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색 지워버린 양승호…도로 ‘꼴데’?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12.10.06 07:09  수정

9월 들어 투타 부진, 급격한 하락세

우승 고사하고 PS 광속탈락 걱정해야

양승호 감독은 팀의 약점을 메운 대신 장점을 지워버리고 말았다.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롯데 양승호 감독은 복장이다. 지난해 롯데 부임 당시, 초보 사령탑이던 그는 8개 구단 가운데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롯데 타선을 손에 쥐고 프로야구에 뛰어들었다.

롯데는 이전 시즌까지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 강팀으로의 면모를 갖춰나가던 팀이었다. 현역 감독들 가운데 같은 조건에서 시작한 사령탑은 양승호 감독과 SK 이만수 감독이 유이하다. 또 다른 강호 삼성과 두산은 각각 2009년과 2011년, 가을 잔치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만큼 양 감독은 차려진 밥상을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양승호 감독의 시작은 다소 삐걱거렸지만 이내 전력을 추슬러 롯데 역사상 처음으로 페넌트레이스 2위의 성과를 일궜다. 비록 플레이오프서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쉽게 탈락했지만 그를 향한 비난은 이제 우승에 대한 기대로 바뀌었다.

악재도 있었다. 팀의 상징인 이대호가 일본으로 떠났고, 15승 투수인 장원준이 군입대해 전력의 큰 공백이 생겼다. 하지만 구단 수뇌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SK 불펜의 핵이었던 FA 정대현과 이승호를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고질적 약점인 뒷문에 대한 고민이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롯데는 장단이 뚜렷한 팀이다. 2000년대 초중반, 하위권을 전전하던 롯데는 2008년 로이스터 감독이 팀을 맡은 이후 전력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무엇보다 ‘두려움 없는 야구’를 주문했던 로이스터 감독은 선수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며 리그 최고의 타선을 보유하게 됐다. 약점의 최소화보다는 장점의 극대화를 추구한 로이스터 감독이야 말로 ‘두려움 없는 야구’를 한 셈이었다.

로이스터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은 양 감독은 탄탄한 기초에 근거한 스몰볼을 천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팀의 약점이 수비와 불펜진만 보완한다면 단숨에 우승권으로 도약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빤한 답이었다. 그래서 FA를 불펜투수들로 보강했고, 겨우내 훈련도 수비적인 부분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

올 시즌 시작도 좋았다. 시즌 내내 팀 성적은 상위권에 위치했고, 지난 5월 24일 5위로 잠시 내려앉은 이후 단 한 번도 4강권을 이탈하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달 초에는 선두 삼성에 3경기 차로 근접하며 페넌트레이스 우승까지 넘봤다. 그리고 거짓말 같은 추락이 시작됐다.

롯데는 9월 이후 8승 1무 15패에 그치고 있다.

최근 15경기에선 아예 2승 1무 12패의 심각한 부진이다. 최대 무기인 방망이는 차갑게 식었고, 그동안 버텨주던 불펜진도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집중력을 상실한 야수들도 매 경기 어이없는 실책을 반복하고 있다. 그나마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던 지난 2일 KIA전에서 대거 10점을 뽑아낸 것이 위안이다.

이렇다 보니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목표인 우승은 고사하고 광속 탈락을 걱정해야하는 처지에 놓인 롯데다. 특히 팀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을 당시 양승호 감독은 이렇다 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해 롯데팬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타순도 바꿔보고 투수들도 새 얼굴을 내세웠지만 결과는 대부분 실패로 이어졌다.

최근 3시즌 롯데 투타 성적.

양승호 감독의 패착은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부분이다. 타선의 중심을 묵직하게 잡아주던 이대호는 대체 불가능한 선수였음에도 백업급 1루수 박종윤으로 충분히 메울 수 있다고 자신했다. 좌완 장원준의 빈자리는 외국인 투수 유먼으로 채웠지만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사도스키의 부진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대호 대신 4번을 맡게 된 홍성흔도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지만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된 노쇠화의 기미를 읽지 못했다. 이렇다 할 백업없이 홀로 마스크를 쓰던 포수 강민호는 체력적으로 힘에 부친 시즌 중반에야 가서나 용덕한과 교체될 수 있었다. 이들 외에도 주전과 비주전 간의 격차가 큰 것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양 감독은 롯데 전력의 베스트만을 염두에 둔 채 판을 짠 모습이다.

물론 양승호 감독은 롯데의 약점인 불펜을 강화하는데 성공했다. 그의 믿음의 리더십은 김성배를 재발견했고, 김사율을 리그 탑클래스 마무리로 탈바꿈시켰다. 하지만 투수 교체가 잦은 ‘양떼 야구’의 구사와 번트 시도 등 스몰볼 지향은 오히려 타자들의 타격감을 방해한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시즌 내내 내재돼있던 불안 요소들이, 그것도 시즌 막판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는 롯데다.

정작 문제는 양승호 감독의 계약이 만료되는 다음 시즌이다. 대개 감독들은 계약 마지막 시즌이 되면 예민할 수밖에 없다. 우승 타이틀을 손에 넣지 않는 이상 성적에 대한 욕심을 내기 마련이다. 보다 나은 성적은 요구하는 프런트, 그리고 이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감독이 어떤 길을 걸었는지는 올 시즌 한화와 넥센이 잘 말해주고 있다.

롯데 선수들은 최근 사령탑이 강병철-로이스터-양승호로 이어지며 너무 많은 변화와 경험을 받아들였다. 만년 꼴찌였던 팀은 단숨에 강팀이라 불리기 시작했고, 팬들이 외면하던 사직구장은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선수들이 분위기를 타고 기량 이상의 성적을 낸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런데 구단 수뇌부는 줄기차게 우승만을 요구하고 있다. 단시간 내 얻은 경험이 순식간에 사라져 암흑기로 돌아갈까 걱정되는 롯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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