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쫓겨나는 감독들도 부지기수다. 구단들의 성적 조급증과 전문성 부족 탓에 감독들만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희생양이 되는 행태가 반복, 자칫 한국야구의 수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최근 2년 사이 프로야구 8개구단 감독들이 물갈이됐다. 한화 한대화 감독에 이어 넥센 김시진 감독마저 시즌 중 경질, 이제 한 팀에서 3년 이상 근속한 장수 감독들은 모두 사라졌다. 무려 7명의 감독이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했고, 이중 3명은 시즌 중 지휘봉을 빼앗겼다. 그야말로 ‘파리 목숨’이다.
현재 8개구단 감독 중 최고령은 1958년생 SK 이만수 감독이다. 감독 연차로는 올해로 7시즌 째인 KIA 선동열 감독을 제외하면, 모두 2년차 이하의 초짜급 감독들이 전부다. 물론 현재의 감독들도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험과 연륜을 무시한 잦은 감독교체는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많다는 지적이다.
감독교체가 잦아진 이유는 표면적으로 성적부진이다.
그러나 성적 부진의 책임을 감독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무리다. 올 시즌 성적부진을 이유로 시즌 중 경질된 한대화-김시진 감독의 경우, 재임기간 중 구단으로부터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에야 몇몇 스타급 선수들을 보강했다고 하지만, 장기레이스에서 당장 성적을 기대하기는 선수층이 얇았고, 아직은 리빌딩이 아직 진행중인 팀에 가까웠다. 그러나 기대치만 높았던 구단은 오래 기다려주지 못했다.
한편으로 김성근 전 SK 감독이나 선동열 전 삼성 감독처럼 팀 성적과 별개로, 구단의 이해관계와 맞지 않아 지휘봉을 빼앗겼던 사례도 있다. 구단 방침에 고분고분하지 않거나, 다루기 힘든 감독들도 언제든 자리를 빼앗기기 쉬운 현실 속에서 계약서에 보장된 임기는 유명무실한 뿐이다.
무엇보다 감독과 프런트간의 상호 역할분담과 책임이 분명해야한다는 지적이다. 한국프로야구는 표면적으로 감독과 프런트간의 역할분담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감독에게 성적에 대한 책임만 과도하게 요구하면서 정작 실권을 보장해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문 스포츠인들 출신에 비해 모기업에서 내려오는 프런트의 야구단 운영에 대한 책임감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도 혼선을 부채질한다. 이러다보면 감독이 프런트의 눈치만 보면서 당장의 성적에만 연연할 수밖에 없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을 운영하기 힘들다.
젊은 선수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고 발굴하기보다는, 주축 선수들만 혹사시키면서 성적 짜내기에 급급해진다. 이런 근시안적인 팀 운영은 장기적으로 구단에게도 독으로 돌아온다.
김성근 감독은 지도자 생활동안 무려 12번이 넘는 경질을 겪으면서도 지도자로서 살아남았고, 지금도 국내 최고의 감독으로 인정받고 있다. 비록 구단으로부터는 버림받아도 야구에 대한 소신을 잃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의 젊은 감독들은 시행착오에 대한 면역성이 취약하다. 사람을 쉽게 쓰고 버리는 문화 속에서 감독들은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입증할 기회도 얻기 전에 ‘실패’라는 꼬리표를 달고 나면 커리어를 다시 만회할 기회는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한 명의 유망주를 선수로 키우는데 수년의 세월이 필요하듯, 지도자에게도 능력을 만개할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프로야구계의 슬픈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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