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 대표팀이 WBC 1라운드 첫 경기인 네덜란드전에서 충격패를 당했다.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국제 경기 가운데 손에 꼽을 만한 졸전이었다.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한국대표팀이 2일 네덜란드와의 첫 경기에서 0-5 충격패, 벼랑 끝에 몰렸다. WBC대표팀 류중일 감독도 경기 후 완패를 시인했듯, 결과와 내용 양면에서 모두 최악이었다.
한국야구는 2006년 첫 대회에서 4강, 2009년 제2회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우승까지 도전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비록 류현진, 추신수, 김광현, 봉중근 등 핵심선수들이 빠지기는 했지만, 역대 최강이라는 두꺼운 타선과 안정된 불펜의 힘을 바탕으로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특히, 쿠바나 일본 같은 팀을 피해 비교적 전력이 떨어지는 팀들과 만난 1라운드 정도는 전승으로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결과는 딴판이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야구는 적의 수준도 우리의 실력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유럽 최강이라는 네덜란드 야구는 전력분석 당시 별로 위협적인 팀이 아니라고 무시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던 반면, 한국야구는 근래 보기 드물게 무기력했다. 연습경기에서 나타난 부진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이다.
4안타에 그친 타선은 출루 자체가 되지 않다 보니 한국의 강점인 활발한 기동력 야구를 발휘할 틈이 전혀 없었다. 정근우-이용규로 구성한 테이블세터진은 네덜란드 투수들을 끈질기게 괴롭히지 못했고, 이대호-김태균-이승엽 등의 베테랑 거포들도 호언장담이 무색하게 섣부른 스윙으로 일관하며 찬스를 스스로 헌납했다.
더구나 믿었던 수비와 불펜진의 붕괴는 대표팀을 일시에 ‘멘붕’으로 몰아넣었다. 벤치의 투수교체 타이밍도 나빴고, 올라오는 투수들마다 족족 실점을 내주며 팀을 어려운 지경으로 몰아넣었다. 수비실책도 속출하며 마운드에 안정감을 불어넣지 못했다. 확실히 국제경기 경험이 풍부한 주축들이 빠진 공백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네덜란드전은 한국야구에는 흔히 ‘도하 참사’로 기억되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의 악몽 이후 최악의 장면으로 회자될 만하다. 당시에도 한국은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초반부터 복병 대만과 사회인 야구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에 연이어 덜미를 잡히며 동메달에 만족했다. 현재 대표팀의 분위기와 상황을 감안했을 때, 제2의 도하 참사가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한국은 4일 호주, 5일 대만과의 경기를 무조건 큰 점수 차로 이겨야 희망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대만은 물론 호주의 전력 또한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 어려운 행보를 예상한다. 국제대회에서 설마 하는 자신감이 얼마나 교만한 것인지를 깨닫고 초심을 되찾아야 할 때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