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1~2차전 모두 잡았기에 망정이지 자칫 패하기라도 했다면 모든 덤터기는 조성환(36)이 뒤집어 쓸 뻔했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단 1승만을 남겨둔 롯데는 지금 축제 분위기다. 지난 4년간의 가을 잔치 아픔도 올 시즌 모두 치유될 것이라고 롯데 팬들은 굳게 믿고 있다. 선수들의 사기도 하늘을 찌르고 있다. 1~2차전 모두 경기 막판 드라마와 같은 역전승이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친다.
하지만 롯데에서 단 1명, 웃음을 지을 수 없는 선수가 있다. 바로 11년차 베테랑 2루수 조성환이다. 조성환은 1차전에서 5회 대량실점의 빌미가 된 결정적 실책 2개를 저질렀다. 2차전에서는 1-1 동점을 이룬 7회, 병살타로 달아오른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사실 지금까지의 행보만 놓고 봤을 때 조성환은 가을 사나이와 거리가 멀었다. 8년 만의 포스트시즌이었던 지난 2008년, 조성환은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실책으로 고개를 떨궜다. 2차전에서는 3번 타자로 중용됐지만 득점 찬스 때마다 연신 허공에 배트를 갈라 5타수 무안타(삼진 3개)에 그쳤다. 언론에서는 로이스터 감독이 부진한 조성환을 지나치게 믿은 것이 탈락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가을의 악몽은 매년 반복됐다. 2009년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3회, 어이없는 실책 하나가 7실점으로 이어졌고, 팀은 그대로 탈락했다. 두산과 다시 만난 이듬해에는 롯데가 먼저 2승을 따내 복수에 성공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롯데는 사직에서 열린 3차전에서 1회 선취 2득점을 올리며 기세를 올렸지만 조성환의 주루사 이후 분위기가 급반전되며 2승 후 3패 탈락이라는 믿기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올 시즌도 조성환은 부진하다. 1~2차전 모두 무안타에 그쳤고, 그가 지키고 있는 1-2루간은 현재 롯데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경기의 압박감을 스스로 이겨내야 하지만 매년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조성환에 대한 선수단과 팬들의 믿음은 굳건하다. 로이스터 전 감독에 이어 양승호 감독도 조성환이라는 베테랑의 존재감이 중요하다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로 양승호 감독은 1차전에서 고개를 숙인 조성환을 이튿날 아예 2번 타순으로 전진 배치시키는 믿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뼈아픈 실책임에도 열정적인(?) 롯데팬들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이유도 조성환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조성환은 결정적인 순간 실책 등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정작 포스트시즌에 그리 약한 선수가 아니다. 2008년 이후 그의 포스트시즌 통산 타율은 0.310(71타수 22안타)에 이른다. 타점은 많지 않지만 안타 또는 볼넷으로 출루해 공격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
롯데는 떠난 이대호를 비롯해 홍성흔과 강민호 등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빛나는 활약 못지않게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해낸 조성환이 있었기에 롯데의 성공시대가 열릴 수 있었다. 그래서 롯데 팬들은 조성환을 ‘언성 히어로(Unsung Hero)’라고 부른다.
지금 조성환에게 필요한 것은 승부를 결정지을 한 방이다.
조성환 역시 롯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2008년과 2010년, 각각 타격 순위 4위(0.327)와 3위(0.336)에 오르는 등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도 연봉협상에서는 늘 만족스럽지 못했다. 생애 첫 FA 협상이었던 지난 겨울에도 기간 2년+총액 7억 5000만원이라는 예상 밖의 계약으로 롯데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낸 바 있다. 하지만 조성환은 롯데 유니폼을 입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당시 FA 계약 체결 후 조성환은 “고향은 비록 서울이지만 내 마음의 고향 팀인 롯데와 시작과 마무리를 함께 할 수 있어 다행이다. 부산이 나를 떠나지 못하게 했다”며 “롯데를 위해 지금까지 해왔던 것 이상으로 팀에 헌신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느덧 선수 생활 막바지에 이른 조성환이 아직까지 팀 동료들과 팬들에게 해주지 못한 것이 있다. 승리를 이끈 결정적인 한 방이 그것이다. 과연 롯데의 언성 히어로가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를 매조지할 한 방으로 그동안 흘렸던 가을의 눈물을 닦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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