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화의 아웃솔을 지그재그 모양으로 만들어 발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테크닉이라는 의미다. 지그재그 테크닉(Zigzag Technic)의 줄임말인 셈이다.
16일 문학구장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SK와 롯데의 1차전은 양 팀 모두 타순과 마운드에 가해지는 압력을 최대한 분산시키기 위해 고안한 '직텍 시스템'이 동시에 발동했다.
우선 선발을 좌완으로 택했다. 선발로 좌완을 택하면 두 번째 투수는 우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가을 잔치와 같은 단기전에서는 선발의 승리 요건인 5이닝 투구 원칙이 지켜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 팀 승리가 투수 개인의 1승보다 중요하기 때문. SK와 롯데는 미리 약속이나 한 듯, 원칙에 충실했다.
벤치는 선발 투수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경우 조기교체 카드를 선택하기도 한다. 때문에 포스트시즌에서는 위장 선발의 활용 가능성도 항상 존재하는 편이다. 정규시즌에는 선발에 따라 좌타자 라인이나 우타자 라인을 연속해서 기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포스트시즌에는 지그재그 타순을 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SK와 롯데 '직텍 시스템'으로 정면 승부
SK는 김광현을 선발로 올린 뒤 6회부터 두 번째 투수로 우완인 엄정욱을 선택했다. 엄정욱이 7회 1이닝을 던진 뒤 8회에는 좌완 박희수를 등판시켰다. 마무리 정우람이 등판하기 직전까지 마운드 운용을 지그재그 원칙을 십분 준수한 셈이다.
SK 이만수 감독의 직텍 시스템은 타순에서도 유효했다. 1번 정근우(우)-2번 박재상(좌)-3번 최정(우), 그리고 4번 이호준(우)-5번 박정권(좌)-6번 김강민(우)-7번 임훈(좌)와 같은 식으로 지그재그 타선을 구축했다.
롯데 양승호 감독 역시 지그재그 시스템을 마운드와 타선 모두에 활용했다. 선발로 좌완 에이스 셰인 유먼을 올린 뒤 마무리였던 우완 김사율을 6회 1사 후에 바로 등판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김사율의 중간계투 등판은 정대현의 마무리 확정으로 인한 보직 변경이다.
김사율 이후 롯데는 다시 좌완인 이명우를 임훈 타석에서 원포인트 릴리프로 등판시켰다. 그리고 다시 우완 언더핸드 김성배를 올리면서 상대 타선을 교란시키는 작전을 구사했다. 좌타 요원이 SK에 비해 부족한 롯데는 3번 손아섭부터 6번 전준우까지 좌우 지그재그로 타선을 구축했다.
SK 직텍 시스템의 완승
플레이오프 1차전은 직텍 시스템 가동에 성공한 SK의 2-1 승리로 끝났다.
좌완 유먼을 상대로 기선 제압 솔로포를 쏜 우타자 이호준, 그리고 유먼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우완 김사율을 상대로 좌전 적시타를 뽑아낸 좌타자 박정권. 두 타자는 롯데 마운드의 좌-우완을 효과적으로 공략한 우-좌타자인 셈이다.
반면, 롯데는 직텍 시스템 활용이 뼈아픈 결과를 낳으며 1차전을 패하고 말았다. 0-1로 끌려가던 롯데는 6회초 1사 후 2번 정훈이 SK 선발 김광현으로부터 볼넷을 얻으며 기회를 잡았다. 3번 손아섭의 좌월 2루타로 정훈이 득점, 1-1 동점을 만들고 역전 찬스를 이어갔다.
4번 홍성흔의 연속 안타로 1사 1,3루의 역전 기회를 잡았다. 이때 양승호 감독은 좌타자 박종윤 대신 스위치히터 박준서를 대타로 기용했다. 이 상황을 승부처로 판단한 양승호 감독의 승부수였다.
좌완 김광현을 상대로 좌타 박종윤이 불리하자 우타석에 들어설 수 있는 박준서를 회심의 대타로 기용한 것. 박준서는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두산 셋업맨 홍상삼으로부터 극적인 동점 투런포를 날린 주인공.
하지만 이 기용이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냈다. 박준서의 빗맞은 3-유간 타구가 SK 유격수 박진만의 다이빙 캐치에 걸려들면서 더블 아웃을 당하고 만 것. 결정적인 역전 기회에서 좌우 맞대결을 선택한 양 감독의 대타 기용이 실패했다. 롯데 스스로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닮아있는 SK-롯데 가을야구
양승호 감독의 롯데와 제리 로이스터의 롯데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특히, 찬바람 부는 가을이 되니 그 대비가 확연하다. 반면, SK는 김성근 전 감독 시절이나 이만수 체제나 별반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 탄탄한 기본기에 관한 한 더욱 그렇다.
불펜 운용과 대타 활용법 등 양승호 감독의 롯데 야구는 천적 관계에 있는 SK 야구를 너무나 닮아있다. SK 마무리였던 정대현과 불펜 요원 이승호를 동시에 영입한 이유 역시 작년에 넘지 못한 '가을 SK'를 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어쨌든 플레이오프 1차전은 직텍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가동한 SK가 그렇지 못한 롯데에 신승한 경기다. 마운드와 타순에 가해지는 압력 분산에 성공한 SK와 실패한 롯데. 그 미묘한 차이가 1차전 희비를 갈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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