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투수교체’ 첫 걸음마 두산의 오판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2.10.09 22:35  수정

노경은-홍상삼 늦은 투수교체로 실점

지나친 믿음, 포스트시즌서 부적합?

김진욱 감독의 한 박자 늦은 투수교체가 결과적으로 패인이 되고 말았다.

프로야구 감독들이 경기를 치르며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역시나 투수교체 타이밍이다. 물론 정답은 없다. 오직 결과만이 있을 뿐이다.

두산이 9일 잠실구장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9회 용덕한에게 역전 결승 솔로홈런을 얻어맞으며 1-2로 패했다.

이로써 5전 3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2차전을 모두 내준 두산은 벼랑 끝에 몰리며 부담스러운 사직 원정길을 떠나게 됐다. 반면, 지난 4년 간 포스트시즌에서 매번 상위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던 롯데는 플레이오프까지 단 1승만을 남겨뒀다.

선발 투수로 나선 두산 노경은과 롯데 유먼의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된 2차전은 양 팀 사령탑의 투수 교체 타이밍에 의해 승부가 엇갈렸다.

6회까지 롯데 강타선을 3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던 노경은은 7회 들어 투구수가 100개에 임박하자 구위가 눈에 띄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를 놓칠 리 없는 롯데는 대타 박준서가 2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지만 후속 타자 황재균이 우익수 앞 안타로 찬스를 마련했다.

이때 정명원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노경은을 다독였다. 투수 교체가 예상된 시점이었지만 김진욱 감독의 선택은 믿음이었다. 또한, 전날 연장까지 치른 탓에 불펜의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고픈 바람도 함께 묻어 있었다.

그러나 지친 노경은은 용덕한에게 또 안타를 맞아 1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이때도 두산 벤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노경은은 앞선 두 타석에서 2안타를 치며 타격감이 달아오른 문규현에게 동점 적시타를 허용하고 나서야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김진욱 감독의 투구 교체 실패는 9회에도 이어졌다. 후속 투수 홍상삼은 7회 위기를 병살로 처리한 뒤, 8회에 이어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전날 1.1이닝을 소화하며 26개의 공을 던진 것을 감안하면 홍상삼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드러난 대목이었다.

하지만 정규시즌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였던 홍상삼의 주무기 포크볼은 이미 1차전부터 날카로움을 잃어버린 상황이었다. 9회 용덕한에게 결승 역전 홈런을 허용한 구질 역시 밋밋한 포크볼이었다. 김진욱 감독의 지나친 믿음은 홍상삼이 이틀 연속 홈런을 허용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반면, 롯데 양승호 감독은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로 큰 재미를 봤다. 1차전에서 강영식-김성배-이명우-최대성-김사율-정대현으로 이어지는 원포인트 투수 기용은 5.1이닝 1실점의 결과로 이어졌고,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2차전서도 마찬가지였다.

양승호 감독의 투수 교체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발가락 부상을 안고 있는 유먼이 6회까지 1실점하며 투구 수가 89개에 그쳤지만 곧바로 김성배로 교체했다. 이후 아웃카운트에 상관없이 상대 타자가 누구냐에 따라 맞춤형 투수 기용으로 추가실점 없이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사실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에서 대부분의 감독들은 투수 교체 타이밍을 한 박자 빨리 가져가곤 한다. 어차피 내일이 없는 승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수 교체를 놓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가을 잔치를 처음 맞이하는 초보 감독들이 대체로 범하는 실수 가운데 하나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자신의 첫 포스트시즌이던 지난해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선발 송승준을 너무 빨리 내리는 바람에 경기를 내준 바 있다. SK 이만수 감독(당시 감독대행) 역시 포스트시즌 내내 무너진 선발 투수들로 인해 교체 타이밍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우승 감독인 류중일 삼성 감독도 중간 계투진의 투입 시기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한다.

NC 김경문 감독은 두산 시절, ‘믿음의 야구’를 표방하며 투타 전반에 걸쳐 선수들에게 강한 믿음을 보냈다. 투수들이 실점 하더라도 감독의 탓이라며 선수들을 감싸 안았다. 김진욱 감독은 김경문 전 감독과 2007년부터 두산서 동고동락을 한 막역한 사이다.

바통을 이어받은 김진욱 감독이 두산표 믿음의 야구를 여전히 펼쳐보이곤 있지만 결과는 준플레이오프 탈락 위기로 다가왔다. 김경문 전 감독이 두산 재임 8년간 6차례나 포스트시즌에 오르고도 한 번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김진욱 감독에게 어려운 숙제가 놓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