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로 막을 찌라시 정보 가래로도 못막는다

이상휘 정치부선임기자

입력 2013.03.28 13:38  수정

<칼럼>성접대 파문 확산 '카더라'가 민심이 되는 상황 방치해선 안돼

사회지도층 성 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확보한 동영상의 촬영 장소가 '건설업자 윤모(52)씨의 별장이 맞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성 접대 장소로 지목된 강원 원주시 부론면의 별장 모습.

최근 성 동영상 파문과 관련해 ‘찌라시’가 나돌았다. SNS를 통해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무서울 정도였다.

찌라시가 뭘까? 부정적 의미가 크다.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의미없는 정보로 전달하는 것’. ‘사실을 날조하는 것’이다.

긍정적 측면은 없다. ‘찌라시 같은 거’라면 비하적 개념이 된다. ‘찌라시 같은 놈’은 대단히 큰 욕이 되는 셈이다. 말도 안되는 말을 하면 ‘찌라시 같은 말’이라고 한다. 누그러뜨려서 말하면 찌라시는 ‘정보지’로 표현하다.

몇년전 어느 대학교 석사논문에서 정보지의 유통경로를 연구 발표한 적이 있다. 사회적 관심을 끌었다. “정보지는 어떻게 만들어 질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했다.

우선 정보지를 필요로 하는 곳은 많다. 개인에서부터 기업(금융), 국가기관 등 다양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회여론과 동향을 알기 위해서다. 그러면 신문과 방송을 보면 되지 않느냐는 물음이 나온다.

그 이유 또한 간단하다. 좀 더 다른 이야기, 좀 더 알려지지 않는 것을 알기 위해서다.

호기심 많은 개인이야 그렇다고 치자. 기업과 국가기관은 왜 필요한가? 기업에 해가 될 유언비어가 유포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국정혼란이나 사회적 비리 등에 대한 소문들을 체크하기 위해서다.

모두 타당한 이유가 있다. 미국에서는 기업의 이 같은 정보 수집을 양성화했다. 소위 ‘기업 경쟁력 정보’라는 점에서다. 좋은 의미이며 필요한 업무다.

찌라시는 이 과정에서 변질되어 파생한 것이다. 자극적인 내용이나 은밀한 내용들이 유포되면서다. 또한 악의적으로 이것을 이용하면서다.

연예인과 관련한 내용이나 은밀한 내용들은 정보의 우위라는 점에서 유포된다. “그래?”라는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동시에 유포자는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으로서 평가된다.

악의적인 것은 기업간 경쟁에서 생겨나기도 한다. 의도적으로 소문을 유포시키는 것이다. 소위 ‘카더라 통신’으로 상대기업을 흠집낸다.

다른 경우도 많다. 언론사의 취재과정에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것이 흘러나올 때, 여론동향을 수집하는 기업이나 기관 소속의 정보원들이 상호 정보교환을 할 때 등이다. 모두 다 정보수집이나 여론동향 수집의 의미와는 다르게 변질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믿거나 말거나’로 ‘찌라시’라는 형태가 만들어진다. 그것이 시중으로 유통되는 것이다.

“얼마나 빨리 유통될까.”

석사논문 작성자는 정보의 유통에 대해 실험을 했다. 그 때도 인터넷이 발달한 시기였다. 정보를 여의도 증권가에 의도적으로 흘린 후 다시 자신에 돌아오는 시간을 살펴본 것이다. 세 번에 걸쳐 실험했는데 5일 정도 걸렸다. 객관적이지 않아 논문게재는 하지 않았다.

정보의 내용도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사실과 다르게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구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속도가 더 빨라졌다. SNS의 발달 때문이다. 거의 즉시에 유통된다고 봐도 될 정도다. 내용은 구전으로 전해지는 것이 줄어들어서인지 몰라도 초기 내용과 거의 일치되고 있다.

최근 성접대 동영상에 대한 유언비어가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졌다.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소위 ‘찌라시’의 유통속도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거의 하루 만에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물론 내용의 자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속도가 거의 동시라는 점에서 무섭기까지 하다.

내용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단순한 ‘찌라시’ 내용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악의적인 의도로 작성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통상적으로 ‘찌라시’의 성격으로 유통되는 내용은 구체성이 떨어진다. ‘카더라’로 일관된다. 악의적인 의도가 아니라는 것은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보고서 형태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악의적인 것으로 볼 때는 특정인에 대한 내용이 어느 정도 집중성을 가지고 있느냐인데 이 경우는 그렇치 않다는 점도 작용한다. 따라서 시중동향을 정리해 보고서 형태로 작성된 것이 아닌가 싶다. 유추하자면 기업 또는 기관 등에서 작성한 보고내용이 흘러나온 것이다.

그러나 보고서 형태든 아니든 그것이 중요한 사항은 아니다. 상상보다 빠르게 나타난 유통속도가 중요하다.

“정보지가 없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기업은 기업대로 국가기관은 국가기관대로 필요하다. 사회 여론동향을 수집하고 대응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큰 성과를 얻기도 하기 때문이다.

성접대 동영상 파문으로 박 정부가 곤혹스럽다. 소문의 확산속도는 엄청나게 빨랐다.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새도 없이 퍼져나갔다. 앞으로 국정의 사소한 부분도 자칫 이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조심해야 한다는 점에서 적시해봤다. ‘찌라시’가 민심이 되고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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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휘 기자 (shon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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