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빠진 한국시리즈?’ 왜 재미없어 보일까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2.10.25 12:09  수정

3년 연속 불펜 위주 팀 컬러 충돌

류중일-이만수마저 비슷한 야구관

삼성이 SK를 제압하며 2년 연속이자 통산 V6 달성에 한 발 앞서나갔다.

삼성은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SK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이승엽의 결승 투런 홈런에 힘입어 3-1 승리를 거뒀다. 선발 윤성환은 5.1이닝동안 4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고, 뒤이어 등판한 철벽 계투진이 상대 타선을 꽁꽁 틀어막아 이변 없이 경기를 마쳤다.

SK 역시 선발 윤희상의 완투와 중견수 김강민의 호수비 등 멋진 장면을 연출해내며 삼성의 상대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한국시리즈가 가을 잔치의 절정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1차전을 포함해 두 팀의 맞대결은 다소 박진감이 떨어져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삼성과 SK는 벌써 3년 연속 한국시리즈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① '또 만났네' 사상 첫 3년 연속 맞대결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다고 삼성과 SK는 3년째 다른 팀들의 한국시리즈 입성을 허락하지 않았다. 시간을 좀 더 거꾸로 돌려 2005년부터 따져보면 한국시리즈는 벌써 8년째 삼성 또는 SK가 꼬박 오르고 있다. 이 가운데 2009년 KIA만이 깜짝 우승을 차지했을 뿐, 삼성과 SK가 나란히 세 차례씩 우승 반지를 나눠가졌고, 올 시즌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SK는 2007년부터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 시즌 도중 ‘야신’ 김성근 감독이 물러나며 왕조가 무너지는 듯 보였지만 이만수 감독이 바통을 잘 이어받아 여전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선동열 전 감독이 기반을 잘 다녀놓은 삼성 역시 류중일 감독에 의해 더욱 완벽한 팀으로 탈바꿈했다.

이는 삼성과 SK팬들만 신날 뿐, 다른 팀 팬들 입장에서는 김이 새는 노릇이다. 특히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LG를 비롯해 넥센, 한화는 만년 하위권으로 분류돼 프로야구판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는 상황이다. 매년 반복되는 그들만의 잔치에 팬들의 관심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② 탄탄한 마운드, 이변 없는 불펜진

삼성과 SK가 절대 강자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역시나 불펜의 힘이 강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마무리 오승환을 비롯해 안지만, 권오준, 권혁, 정현욱 등 1이닝을 확실하게 틀어막을 수 있는 불펜투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SK는 올 시즌 ‘벌떼야구’의 핵인 정대현과 이승호가 FA로 이적했지만 마무리 정우람과 박희수, 엄정욱 등이 건재하다.

이는 곧 경기 막판 변수 발생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삼성의 오승환은 올 시즌 블론세이브가 단 1개에 불과하고 안지만과 권혁은 홀드 부문 5위 이내에 랭크됐다.

SK 역시 풀타임 마무리 첫해인 정우람이 30세이브를 거둔데다 박희수가 역대 한 시즌 최다홀드(34개) 신기록을 세우며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물론 SK의 불펜진은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나란히 동점과 역전을 내주긴 했지만 3홀드 3세이브를 합작하는 등 이변은 한 번으로 족했다.

따라서 두 팀의 승부는 7회 이전에 승부가 갈린다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실제로 지난 1차전에서 삼성은 윤성환이 내려간 뒤 4명의 구원투수들이 3.2이닝을 책임졌고, 1피안타 1볼넷을 내준 것이 전부였다. SK는 아예 윤희상이 완투를 거두는 등 투수전 양상으로 전개되자 경기는 3시간도 안 돼 끝나버렸다. 끝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드라마가 아닌 예측 빤한 스토리는 흥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지난 7년간 한국시리즈 매치업.

③ 대동소이한 감독의 스타일

선동열 감독과 김성근 감독은 각각 삼성과 SK를 지금의 강팀으로 만들어놓은 일등공신들이다. 두 사령탑은 재임 기간 스몰볼의 진수를 선보였고, 강한 수비와 마운드를 두텁게 하는데 힘을 기울였다.

바통을 이어받은 후임 감독들은 정반대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과거 삼성의 공격 야구를 부활시킨다고 천명했고, 이만수 감독 역시 선 굵은 메이저리그식 빅볼로 SK를 탈바꿈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팀 컬러는 달라졌지만 결국 비슷한 야구를 하는 팀이 돼버리고 말았다.

특히 류중일 감독과 이만수 감독은 경기 중 작전지시를 좀처럼 하지 않는 사령탑으로 유명하다. ‘경기는 감독이 아닌 선수가 하는 것’이라는 관념이 두 감독 머릿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삼성은 올 시즌 8개 구단 가운데 LG에 이어 가장 적은 희생번트를 기록했다. SK는 번트가 두 번째로 많았지만 이전 시즌에 비하면 29개가 줄어들었고, 도루도 가장 적은 104개에 불과하다. 대신 방망이의 힘이 증가했다. 올 시즌 팀 장타율 부문에서 삼성과 SK는 나란히 1~2위에 올랐고, 삼성은 팀 타율 1위, SK는 팀 홈런 1위에 각각 랭크됐다.

따라서 이번 한국시리즈는 청백전을 치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스몰볼에서 빅볼로 바뀐 시점 역시 비슷하며 3년째 같은 야구의 충돌을 팬들은 지켜봐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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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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