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모서리 애플 것이면 자동차 올스톱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입력 2012.08.27 09:12  수정

<이강미의 재계산책>미 법원 애플에 편파 판결…자국 보호무역주의 비난

전문가들도 '둥근 모서리 사각 디자인은 애플만 사용하라는 건 난센스'

이강미 데일리안 산업부장
세기의 전쟁이라 불리는 삼성전자와 애플간 '특허전쟁'과 관련, 미국 법원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판결'을 내림으로써 전 세계인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이 지난 24일(현지시각) 삼성전자와 애플간 특허소송에서 자국기업인 애플에 일방적 압승을 안겨준 것과 관련, 업계에서는 결국 자국 보호주의에 치우친 공정치 못한 평결로 향후 글로벌 IT 업계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유럽, 한국 법원 등이 '둥근 모서리의 사각형 디자인'에 대해 애플의 고유 디자인 특허로 인정하지 않은 반면 미국 배심원 평결은 애플의 독점 디자인으로 판단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미국 법원의 평결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애플에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게 돼 모바일 기기의 가격이 올라가는 동시에 글로벌 IT업계의 혁신과 발전이 제한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이번 미국 법원 평결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먼저 '둥근 모서리의 사각 디자인은 애플만 사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이번 미국 법원의 평결대로라면 '둥근 모서리의 사각 디자인은 애플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영국과 독일, 한국 등 유럽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는 애플이 주장한 '둥근 모서리의 사각형', '평평한 화면' 등 일반적인 디자인 속성을 특정 기업이 독점할 수 없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지난해 8월 네덜란드에서의 가처분 소송에서 갤럭시S 등이 애플 디자인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이 나왔고, 24일 한국 판결에서도 애플의 디자인 특허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특히 지난 7월 영국에서 삼성전자가 제기한 디자인 비침해 확인소송에서 법원은 삼성 갤럭시탭이 애플의 태블릿 디자인과 다르다고 판결했다. 지난 7월 영국 법원은 Knight Ridder(1994) 등 약 50여 개의 선행 제품을 고려해 애플 디자인의 많은 부분에 독창성이 부족하며 삼성 태블릿은 애플 제품과 뚜렷한 차별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애플의 아이패드(왼쪽 위), 아이폰4(왼쪽 아래)와 삼성전자의 갤럭시탭10.1(오른쪽 위), 갤럭시S2(오른쪽 아래)

따라서 이번 미국 법원 평결은 보편성을 결여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에대해 IT업계의 한 전문가는 "둥근 모서리의 사각 디자인을 애플의 고유 디자인으로 규정한 것 자체가 디자인에 대한 글로벌 업계 전반의 인식과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법원 평결이 안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표준특허는 누구나 써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이번 산호세 평결 과정에서 애플이 삼성의 통신 표준특허를 단 1건도 침해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린 것에 대해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자칫 표준특허는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식의 인식이 퍼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면서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로 확보한 통신 표준기술을 허락없이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미국 법원 평결시 질문하나 없이 속전속결로 이뤄지는 등 허점 투성이였다는 지적이다. 재판 과정에서 삼성전자에 유리한 증거는 대부분 제외됐음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평결지침이 109페이지, 평결양식이 20페이지 33개 문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노트(Note·판사에게 전달하는 질문사항)도 없었다.

평결에 걸린 시간도 사안의 복잡성에 비해 상당히 짧았다. 과거 이번 건보다 복잡하지 않았던 구글이나 오러클 특허 소송의 경우 약 일주일 정도 걸렸으나 이번 건은 당초 연기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22시간만에 속전속결로 끝났다.

이와 관련, 현지에서도 "이번처럼 복잡하고 전문적인 내용의 사안을 다루는 소송에서 단 한 번의 노트도 없이 속전속결로 끝난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전문적 내용의 특허 소송을 비전문가들인 배심원들의 판단에 맡긴 이번 소송 시작 당시부터 애플에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돼 왔었다. 미국에서 자국 기업인 애플에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돼 있고, 애플의 본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거주인들로 구성된 배심원들에게 판단을 맡겼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이 소니스타일 디자인을 참고했었다는 증언을 한 애플의 디자이너 니시보리의 증언, 삼성이 애플 디자인을 베끼지 않았다는 증거가 될 삼성의 선행제품 관련 증거 등 삼성에 유리한 주요 증거를 재판부가 잇따라 기각하면서 자국기업인 애플에 유리한 쪽으로 편파적으로 진행됐다.

특히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처럼 애플 본사 소재 지역의 주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전문성을 요하는 특허 소송에서 자국 기업에 대한 심리적 편향을 극복하고 객관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어쨌든 이번 미국 법원 평결로 당장 글로벌 IT업계에선 소위 '애플세'를 지불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의 모바일 디바이스를 제조하는 업체는 애플에게 특허사용료를 내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애널리스트 알 힐와는 "앞으로 스마트폰 업계에 애플세가 생길 것"이라며 "이로 인해 스마트폰 가격이 오르게 될 것이고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워싱톤 포스트지 등도 "애플사가 승소함에 따라 제품의 다양성 감소, 애플사에 지불해야하는 로열티 증가로 인한 제품 가격 상승 등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결국 이번 미국 법원 평결로 글로벌 IT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일반적인 디자인 속성이 특정 기업의 특허로 인정됨으로써 다른 스마트폰 업체들도 소송에 휘말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Stroock & Lavan 소속 파트너 변호사인 피에르 얀니(Pierre Yanney)의 말을 빌려 "삼성전자의 승리는 소비자에게 더욱 많은 선택을 의미하며, 반면 애플의 승리는 시장 경쟁 저해를 의미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블룸버그는 하버드 로스쿨 수잔 크로포드(Susan P. Crawford) 객원교수의 칼럼을 통해 '애플이 승소할 경우 전반적인 휴대폰 업계가 경직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번 평결은 최근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과도 무관치않다는 점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월풀의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산 세탁기에 최고 82%의 관세를 부과하는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렸다. 이번 특허소송 역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제패한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제한하려는 시도로 밖에는 볼 수 없다.

결국 미국 법원은 이번 삼성과 애플의 특허재판에서 자국기업인 애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편파적 평결을 내림으로써 자국 편들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데일리안 = 이강미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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