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경기 DNA’ 이승엽 홈런 차원 다르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2.10.25 10:34  수정

10년 만에 한국시리즈 홈런포, 팀 승리 견인

한국 홈런역사 거목 ‘클래스 영원하다’

한국시리즈 1차전 첫 타석에서 홈런포를 터뜨린 이승엽.

이승엽(36·삼성 라이온즈)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야구역사상 최고의 홈런타자다.

한일야구 통산 500홈런 돌파, 단일시즌 아시아 최다인 56홈런 기록 등 홈런에 관한 각종 화려한 기록들은 이승엽의 야구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승엽의 가치를 진정으로 돋보이게 하는 부분은 ‘양이 아니라 질’이다.

평소에 홈런을 잘 때리다가도 정작 중요한 순간에 침묵하는 거포들도 부지기수다. 이승엽은 정반대다. 큰 경기에서 팀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그것도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홈런 한 방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경우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삼성에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안긴 2002년 6-9로 뒤진 9회, 당대 최고의 마무리로 꼽히던 LG 이상훈을 상대로 뽑아낸 극적인 3점 홈런이나 2006년 WBC 아시아예선 일본전에서 팽팽하던 승부를 뒤집은 8회 2점 홈런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2008 베이징올림픽 준결승 일본전과 결승 쿠바전에서 연이틀 연속 투런 홈런 등 이승엽은 야구에서 홈런으로 뽑아낼 수 있는 가장 극적인 순간들을 독점해왔다.

이승엽의 홈런에는 항상 스토리가 있다. 공교롭게도 결정적인 홈런을 때리기 전까지 극심한 부진에 허덕이곤 했던 것도 이승엽의 홈런을 더욱 극적으로 만드는 ‘필수 공식’이다.

2002 한국시리즈 6차전와 2008 베이징올림픽 일본전 이전까지 이승엽은 극심한 슬럼프에 허덕이며 대타 교체에 대한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도자들은 이승엽을 포기할 수 없었다.

삼성 시절 이승엽을 지도했던 한화 김응룡 감독은 “이승엽은 이상하리만치 큰 경기에 강하다.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아무리 부진하더라도 왠지 큰 경기에만 나가면 결정적인 순간에 뭔가 한방을 쳐줄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마치 미리 짜놓은 각본처럼, 지켜보는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이다가도 결정적인 클라이맥스에 반전을 이끌어내는 것이 이승엽 홈런의 매력이다.

10년만의 한국시리즈 무대로 돌아온 이승엽에게도 전매특허인 홈런쇼를 빼놓을 수 없었다.

이승엽은 24일 대구구장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1회초 상대 선발 윤희상을 상대로 약간 높게 형성된 포크볼을 놓치지 않고 좌측 담장을 살짝 넘기는 선제 결승 투런홈런을 때려냈다. 3-1 삼성 승리.

공교롭게도 이날 이승엽은 스스로 “경기 전까지 타격감이 최악”이라고 밝혔을 만큼 좋은 컨디션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자신에게 돌아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을 앞세워 변함없는 클래스를 입증했다.

이승엽은 이날 홈런으로 포스트시즌 13홈런으로 최다 공동 1위에 올랐다. 또한, 종전 한국시리즈 마지막 타석이었던 2002년 11월 10일 LG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 3점 홈런 이후 3636일만의 한국시리즈 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며 홈런의 사나이임을 입증했다.

이승엽은 아직도 홈런에 관한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경현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