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는 단기전이다. 단기전은 마운드 싸움이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처럼, 얼마나 탄탄한 마운드를 보유했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국제대회에서 한 경기를 책임질 확실한 에이스를 보유한 팀은 그만큼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WBC만큼은 예외다. WBC에는 ‘완투’나 ‘이닝이터’라는 개념이 큰 의미가 없다. 한국은 지난 1·2회 WBC에서 라이벌 일본이나 미국에 견줄 초특급 에이스는 보유하지 못했다. 그러나 탄탄한 마운드의 힘을 앞세워 두 번의 WBC에서 모두 호성적을 거뒀다. 한국 투수진은 다른팀들과 외신으로부터도 하나 같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것은 ‘투구수 제한’이라는 WBC만의 독특한 규정 때문이다. 어떤 투수라도 정해진 투구수를 초과하지 못하고 무조건 마운드를 내려와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투수고 힘이 남아있다고 해도 혼자서 한 경기를 다 책임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선발이 아니라도 일정 투구수를 넘기면 연투도 불가능하다. 비시즌 WBC에 참여하는 선수들의 혹사를 방지하는 위한 규정이다. 하지만 이런 규정은 상대적으로 뛰어난 대형 에이스가 적고, 계투운영에 강점이 있는 한국식 야구에 오히려 유리한 조건이었다.
이번 WBC에 나서는 한국대표팀의 마운드는 그 어느 때보다 전력누수가 심했다. 류현진, 김광현, 봉중근 등 기존 한국팀 에이스급 투수들이 모두 빠졌다.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여기고 있다. 대형 선발투수는 지난 대회에 비해 줄었지만 그만큼 국제무대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병기들이 많고, 1이닝을 확실히 책임질 뛰어난 계투요원들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올해 WBC에서 한국대표팀의 마운드 운용 전략은 1+1로 요약된다. 한 경기당 2명의 선발 투수를 연이어 투입하는 전략. 류중일 감독이 2011년 SK와 한국시리즈에서 이 전략으로 삼성의 풍부한 마운드 진용을 적극 활용하며 삼성의 우승을 이끈 바 있다.
보통 선발투수에 대한 평균적 기대치가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라면 그 역할을 두 명이 나누는 것이다. 에이스에 대한 의존도는 줄이는 대신 한 박자 빠른 변화무쌍한 계투작전으로 상대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번 대표팀에서 선발자원 중 윤석민을 제외하고는 확실한 에이스급 투수는 없다. ‘1+1’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선발다음에 등판하는 두 번째 투수다.
송승준, 노경은, 장원준 등은 이번 WBC에서 마운드 운용의 키가 될 두 번째 선발 후보들이다. 경기의 허리를 책임지며 평균 3~4이닝 소화해야 할 롱릴리프들이 얼마나 실점을 최소화하며 종반 필승조에게 연결하느냐가 WBC 마운드 운용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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