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안닮은 친노를 보며 노무현은 행복할까
<기자수첩>노무현 가치는 '연대' 친노 가치는 '적대'
폭력 행사하고 욕설난무 추모식은 전근대적 계파주의
“나는 예수를 사랑한다. 그러나 기독교인은 싫어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예수를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도 민족운동의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다. 힌두교 신자였던 그는 자서전을 통해 학창시절 성경을 진지하게 읽고 기독교로 개종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간디는 영국의 교회에서 유색인종이란 이유로 쫓겨난 뒤 마음을 돌린다. 기독교인들의 이기심 때문이다.
예수의 가르침을 전하지 않는 교회와 예수를 닮지 않은 기독교인. 간디가 찾아간 교회에 예수의 진리는 없었다. 정치적 야욕과 권위만 존재했을 뿐. 당시 예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웃을 사랑하라’ 외치면서 유색인종을 탄압하고, 배척했던 기독교인들을 바라보며 행복했을까.
150여년 전 간디가 남긴 명언은 지금도 유효하다. 예수의 고향과 동떨어진 이곳에서도 사람들은 새로운 예수를 만들고, 과거 영국 교인들의 행태를 답습한다. 노무현을 사랑한다면서 노무현을 닮지 않는, 노무현을 향한 다른 사람의 사랑은 거짓이라 믿는 ‘친노(親盧)’가 그렇다.
지난 23일 ‘노무현을 가장 사랑하는’ 일부 추모객들은 또 다시 ‘이단(異端)’을 문전박대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4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에게 “나가라”며 야유를 퍼부은 것.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김 대표의 다짐도 이들에겐 감언에 불과한 듯했다.
반면, 문재인 의원이 등장했을 땐 “대통령, 문재인”을 외치며 박수를 쏟아냈다. 노 전 대통령을 계승할 지도자는 문 의원뿐이라는 듯, 문 의원을 지지하는 세력만 노 전 대통령의 이름을 운운할 수 있다는 듯, 이들은 문 의원과 다른 계보를 가진 당 지도부를 철저히 외면했다.
앞선 19일 노 전 대통령 추모문화제에서도 일부 추모객들은 김 대표 주위로 몰려 “무슨 양심으로 추모식장에 나타났느냐”고 항의했고, 한 남성은 팔꿈치로 김 대표의 가슴을 가격했다.
지난 10일에는 배우 명계남 씨가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당 지도부를 향해 “노무현을 이용하지 말라”, “부관참시하지 마라. 빨리 가라”고 소리치고, 자신에게 인사를 청한 조경태 최고위원에게 “당신은 원래부터 노무현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사실 친노세력이 민주당의 새 지도부를 배척하는 이유가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지도부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작성된 대선평가보고서는 친노세력을 계파패권주의에 빠진 구태세력으로 규정했고, 일각에선 책임론을 빌미로 친노세력을 당 지도부에서 퇴출시키려는 시도도 있었다.
여기에 친노의 입장에서 현재의 당 지도부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문 의원을 돕지 않았거나 과거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비노(非盧) 혹은 반노(反盧)세력의 집합체다. 특히 김 대표는 지난해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서 대선 패배에 일조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친노계 의원은 “대선평가보고서의 경우 대선 과정을 평가해야지, 특정 계파를 몰아내자는 식이 돼선 안됐다. 결국 계파를 청산하자면서 분열만 초래했다”면서 보고서 작성 배경에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같은 불만이 쌓이고 쌓여 지도부 교체를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배경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이들의 모습만 보면 분명 노 전 대통령과 다르다.
‘사람 사는 세상’,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을 외치며 권위주의 타파에 일생을 바쳤던 노무현은 온데간데없고, 친노라는 이름으로 뭉쳐진 계파와 대선 과정의 피해의식만 남았다. 이들에게 지도자는 아직도 노무현과 문재인뿐이다.
결국 문 의원이 직접 나서 “몇 분이 김 대표의 행사장 방문을 막은 것은 크게 잘못한 일이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무현의 가치는 연대”라고 호소한 뒤에야 새 지도부에 대한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반감이 조금이나마 수그러들었다.
노무현을 사랑한다고 주장하지만 노무현의 삶은 닮지 않는 모습. 이들을 보며 노 전 대통령은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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