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의심 및 선수 멘탈 체크 필수
다양한 옵션으로 안전장치 마련 가능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2012시즌 공식일정을 모두 마친 프로야구가 본격적인 스토브리그에 돌입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6일, 21명의 2013년 FA 자격선수 명단을 공시했다. 삼성 정현욱을 비롯해 SK 박경완, 권용관, 이호준, 롯데 강영식, 홍성흔, 김주찬, KIA 유동훈, 이현곤, 김원섭, 넥센 김수경, 강귀태, 송지만, 강병식, 이정훈, LG 이대진, 손인호, 정성훈, 이진영, 김일경, 한화 마일영 등이 대상이다.
이들이 정식 FA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8일까지 KBO에 승인을 신청해야 하며, KBO는 신청 마감 다음날인 9일, FA 승인 신청 선수를 공시한다. 이후 △원 소속팀과 우선 협상(10일~16일) △원 소속팀을 제외한 타 구단과 협상(17일~23일) △원 소속팀 포함한 모든 구단 협상(24일~1월 15일) 순으로 진행된다.
그동안 FA 선수들은 ‘먹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였다. 특히 장기계약을 맺은 선수들의 대부분은 계약 첫해 드러눕는 일도 다반사였다.
① 부상체크는 기본
FA를 앞둔 선수들은 심각한 부상이 아니라면 참고 뛰는 경우가 많았다. 쓰러질 때 쓰러지더라도 일단 좋은 성적을 올려놓고 보자는 심산이었다. 이른바 금지약물 복용보다 무섭다는 ‘FA로이드’ 효과였다.
결국 무리한 출전은 이듬해 큰 부상으로 이어졌고 거액을 안긴 구단은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인 예가 손민한이다. 2008시즌 후 FA 자격을 획득한 손민한은 롯데와 15억원(계약금 8억원+연봉 7억원)의 1년 계약을 성사시켰다. FA 다년계약 금지조항에 묶였지만 사실상 계약기간 3년에 총액 27억원으로 추정되는 대형계약이었다.
손민한은 FA로 풀리기 전까지 4년간 53승 29패의 걸출한 성적을 남겼고, 2005년에는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9년 14경기에 등판해 6승 5패 평균자책점 5.19를 기록한 뒤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손민한은 이후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급기야 롯데와 계약이 만료된 뒤 NC 다이노스 입단을 추진하던 그는 선수협의 고소로 부활의 꿈이 물거품 되고 말았다.
② 멘탈도 살펴봐야
지난 2009년 자의 반 타의 반 은퇴를 선언한 정수근은 ‘제2의 이종범’으로 불릴 정도로 실력 하나만큼은 최고였다. 그러나 술이 문제였다. 정수근은 프로 생활을 하는 동안 세 차례나 음주폭행 사건에 휘말렸고, 그 때마다 KBO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롯데에서의 6년간 타율 0.282 10홈런 147타점 101도루를 기록, 비율 스탯에서는 괜찮은 성적을 올렸지만 누적스탯에서는 실망스러웠다. 자기관리가 되지 않아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롯데 홍성흔은 기량과 멘탈 등 모든 부분에서 FA의 선례로 남고 있다. 2009년 롯데에 입단한 홍성흔은 지난 4년간 연평균 119경기에 출장해 타율 0.330 14.8홈런 80.2타점을 기록했다. 홍성흔의 가치는 더그아웃에서 더욱 빛난다. 언제나 파이팅 넘치는 기백으로 팀 리더를 자처하는 등 후배 선수들의 귀감이 되어왔다. 그는 두 번째 FA 자격을 올해 만족스러운 계약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③ 먹튀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옵션
제 몫을 못하는 FA 선수들이 늘어나자 구단들도 각각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옵션은 가장 널리 쓰이는 계약 조항 가운데 하나다.
옵션은 연봉 외에 기록, 출장 경기 수, 팀 성적 등에 따라 보너스를 더 주거나 되돌려 받는 항목을 말한다. 플러스 옵션을 삽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마이너스 옵션을 추가하기도 한다. 대게 전년도 성적을 바탕으로 옵션 기준이 책정되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세부 항목은 비공개로 이뤄진다.
2010시즌 후 FA가 된 LG 박용택은 원 소속구단과 4년간 최대 34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플러스 인센티브가 과도하게 책정된 ‘반쪽 대박’이었다. 그동안 FA 선수들에게 크게 데인 LG가 내놓은 자구책이었다.
일단 박용택의 보장금액은 총액의 50%도 안 되는 15억5,000만원(계약금 5억원+연봉 3억5,000만원)이며, 나머지 18억5,000만원은 옵션이다. 옵션 내용은 당연히 비공개였지만, 박용택의 3년간 기록을 평균화해 경기 수, 타율 등에 따라 플러스-마이너스 옵션을 부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FA 계약 2년째를 보내고 있는 박용택은 연평균 타율 0.303 13홈런 70타점 21.5도루를 기록 중이다.
국내야구에서는 다소 생소한 ‘바이아웃’ 조항도 간간이 쓰이고 있다. FA 계약 시 미리 설정해 놓은 옵션에 따라 계약기간을 늘리거나 줄이는 경우다. 부상 또는 노쇠화 위험에 노출돼 있는 30대 이상의 베테랑 선수들이 대상자다.
최초의 바이아웃 조항을 삽입한 선수는 SK 포수 박경완이다. 지난 2003년 현대에서 SK로 이적한 박경완은 4년간 총 23억원(계약금 10억원+연봉 3억원)에 계약했다. 옵션이 특이했다. 3년간 성적 옵션 달성 시 4년차에는 4억원에 계약한다는 내용이었다. 박경완의 2006시즌 연봉은 4억원, 소속팀 역시 SK였다.
SK 박재홍도 다른 팀들이 눈여겨볼 만한 사례다. 2006년 FA 자격을 얻은 박재홍은 소속팀 SK와 기간 2+2년 총액 15억원(계약금 5억원+연봉 4억원+옵션 2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즉 첫 2년간은 15억원을 받고, 옵션을 달성하면 계약기간이 2년 추가된다는 뜻이었다. 따라서 박재홍은 2008시즌 연봉 4억원 보장은 물론 2년간 총 12억원(계약금 2억원+연봉 4억원+옵션 2억원)의 재계약을 성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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