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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이종범’ 김주찬…50억 밥값 하려면?


입력 2012.11.23 08:46 수정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김주찬과 같은 나이에 이종범 MVP급

3할-40도루 이상으로 크게 기여해야

김주찬(오른쪽)이 '먹튀'가 되지 않으려면 이종범급의 활약을 펼치는 수밖에 없다.

KIA 타이거즈가 FA 최대어 김주찬(31)을 손에 넣으며 타선의 약점을 보강했다.

KIA가 김주찬과 맺은 계약 규모는 4년간 무려 50억원(계약금 26억원+연봉 5억원+옵션 4억원). 이는 지난해 넥센 이택근과 함께 역대 두 번째로 큰 FA 계약이다. 역대 최고액은 2004년 삼성 심정수의 4년간 최대 60억원이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자마자 과한 액수라는 평가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FA 시장 문이 열리기 전부터 감지된 몸값 거품 분위기와 김주찬을 반드시 필요로 했던 KIA의 상황이 맞아떨어지며 50억원의 잭팟이 터질 수 있었다.

사실 시장 평가보다 훨씬 높은 몸값이라 선수와 구단 모두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김주찬은 10년 넘게 정들었던 롯데팬들을 등진 터라 마음의 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액수에 걸맞은 활약을 펼친다면 그를 향한 비난은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50억원급의 플레이, 어느 정도의 성적을 올려야 만족스러울지 쉽게 가늠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KIA행이 결정되자마자 많은 언론에서는 김주찬이 이종범의 후계자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KIA 팬들도 이종범이 전성기 선보였던 ‘바람’을 김주찬이 다시 일으키길 기대하고 있다.

시계를 잠시 2002년으로 되돌려볼 필요가 있다. 당시 32살이었던 이종범은 일본에서 복귀한 뒤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맞았다. 1981생인 김주찬도 내년이면 32살이 돼 좋은 비교가 될 수 있다.

이종범은 123경기에 출장해 타율 0.293 18홈런 59타점 35도루를 기록했다. 주로 팀의 1번 타자로 나와 득점도 93개나 올렸다. 이듬해에는 일본 복귀 후만을 놓고 봤을 때 단연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다. 타율 0.315 20홈런 61타점 50도루를 올린 그는 ‘이종범’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43개의 2루타는 92년 박정태와 99년 이병규와 함께 한 시즌 최다 기록으로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김주찬의 계약기간인 4년으로 폭을 넓혀 봐도 이종범의 활약은 무시무시했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총 506경기에 출장한 이종범은 569개의 안타와 61홈런 155도루 372득점을 기록했다. 연평균으로 따졌을 때 타율 0.295 15.3홈런 52타점 38.8도루 93득점이라는 MVP급 활약이다.

또한 같은 기간 이종범은 두 차례나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KIA를 세 차례나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다. 이전 시즌까지 이종범이 없었던 KIA(해태 포함)가 단 한 번도 가을잔치에 참가하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선수 1명의 존재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종범-김주찬 연령별 기록.

그렇다면 김주찬이 이종범의 모습을 재현할 수 있을까. 물론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김주찬의 커리어하이는 당시 이종범의 4년 평균 기록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팀 내 영향력까지 감안하면 둘의 비교는 어쩌면 무의미한 것일 수도 있다.

일단 선수를 평가할 때 기대 수치라는 것이 있다. 이전까지 선보였던 기록과 나이, 현재의 몸 상태 등을 감안하면 예상 기록을 가늠할 수 있다.

김주찬은 최근 4년간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다. 3할 타율을 두 차례나 기록했고, 특히 2010시즌에는 65도루를 기록하며 한 시즌 최다도루 5위에 올랐다. 지난 4년간 연평균 기록은 타율 0.297 6.8홈런 42.5타점 39도루 71.5득점이다. 4년이라 시간 차가 존재해 단순 비교는 무리지만 현재 김주찬의 기량이라면 타율 3할과 40도루는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다.

물론 그가 향후 4년간 꾸준한 성적을 낼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염려가 되는 부분은 부상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김주찬은 정상적으로 뛸 수 없는 몸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FA 대박을 위해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에서 출전을 감행했다.

내년 시즌 김주찬의 연봉 5억원은 KIA 선수들 가운데 최고액이 될 전망이다. 같은 나이였던 이종범 역시 2002시즌 4억 3000만원에 재계약하며 KIA는 물론 8개 구단 최고액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이종범은 걸출한 활약으로 몸값을 충분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김주찬이 ‘먹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록뿐만 아니라 팀 성적에 크게 기여하는 ‘제2의 이종범’이 되는 수밖에 없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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