 회사 문 앞에는 등장인물들이 자신이 하는 일을 말해서는 안된다고 요구하는 설정의 영화 <파이트 클럽> 이름을 붙여놓았다. 포스털은 자신에게 직접 보고하는 팀 직원이 1000명이었으며 전 직원회의를 하면 2000명 정도 모였다고 증언했다.
앞서 판사에게 제출된 99쪽 분량의 서류에서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 원형도 일부 드러났다. 애플은 아이폰의 테두리를 지금처럼 둥글지 않고 모나게 하는 것도 고려했다. 이 밖에 아이폰을 산 소비자의 78%가 케이스를 구입한다는 애플의 내부조사 결과도 재판에서 알려졌다.
한편 최근 애플의 비밀주의에 대해 다뤄준 '인사이드 애플'(청림출판)이라는 책을 지어낸 저자 애덤 라신스키는 애플의 비밀주의에 대해 “꼭 알아야 할 것만을 공유하는 것이며 사실 남의 일에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일에 더 집중토록 하는 게 애플방식”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 “조용히 입다물고 있다가 실제 제품이 출시된 뒤 제품 그 자체로 말해 버렸을 때엔 신제품 출시에 앞서 기존 제품이 안팔리는 것도 막을 수 있고, 언론의 궁금증을 자극할 것이며, 사는 사람들도 신선한 충격을 받을 것이다. 이 회사는 그 이점을 알고 있다”는 말로 애플이 비밀주의를 고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데일리안=이광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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